시사

순수하다는 것

Chris Jeon 2021. 11. 22. 05:59

 

 

 

결혼식 때 입는 신부의 웨딩드레스는 흰색이다. 아무것도 섞이지 않은 순수한 색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신랑은 왜 검정색 양복을 입나? 시커먼 남자의 속마음을 표현한 것인가? 웃자고 한 이야기다.

 

혼혈인은 예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예쁘고 덜 예쁘고는 느낌이기 때문에 그렇다 치고, 혼혈인은 의학적으로 우성유전법칙에 의해서 부모의 좋은 DNA를 받게 된다고 알려져 있다.

 

숲도 여러 수종이 섞여 자라면 병충해에도 강하고 산불에도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역사적으로도 헬레니즘 문화처럼 서로 다른 문화가 조합되면 더 훌륭한 문명이 탄생된다.

 

오염된 것과의 섞임은 주의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섞임을 순수하지 않음으로 바로 매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 고유함(uniqueness)은 존중되어져야 하고 그 고유함이 어울려 각각의 장점을 살려 더 나은 것으로 발전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아직도 인종 증오 범죄 기사가 신문에 나고, 일부 지도자들은 자기 표밭 관리를 위해 피부 색깔을 강조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것을 본다. 내 주위를 둘러봐도 소소하지만 다름을 배척하는 듯한 행동을 쉽사리 발견할 수 있다.

 

다른 종을 만나도 털을 세우지 않도록 진화된 동물이 인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빨도 약하고 빨리 뛰지도 못했던 선조들이 서로 힘을 합칠 수 있었던 것이  우리가 지금 큰 소리치는 고등 동물로 발전할 수 있게 된 한가지 이유라고 한다.

 

나와 다르다고, 우리와 다르다고 이빨을 드러내고 털을 세우는 것은 동물로 다시 돌아가자는 이야기와 다름없다. 본능이라는 것이 쉽게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인간이 더 인간다워지기 위해서는 다름을 인정하고 수용하며 섞여 사는 것을 불편해하지 말아야 한다.

 

 

 

 

내 강쥐가 떠난 지 5년 지났다. 다시는 같은 아픔을 겪지 않겠다고 반려견 키우는 것을 포기하고 살았지만, 슬슬 입양 사이트에 눈길이 가고 있다. 만약… 만약에 반려견을 다시 키운다면, 튼튼하고 사납지 않고 아무것이나 잘 먹고 잘 생긴, 여러 좋은 혈통인 섞인 분을 모시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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