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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구원하는가?

홍수로 한 남자가 지붕위에 고립되었다. 독실한 신자인 그는 사방이 황토물 바다가 된 상황에서 하느님께 구해주실 것을 간절히 기도하였고 또한 구해질 것이라고 확신하였다. 한참이 지난 후 한 사람이 배를 타고 지나가다 지붕위에 있는 그를 발견하고 도움이 필요한지 물었고, 그 남자는 단호히 대답했다. 하느님께서 곧 구해주실 것이니 괜찮다고. 한참이 지난 후 2번째 사람이 지나갔고 하룻밤이 지난 후 3번째 사람이 왔지만 그 남자의 확신에 찬 대답은 한결 같았다. 이윽고 이틀째 되는 날 밤에 그는 불어난 황토물에 휩쓸려 죽고 말았다. 죽어서 저승에 간 그 남자는 하느님을 만나서 따져 물었다. 왜 저를 구해주시지 않았습니까? 이 질문을 받은 하느님께서는 당황하며 되물었다. 아니 내가 너를 구하러 3명이나 보냈는데 ..

요설 2021.08.28

다수의 소실점이 존재하는 사회

요즘 유투브 강의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교수님이 자기는 소실점을 바꾸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한다. 중학교 미술 시간에 들어본 기억이 있는 단어다. 미술 선생님이 그림을 그릴 때 원근을 표현하게 되면 그림의 구도가 한점으로 모이게 된다고 하셨던 것 같다. 그 교수님이 하신 말씀의 뜻은,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지향하는 것에 무조건 추종하지 않고 나름대로 최선이라고 판단되는 다른 방향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다수의 횡포를 견제할 수 있는 소수, 아무도 일아 주지 않았던 천재의 발상도 새로운 소실점을 발견하려는 개인의 노력이나, 다수의 소실점이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이 존중받는 사회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닐까? 대법원의 판결은 다수결의 원칙이 철저히 지켜진다. 하..

시사 2021.08.28

먹방 유감

옛 어르신 말씀 중 내 논에 물 들어가는 것 볼 때와 자식 입에 밥 들어 가는 것 볼 때가 가장 기쁜 때라는 말이 있다. 가뭄에 시달리고 굶는 이들이 흔했을 시절을 회상시키는 조금은 슬픈, 그래서 공감이 되는 말이다. 한국에서 남이 먹는 모습을 보며 즐거워하는 ‘먹방’ 프로그램이 인기다. 혼자서 많이 먹고 빨리 먹는 단계에서 진화해서 가족 단위로 단체 흡입하기도 하고 심지어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까지 한몫 거든다. 먹방이 유행하는 원인은 다양하게 분석되지만 대체적으로 ‘대리만족’ 심리로 모아지는 것 같다. ‘혼밥’의 예에서 볼 수 있는 사회적 소외에 따른 외로움, 다이어트 스트레스, 게걸스럽게 먹고 싶은 탐식 본능 등 개인적 혹은 사회적 욕구 충족의 간접 방편이라는 것이다. 자식이 밥 먹는 모습을 보는 것..

시사 2021.08.28

지혜로운 눈

이어령 선생님이 최근 쓴 글을 읽고 기억에 남는 내용이다. 기억에 의존하는 것이니 만큼 본인이 쓴 문장과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겠으나 주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나를 찾아오는 친구들이 코로나 때문에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어 눈만 보이는데, 눈이 그렇게 이쁘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내 나이가 나이인지라 친구들도 모두 지긋한 연령대인데 이전에는 얼굴에 주름밖에 안보였으나 주름이 마스크로 가려지니 눈만 보이고 그 눈의 아름다움을 마스크덕으로 깨닫게 되었다." 사람을 볼 때 그 사람의 장점보다는 단점이 먼저 보이는 경우가 많다. 어느 뇌 과학자가 말하길 인간의 뇌는 부정적인 것에 먼저 반응하도록 진화했다고 한다. 살아남기 위해서 위험에 먼저 반응하기 위한 자연스런 진화의 결과로 설명된다. 하지만 세상만사 완벽한..

단상/반성 2021.08.28

철조망 너머 아기를 위한 기도

탈레반에 의해 목숨이 경각에 달린 엄마가 아이만은 살리겠다고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담장 철조망 너머로 자신의 아기를 미군에게 건네는 모습을 보고 그 아기의 미래의 모습을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그 아기가 자신이 겪었던 참혹했던 과거를 교훈 삼아 이 세상에서 그러한 비극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역사에 남을 주인공이 될 것을 빌어 주었다. 세상이 바뀌는 시점에는 꼭 그 변화를 주도하는 사람의 이름이 등장한다. 그 사람은 영웅이거나 천재일 경우도 있고 모두가 두려워하는 악인일 수도 있다. 우리는 그 사람으로 인해 세상이 좋아진 것에 안도하거나 반대로 그러한 사람이 태어난 것을 원망하기도 한다. 카불 공항의 그 아기는 부모를 선택할 수도 없었고 그 부모가 살고 있는 환경을 만들 수도 없었다. 공항 담..

시사 2021.08.28

절반으로 잘려진 나무

새소리가 시끄럽다고 자기 집 가까이 서 있는 이웃집 나무 중 경계선을 넘어온 부분을 절반으로 잘라버린 사진이 뉴스에 나왔다. 영국에서 일어난 일인데 법적으로 하자는 없다고 하지만 세로로 정확히 절반으로 잘린 나무가 시사하는 바가 커서 지역 명소가 되었다고 한다. 사랑을 나누면 배가 되고 촛불은 불씨를 나눠서 주위를 더 밝게 만든다. 동물도 서로 돕지 않으면 생존할 수 있는 확률이 낮아진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아는데, 이타심은 인간만이 가지는 고도 지능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보면 혼자 잘살겠다고 가르고 있는 경우가 많으니 조금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저귀는 새소리나 산속을 흐르는 계곡물 소리도 듣는 이의 마음 상태에 따라 소음으로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만이 옳다고 선을 ..

시사 2021.08.28

천의무봉(天衣無縫)

요즘 봄 하늘이 참 맑고 깨끗하다. 천의무봉이란, 시문(詩文) 등이 일부러 꾸민 데 없이 자연스럽고 아름다우면서 완전하거나, 사물이 완전무결함을 이르는 말이다. 나는 천의무봉이란 사자성어에서 간섭 받지 않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낀다. 재봉한 자국이 없는 그냥 그대로의 하늘 옷의 아름다움을, 여러 조각을 덧대 만든 인간의 옷이 흉내 낼 수 있을까? TV 토론장에 나온 연사가 Covid19 사태를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재난으로 설명하면서, 대한민국 국민이 과연 1년에 1번 이상씩 해외 여행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 라는 질문을 던졌던 것이 기억된다. 지금까지 내 생각에 해외 여행은 좋은 것이라는 등식이 성립되어 있었다. 견문을 넓히고 관광산업도 활성화된다 등등의 나름대로 논리적인 이유 뒷면에 숨어 있었던, 인..

단상/자연 2021.08.28

작은 규제, 큰 자유

최근 탈레반이 자국 여성들에게 전신을 가리는 복장인 부르카 착용을 강제하는 것이 국제뉴스가 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팬데믹 상황에서 마스크 착용 문제를 두고 사회가 찬반으로 갈려 시끌벅적하다. 무엇을 입고 벗는 것은 개인의 자유라는 주장과,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강제할 수 있다는 주장이 충돌하는 형국이다. 이러한 문제는 우리가 사회적 동물로서 직면할 수밖에 없는,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약속에 따른 규제 간의 갈등에서 비롯된다. 근본적으로 입고 벗는 것은 개인의 자유선택이다. 추우면 입고 더우면 벗으면 된다. 로빈슨 크루소의 생활이 그랬다. 하지만 그가 고향으로 돌아온 후의 삶은 달라진다. 실용성 외에 그 당시 사회에서 허용되는 기준에 맞는 옷을 입어야 한다. 노출정도, 신분에 따른 복장, 특정 집단에서 요..

시사 2021.08.27

재미없는 천국, 재미있는 지옥

이민자들이 많이 인용하는 조크 중 하나가 재미없는 천국과 재미 있는 지옥이다. 캐나다는 재미없는 천국, 한국은 재미 있는 지옥이란 식이다. 사실 천국이나 지옥에 재미라는 의미를 부여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인 것 같으나 그 내용을 살펴보면 재치가 엿보이는 것 또한 사실이다. 여기서 재미라는 것은 주로 인간의 본능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의미로 이해되어진다. 언제 어디서나 친구와 어울려 진탕 놀고 먹고 마실 수 있는 재미, 도처에 널린 엔터데인먼트용 장소가 주는 쾌락, 본인이 의욕이 있고 노력만 하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소일거리 기회 등등. 단도직입으로 재미없는 천국과 재미있는 지옥을 택하라면 사람들은 어느 쪽을 택할까? 지옥이 지옥으로 불려질 수 있기 위해서는 거기에 걸맞는 고통이 반드시 존재할 것인 즉, 개..

단상/천국 2021.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