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리더 4: 카멜레온과 거위 친구

Chris Jeon 2021. 11. 26. 00:31

 

 

 

희한하게 진화된 녀석이다. 눈을 360도 회전할 수 있고 특히 몸의 색깔을 변화시킬 수 있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상황에 따라 소신없이 자기에게 유리한 행동을 취하는 약삭빠른 자를 비유할 때 카멜레온 같다는 말을 한다.

 

사무실에 불이 났다. 비상 상황이다. 민주적 리더십의 신봉자인 사장님이 전 사원을 모아 놓고 의견을 묻는다. 이 상황에서 가장 좋은 행동 요령은? 여러 사람이 발표하고 사장님은 경청하며 심사숙고한다. 그러다가는 모두 죽는다. 불문곡직 “빨리 도망가”라고 외치는 독재형 리더십이 필요하다.

 

이상적인 리더십 유형이 한가지 일 수는 없다. 리더십의 고전인 군주론에서도 마키아벨리는 “군주는 여우와 사자를 겸비해야 한다” 라고 했다. 리더는 유연한 사고를 바탕으로 그 상황에 가장 맞는 대안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유연한 사고는 어떻게 갖춰지는가? 상황에 맞는 합리적인 대안 선택의 능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너무나도 광범위하고 복잡해서 나 같은 범부는 감당이 안된다.

 

그래서 우리가 겪어온 과거사를 되새겨 본다. 혹시 단서를 얻을 수 있을까 해서…

 

직각보행만 하던 사람은 실패했다. 철조망 안에서는 훌륭했었는데 정치 세계에 들어와서는 어색했다.

 

학문의 논리에만 익숙했던 사람도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학교 담장 역시 세상과 분리되는데 일조한 모양이다.

 

한 분야에서만 평생을 일해 오신 분들도 글쎄~다. 민주, 정의를 위해 평생을 바치신 분도 있었지만 그분들에 대한 평가는 한결 같지가 않다.

 

보통의 가정 환경이 아닌 특별한 환경에서 성장하신 분도 적응이 잘 안돼는 모양이다. ‘거울방 공주’ 악플에 시달리는 분이 있다.

 

힘센 나라의 예를 한가지 들어보자. 배우 출신 정치가가 대선 출마를 선언했을 때 반신반의한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결과는 그 분이 그 나라 대통령 중 가장 좋은 평가를 받는 반열에 들었다. 늘 웃고 여유 있고 사람들과 두루 잘 사귀고 유머 많고… 그러면서도 해야 할 것 한가지는 놓치지 않았다. 난공불락 같았던 구 소련의 해체는 그분이 마무리 펀치를 날려 이루어진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까지 오고 보니 카멜레온 혼자 힘으로는 벅찰 것 같다. 그래서 거위 한 마리를 친구 삼기로 한다. ‘거위의 꿈’. 새지만 날지 못하고 땅위를 뒤뚱거리며 걷고 살아도 하늘을 나는 꿈을 꿀 수 있고 항상 그 꿈을 간직하다가 마침내 마음껏 하늘을 나는 거위.

 

 

 

어차피 혼자서 다 할 수 없는 큰 일을 하실 리더다. 본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인재를 알아보고 쓸 수 있는 용인술이 필요할 것 같다. 그래서 360도 눈을 회전시켜 세상을 넓게 보고 필요하면 몸의 색깔을 바꾸는 변화도 두려워하지 않는 카멜레온이, 항상 꿈을 갖고 그 꿈이 주는 희망을 결국 실현시키는 거위의 등을 타고 다니는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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