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일상

시간에 금 긋기

Chris Jeon 2021. 11. 29. 09:09

 

 

‘아인슈타인은 시간의 흐름과 공간의 길이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관측하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달라진다는 놀라운 이론을 발표한다. 바로 상대성 이론이다.’ 상대성 이론을 설명하는 글을 읽다가 이 문장을 발견하고 책을 덮었다. 과학도가 아닌 내가 배울 것은 이것이면 충분하다.

 

‘일각여삼추(一刻如三秋)’란 말도 있고, ‘세월이 쏜 살 같다’는 이야기도 있다. 시간이 느리게 가서 지겹거나 반대로 너무 빠르다고 탄식하는 말이다. 사람마다 느낌이 다르기도 하지만, 내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서 왔다 갔다 하기도 한다.

 

오늘이 어제 같은 삶을 살다가 어느 날 불현듯 죽음이 눈 앞에 와 있는 것을 알게 된다면 좀 허망할 것 같다. 최소한 시간의 흐름을 느끼면서 살고 싶다. 가능하다면 행복한 순간에는 좀 더 오래 있고 싶다.

 

변화 없는 생활 패턴이 시간의 흐름을 지각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이야기된다.  예를 들면, 어두운 동굴 속에 오래 있거나, 무인도에 표류하여 단순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시간 감각을 가지기 어렵다.

 

그래서 내 삶에 가능한 많은 금을 그어서 시간의 흐름을 지각하는 방법으로 삼기로 한다. 이벤트를 자주 갖는 것. 그렇다고 거창한 파티나 행사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5 파운드 체중 빼기에 성공하면 자장면 한 그릇, 가족 축하일을 가능한 많이 만들어서 축하하기…등등.

 

가족 중 가장 힘 센 분의 생일은 1년에 두 번이다. 음력과 양력 각 1번씩. 그래서 여권에 등재된 생일이 아닌 것은 편의상 가짜 생일로 부르기로 한다. 이벤트거리를 많이 만들고자 했으므로 가능한 일이다. 며칠 전 달력을 보니 오늘이 그분 가짜 생일이고 또 이 나라 서쪽 끝에서 이곳까지 온지 3년째 되는 날이다.

 

아침에 일어나 행사 준비한다. A4용지 6장이면 충분하다. 축하해야 할 이유를 써서 플래카드로 만들어 높이 단다. 이제 주인공이 내려오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줄 계획이다. 그리고 어렵사리 이곳까지 온 날이므로 오늘은 온 식구가 외식도 해야겠다.

 

이것저것 챙기다 보니 오늘이 어제와 분명히 다름을 느낀다. 시간이 흐르고 있다. 좋아할 그분 모습을 상상하니 기분이 좋아진다. 이 순간에 더 오래 있고 싶어 시간이 조금 느리게 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아인슈타인 할아버지 말씀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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