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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꾸라지 단상

두가지 종류의 서명을 사용하던 임원이 있었다. 하나는 좀 복잡하게 보이는 사인, 다른 하나는 아주 간결한 모양의 사인. 처음에는 그 이유를 잘 몰랐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복잡한 것은 내가 결재했다는 의미의 사인, 다른 간단한 사인은 내가 그냥 보았다는 의미란다. 윗사람을 잘 모신는데 정평 있는 부하의 행동. 나중에 문제될 만한 소지가 있는 내용은 절대 문서로 결재 받지 않는다. 귀속말로 속닥속닥 상사는 고개만 끄덕끄덕. 문서가 꼭 필요한 경우면 문서는 자신의 전결사항으로 처리한다. 문제 생기면 내 선에서 끝낸다는 결기를 보여주니 윗분이 좋아할 수 밖에. 이심전심 방법도 있다. 예를들면, 보스가 누구를 꼭 승진시켜 주고 싶은데 규정에 어긋난다. 그럴 경우 보스는 지나가는 말로 실무 책임자에게 묻는다. ..

시사 2023.10.20

개념과 정의

개념과 정의의 뜻의 차이가 궁금하다, 사전적 풀이는 다음과 같다. 개념(Concept): 어떤 사물 현상에 대한 일반적인 지식. 정의(Definition): 어떤 말이나 사물의 뜻을 명백히 밝혀 규정함. 또는 그 뜻. 예를 들면, 진보와 보수의 뜻의 차이가 궁금하다면 두 단어의 정의를 먼저 비교해 봐야할 것이고 이후 두 단어가 가진 기본적인 내용을 공부하고 이해하여 두 단어에 대한 개념을 정립해야 할 것이다. 나는 가끔 우리 사회의 혼란이 잘못된 개념 혹은 무개념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정의는 사전만 찾아봐도 알 수 있고 내려진 정의에 대한 시비는 거의 없다. 하지만 개념은 학습을 필요로 하고 학습 과정에서 주관이 개입될 소지가 많다. 즉 개개인의 지적, 교양수준과 가치관에 따라 동일한 사물이..

시사 2023.10.18

제자들의 싸움 2

한가지 사안에 대해서 정반대 주장이 맞서는 경우. 그 이유가 뭘까? 1. 둘다 맞다. 2. 둘다 틀린 주장하고 있다. 3. 원래 답이 없다. 4. 일단 상대에 대해 반대하고 보는 경우 … 더 있을 수도 있겠지만 오늘 아침 생각나는 것은 이 정도다. 1.2,3의 경우는 시간을 갖고 따져보면 해결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4번이다. 감정이 개입되었거나 고정된 신념, 그래야만하는 자신만의 이유, 예를 들면 이기심 같은 개인적인 이유가 개입되어 있으므로 이성, 논리와 같은 합리적인 방법이 먹혀들 자리가 없다. 살아가면서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인간관계상 갈등, 크게 봐서도 지금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악다구니 같은 다툼들을 보면 논리적인 방법으로 접근해서는 안 될 것 같은 경우를 많이 본다. 결국 나를 움직이는 ..

시사 2023.10.11

제자들의 싸움 1

부처, 예수, 모하메드, 공자 이렇게 네 분이 모여 이야기 나누면, 싸울까? 웃을까?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 상상해 보는 장면이고, 대부분 웃는다 쪽에 한 표 던진다. 나는 여기에 더해서 그중 제일 젊고, 파티와 포도주 좋아하셨던 예수님이 바람 잡고 흥겨운 잔치를 벌리는 장면까지 상상해 본다. 바람 잘날 없는 세상이다. 며칠 전 예수, 모하메드 제자들이 서로 치고받는 싸움을 시작했다. 그냥 싸우는 정도가 아니라 철천지원수, 상대방의 씨를 말릴듯한 증오가 묻어나는 전쟁이다. 그분들이 믿고 따르는 분의 가르침은 어디로 갔나? 형제, 이웃, 사랑, 평화…는 안보이고 종교로 갈린 싸움은 어느 한 편이 완전히 없어지기 전까지 이어질 기세다. “내 문제가 아니다.”라고 외면할 수만 없는 세상이다. 세계가 엮어져 있..

시사 2023.10.10

물, 숲 그리고 하늘 2

4주간 캠핑 중 첫주는 허리케인과 함께 한다. 태풍 중심부가 현재 내가 있는 곳으로 부터 500km 정도 서쪽을 지나간다지만 Lee라는 이름의 허리케인 날개가 일으키는 바람과 비는 거세다. 덕분에 대서양의 거친 풍경은 원없이 본다. 캠핑장도 안전을 고려해서 3~4일 정도 close되고 예약자들에게는 전액 환불해 준다. 그래서 계획에 없던 모텔에서 숙박한다. '모텔핑'으로 명명하고 나름 즐겁게 지낼 궁리를 한다. 그래도 캠핑맛을 내기 위해서 캐빈형 모텔을 선택했다. 작은 deck에서 비 내리는 풍경보며 라면 끓여먹는 즐거움도 좋다. 거의 1500km 달려 왔는데 비온다고 방에만 있으면 뭔가 손해 보는 듯하다. 주변 산책로를 찾아 걷기로 한다. 가까운 곳에 동네 사람들이 이용하는 해변으로 연결되는 산책로가 ..

단상 2023.10.06

물, 숲 그리고 하늘 1

캐나다 서쪽 끝에 정착해서 가운데를 지나 이제 동쪽으로 4500km 정도 옮겨와서 살고 있다. 대서양까지 1500km 남았다. 이제 두발로 펄쩍펄쩍 마음대로 뛰어다닐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이 남아있는 것 같지 않다. 내가 옮겨 살지는 않을 것 같은 캐나다 동부를 캠핑하면서 돌아보자고 결심한다. 10군데 국립 공원을 이어서 공원당 3박 정도씩 머물면 얼추 1달 정도면 동부를 한바퀴 돌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여행철은 9월이다. 여름 휴가철 지나고 단풍 시즌 전이어서 한가하다, 나만의 여행이 가능하다. 단, 9월 중순까지는 모기란 놈이 아직 돌아다녀서 조금 성가시다. 첫주 허리케인의 북상이 예보된다. 날씨 탓인지 수십km 해변이 텅 비었다. 좀 독특한 내가 좋아하는 찬스다. 허리에 달린 빨간 종..

단상 2023.10.04

아침 단상 '까노'

집안을 걸어 다니는 총 거리 중 상당 부분은 어디에 두었는지 모르는 안경과 셀폰 찾으려고 다닌 거리다. 일어 나서 문득 떠오른 좋은 생각, 아침 먹고 나면 까마득하게 잊혀지고… 나이탓만 할 것이 아니라 해결책을 찾자. ‘적자생존’, 적는자만이 살아남는다. 손에 들고 다니기 좋은 사이즈의 노트가 필요하다고 이야기 했더니, 예쁜 딸애가 아마존에서 냉큼 한가지 골라서 배달시켰다. Thank you다. 이런 맛에 다 큰 아이들과 같이 산다. 이제부터 언제나, 어디든지 ‘까노’와 함께할 작정이다. ‘까만 노트’, 내 친구. 아이패드에 쓱쓱 쓸 수도 있지만 난 이게 더 편하다. 종이위에 손으로 쓰는 것이 두뇌 운동에 좋다고도 하고 또 책처럼 들고 다니면 폼도 날 것 같다. ‘까노’ 오늘은 좋은 친구 얻은 기쁜 날이다.

단상/일상 2023.06.14

얼룩말이 불러온 현충일 단상

얼굴말의 얼룩무늬는 왜 생겼을까? 몇몇 진화론적 가설 중 하나는, 얼굴말을 노리는 포식자를 헷갈리게 만들 목적이라고 한다. 사자가 얼룩말을 사냥할 때 한 녀석을 콕 찍어서 추격해야 하는데 얼룩말들이 무리 지어 모여 달리면 그 얼룩 무늬 때문에 헷갈려서 특정했던 녀석을 놓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모여서 살아가도록 진화된 것이다. 얼룩말이 무리 지어 달아날 때 중심에 서는 말과 그 외곽에 서는 말들이 있을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무리 외부에 있는 말들이 포식자에게 잡힐 가능성이 크다. 그럼 내부에 서는 말과 그들을 둘러싸고 무리 밖에서 달리는 말은 어떻게 결정될까? 직접 얼룩말에게 물어 볼 수는 없으므로 인간의 관점에서 상상해 본다. 가능성 중 하나는, 힘이 센 녀석들이 비교적 안전한 가..

시사 2023.05.29

내가 먼저다

‘우리는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띄고 이 땅에 태어났다.’ 아직도 기억하는 “국민 교육헌장’ 제일 앞 글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뜻은 장하지만 좀 아닌 것 같다. 인간 탄생 의미를 너무 협소한 곳에 자기 맘대로 우겨 넣었다. 자식을 위해 산다고 한다. 내 희생을 바탕으로 자식이 성공할 수도 있겠지. ‘사’자 돌림 직업 갖고. 부부간 애정 깊고, 자식 공부 잘 시키고… 더불어 나도 행복하게 산다면 천운 받은 자니 좋다고 치고, 만약 아니라면? 내가 무슨 자식 번성의 역사적 사명을 띄고 이 땅에 태어난 것도 아닌데....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내 생각은, ‘내가 행복해야 남도 행복하게 할 수 있다. 여기서 많은 현실적인 버전이 나온다. 사랑을 받아본 자가 남을 사랑할 수 있다. ☞ 고상한 버전. 구조 ..

단상/일상 2023.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