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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수 배우는 것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 ‘우리 삶 가는 곳마다 고수가 있다’. 거지는 공자와 같이 길을 걸어가도 배움이 없고 공자는 거지와 같이 걸어가면서도 배운다. 블로그 활동이 좀 가볍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다. 이 세상 꼭 무거운 것으로부터 발전하지는 않았다. 자신이 좋아 하는 것을 그저 즐기는 분들의 자연스런 모습. 전문가다운 솜씨를 보여주시는 분. 매끌매끌 하지는 않더라도 진정이 보이는 글들. 순박하게 웃고 좋아하는 모습. 나랑 비슷한 생각 들, 내가 화내는 일에 같이 화내고, 같이 좋아하고, 나랑 비슷하게 아파하고. 나랑 생각이 다른 분들, 아하~ 이런 생각도 있구나. ... 오늘 답글에서 마음에 쏙 드는 사자성어를 배웠다. 무괴아심(無愧我心). 내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도록 한다. 즉, “다른 사람의..

단상 2023.12.03

낙서 38: 자초한 일

‘이전투구(泥田鬪狗)’ 한발 담궜다. 이 정도일지는 몰랐고. 발 빼자니 지맘대로 안 되니 삐쳤다고 흉 볼까 걱정 되네. “그래 한번 뒤집어봐?” 아직 가슴 조금은 뛰고 미련도 남는다. 내가 자초한 일. 남 탓하고, 남 눈치 볼 것 없이 내 맘 가는 대로 따르는 것이 맞겠지. 그래, 머리 좀 쉬었다 가지 뭐. 오늘 사교 댄스 강습 있는 날. 빙글빙글 돌면서 머리 식히자. 진흙 밭 대신 반들반들 마루 위 미끄러지고, 개 대신 선남선녀 보기 좋다. 짖는 소리 보다 웃음 소리 더 좋다.

단상/낙서 2023.11.30

낙서 37: 열혈사제2

‘I am a boy.’ 중학교 1학년 영어 처음 배울 때 외웠던 문장으로 기억된다. 지금 생각해보니 좀 이상하다. 내가 분명 남잔데 왜 나를 남자라고 소리쳐야 할까? 검사들 조직에서 만약 ‘정의 구현 검사단’이란 모임을 만들면 어떻게 보일까? 검사란 원래 정의를 구현하자는 미션을 안고 사는 자들인데, “검사 중에도 정의 구현 검사와 정의 안 구현 검사도 있나?” “지들만 정의를 구현하는 검사들인가?” 서울 광화문에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는 검은 유령들이 있다. 주로 대낮에 촛불을 들고 나온다. 주로 정치적 정의를 구현하자는 소리를 외친다. ‘정의구현 ***’ 나는 ‘열혈사제’를 좋아한다. 검정 갑옷 뒤에 숨어서 “I am a boy”를 외치는 대신 내가 옳다고 확신하는 바를 맨몸으로 보여주는 분. 내가..

단상/낙서 2023.11.22

낙서 36: 열혈사제1

교만하지 말아야 한다. 교만이란 것이 뭐지? 잘난 체하여 뽐내고 버릇이 없음. 그럼 ‘~체’ 하는 것이 아니라, 분명 내가 더 잘난 근거가 있는 경우에 내가 잘났다고 하는 것은 교만이 아니다. 인간간 관계상 수준차에 절망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attitude의 수준. 규범이란 것이 있고, 예절이란 것이 있고, 상식이란 것이 있는데 이를 깡 무시하고 설쳐대서 결과적으로 내가, 주위가 피해를 입는다면 참 난감하다. 이 때 수준차가 나서 도저히 같이 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나를 교만하다고 비난하는 자가 있다면 내가 반성해야 하나? “제 탓이요 제 탓이요 저의 큰 탓이옵니다.” 이렇게 가슴치며 반성하는 동안에 그자는 더 기고만장해서 그의 부정적 attitude가 강화 될 수 있다. 이럴 경우에는 인간사적 힘이..

단상/낙서 2023.11.22

불량품 or 걸작

# 배드민턴 리시브 하려고 자세 잡고 서 있는데 갑자기 오른쪽 다리 종아리를 누가 때린 듯 날카로운 통증을 느낀다. 후위에 서 있는 파트너가 실수로 라켓으로 내 종아리를 쳤는가 싶어 뒤돌아 보면 무안해할까봐 모른척하고 게임 끝내고 의자에 앉아서 보니 종아리가 탱탱 붓고 쥐가 난듯 걷기 불편하다. 며칠 견디다가 안되겠다 싶어 병원가서 검사해보니 종아리 근육 파열이라고 한다. 이럴 수가… 400km를 열흘만에 걸어서 주파하고 평지보다 산길 걷기를 더 좋아하는 내가, 그냥 서 있었는데 종아리 근육이 파열되다니 잘못 만들어진 물건인 것 같다. 가만히 세워 둔 차가 고장 났다면 불량품 아닌가? # 하늘 위 그분의 자녀들이 죽고 죽이고 난리다. 어느 한쪽이 멸족될 때까지 안 끝날 기세다. 거슬러 올라가면 수천년 그..

시사 2023.11.17

섬에서 밖을 보면 외롭고 밖에서 섬을 보면 그립다. 이민와서 십여년 섬에서 살아봤고 지금은 대도시에서 5년째 살고 있다. 내가 살았던 섬은 남한 면적의 1/3쯤 되는 큰 섬이지만, 가끔씩 답답함을 느꼈다. 섬 한 켠 해변에 앉아 건너편 흐릿하게 보이는 육지를 보면, 섬이라는 단어가 주는 외로움이 덮쳐온다. 고구마처럼 길쭉한 모습에, 그래서 남북으로 놓인 고속도로가 500km 가까이 거리가 나오는 섬이지만, 차 타고 휭 떠날 때는, 130여킬로 가면 해안선에 닿는 남쪽보다는 300km 넘게 달려야 바다에 막히는 북쪽으로만 갔다. 그래야 가슴이 좀 터졌기 때문이다. 지금은 어딜가나 한국 식당이 보이고 한국말이 영어보다 더 자주 들리는 동네에 살고 있어 무지 편하다. “오늘 소주 한잔 할래?” 번개 미팅 카톡..

단상/일상 2023.11.08

쌀밥 돌밥

아내가 차려준 흰 쌀밥이 먹음직스럽게 담긴 밥 그릇을 비우다가 돌을 몇 개 씹었다. “이 밥에는 왠 돌이 이리 많나?” 아내 왈, “아무래도 돌보다는 쌀알이 더 많겠지요.” 누구 말이 더 맞을까? 얼마전 한국의 한 고위 공직자가 모처럼 내 맘에 쏙 드는 말을 했다. “쌀밥에 돌 한 개만 있어도 돌밥이다.” 어항 속 금붕어와 같이 투명하게 국민들에게 보여지는 고위 공직자들의 바른 자세를 당부하는 말이다. 온갖 구설수에 올라도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는 자. 이런저런 핑계 대고, 요리조리 빠지고, 구차스러운 방법으로 자리를 지키는 공직자들. 쌀알 백 개에 돌 하나라도 그 밥은 돌밥이다. 오늘 아침 밥상에서 돌을 하나 씹었다. “어머나 미안해요. 이빨 괜찮아요?” “하하, 밥 짓다 보면 돌 하나쯤 들어갈 수 있지..

단상/일상 2023.11.04

쉽네

# 개념 혼동, 그 중에서 특히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정치적 활동의 근간이 되는 진보와 보수의 개념에 대한 글을 쓰기로 친구와 덜컥 약속해 놓고 보니 고민에 빠진다. 학창시절 좀 들어봤던 말이지만 반백 년 가까운 세월이 지나는 동안 공부 안 했으니 어디 그 기억이 남아있나? 구글을 보고 자료를 뒤적거려보니 간단치 않다. 관련 주제를 연구한 책도 어마무시 많다. 다시 생각에 빠진다. 우리가 일상 생활을 하면서 개념에 대해 전문적 지식은 사실 불필요하고 오히려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있다. 우리가 수많은 점과 선으로 이루어진 세상에 살고 있지만 점과 선의 정의 혹은 개념에 대해 깊이 고민할 필요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 블로그에서 짧은 글을 발견한다. “Conservation”이란 영어 단어에 대한 ..

시사 2023.10.28

그런대로 살만하네

팍팍한 삶을 즐겁게 바꾸는 방법이 무엇일까? 즐겁다고 생각하기? Happy Ending 믿기? 긍정적 사고? 잘 안되더라. 인간은 어차피 경쟁을 통해 진화된 동물이니까. 삶 자체가 여유롭지 못하다. 힘든 것은 힘들다고 인정하고 그 사이사이 즐거운 것을 끼워 넣자. 나는 부자 아니니 가능한 돈 안드는 방법으로. 뭣 같은 삶에 드문드문 여유가 끼어 있으면 그나마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길 걷다 먼산 한번 쳐다보고 선잠자다 깨면 별을 본다. 수북이 쌓인 낙엽 밟으니 촉감이 좋구나. 그사이 살금살금 기어다니는 다람쥐 참 귀엽다. 찾다보니 더 많이 보인다. 공짜로 얻을 수 있는 즐거움. 이참에 사는 것은 즐겁다고 믿어볼까나?

단상/일상 2023.10.24

나 참 무식혀

캐나다가 진보적 국가 2위로 선정되었다는 신문 기사를 봤다. 이 나라에 살고 있는 나는 캐나다인들이 상당히 보수적이라고 느끼고 있는데 무슨 소린가 싶어 기사 내용을 보니, 진보임을 평가할 수 있는 항목을 정해 점수를 주고 그 총점으로 순위를 매긴 것 같다. 그래서 그 평가 항목이 궁금해졌다. 무엇이 진보의 중요한 요인인가? 그 신문기사에서 예시한 항목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기업가 정신, 국가파워, 문화적 영향, 변화적응, 국가위기 대응, 삶의 질...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진보, 보수를 구분하는 개념과는 무슨 상관이 있나 싶을 정도의 항목들도 있는 것 같다. 나의 진보와 보수에 대한 개념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진보 = 빨갱이, 보수 = 수구꼴통은 아닌 것 같다. 개념이 불명..

시사 2023.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