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화석정

Chris Jeon 2024. 6. 28. 03:28

 

파주 임진강변에 있는 현재 화석정 모습

 

 

 

한국 남자는 대부분 군 복무 경험이 있으니 알 것이다.

‘군인은 명예를 먹고 산다.’

 

역사를 보더라도 군인이 군인으로서 자부심 잃으면 나라가 뒤집히거나 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자부심을 잃은 군대는 가야 할 방향을 잃은 집단이 되거나 책임감 없는 집단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라다운 나라는 군인들의 자부심을 세워주기 위해서 무지 노력한다.

전쟁터에서 돌아가셨거나 부상당한 군인에 대한 극진한 예우, 퇴역 군인에 대한 존경, 유사시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 거는 군인들에 대한 합당한 대우가 군대의 사기를 높이는 기반이다.

 

제대로 된 나라는 군인들을 대 놓고 모욕하지 않는다. 모욕은 그들의 자부심을 바로 망가뜨리고 이로 인해 사기가 저하되기 때문이다.

 

군인이 잘못한 것이 있으면 법에 따라 상응하는 책임을 물으면 된다. 그러나 모욕은 안된다. 흉악범도 카메라 앞에 얼굴 가려주고 수갑 찬 손 보이지 않게 한다.

 

정치인들이 군대의 최고 리더들을 대 놓고 겁박 하는듯한 영상을 봤다. 그들은 잘못을 추궁하는 합법적인 과정이라고 말하겠지만 그 추궁하는 방법이 상대를 무지 쪽팔리게 하고 있다.

 

초등학생 나무라듯 세워 놓고 훈계하고 쫓아내고 면박 주고, 추궁하는 과정에서 낄낄 웃고…

당하는 당사자의 모멸감은 본인 잘못에 대한 대가라고 쳐도 그 광경을 본 부하들의 생각은 어떨까? 그러한 창피를 당하는 상관에 대한 믿음이 생길까?

 

전쟁의 위험도가 낮은 나라에서 고국을 보니 위태위태하다. 여차하면 ‘fight tonight’ 할 집단의 최고 지휘관을 공개적으로 닦달하는 정치인들이 실제 전쟁 나면 어떤 행동 할지가 참 궁금하다.

 

왕과 그를 모시는 양반들이 평소에는 백성들 앞에서 고상한 말만 하다가 막상 적이 쳐들어 오니 한밤중에 멀쩡한 정자 때려 부셔서 불 밝혀 임진강 건너 도망갔다는 ‘화석정’의 고사가 재현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2024년 6월 어느날

 괜히 청문회 뉴스 영상보고 열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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