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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 대화

‘사부작사부작’ 생활 철학의 실천 방법 중 좋은 것이 잡초 뽑기다.아침에 스무개, 저녁 나절 또 같은 수 정도 뽑으면 그다지 넓지 않은 뜰은 내가 원하는 녀석들만 맘 놓고 자라는 천국이 된다. “잡초를 왜 잡초라 부르시나요? ““글쎄, 내가 너희들 이름을 잘 몰라서 그런다.”“혹시 쓸데 없는 녀석들이란 뜻은 아니겠지요?” 그러고 보니 ‘잡’자 들어간 단어는 대부분 그 의미가 좋지 않다.‘잡종’, ‘잡상인’, ‘시정잡배’ … 좀 망설이다가 궁한 답을 한다.“사실 이름도 모르지만 내가 같이 살기를 원하는 풀들이 아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잡초라 불리는 우리들이 얼마나 환경에 잘 적응해서 생명력이 이렇게 질긴지 아시나요?”“당신들이 좋아하는 잔디는 하루만 물 안 줘도 비실대지만, 우리는 그냥 내버려둬도 ..

단상/일상 2024.06.14

6.25 단 하루만이라도

많은 기념일 중 6.25는 좀 특별하다. 공식 명칭으로 ‘6.25 전쟁일’ 혹은 ‘한국 전쟁일’로 불리고 있지만 대다수의 국민은 그저 날자로만 기억한다. 수많은 동포들이 죽거나 다친 동족간 전쟁 터진 날. ‘6.25를 상기하여 국민의 안보의식을 고취하자’는 기념일 제정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문제는 그 전쟁이 아직도 진행형이다는데 있다. 상대가 쏜 포탄이 우리 영토에 떨어졌고, 한방에 공멸할 수 있는 핵무기의 위험은 실감이 안돼서 인지 최근에는 고대 전투에서나 사용했을 법한 오물 투척 방식의 도발에 국민들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6월 6일 열린 ‘노르망디 상륙작전 80주년’ 행사에 미국 대통령과 서방 25개국 대표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나란히 서서 자유 진영을 지키기 위해 단결하..

시사 2024.06.12

내가 누군지 모르겠소

‘부모님 날 낳으시고, 선생님 날 만드시고’서울 어느 성형외과 건물벽에 붙어있던 광고라고 한다.지금 봐도 잘 만든 걸작 광고문구라는 생각이 든다. 나를 나라고 할 수 있는 정체성(Identity)은 무엇일까? 나의 모양은 매 순간 변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1초전 나의 모습과 지금의 나의 모습은 다르다. 그 사이 세포 분열이 일어났을 수도 있고, 눈썹 한 개가 빠질 수도 있다. 선생님이 나를 새로 만드신 경우는 짧은 시간에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될 것이다. 나의 정신도 마찬가지다. 정신이란 존재 자체도 아리송한 것이지만, 하루 종일 오만가지 생각을 하듯이 어떤 정신이 나를 특정하는 지 알 수 없다. ‘내 마음 나도 몰라’ 라는 유행가 가사도 있다. 다른 사람의 관계에서 내가 구별되는가? 김 아무개의 아버지..

단상/일상 2024.06.08

내 이름 부르는 이는?

평생 내 이름을 내가 큰소리로 부르는 경우가 몇 번이나 있을까?대부분 내 이름 부르는 이는 남이다. 나를 지칭하는 것은 이름 외에도 많다. ~ 아빠, ~할머니, ~박사님, ~회장님…하지만 그것은 관계상 혹은 직책/직위의 호칭일 뿐 나라는 브랜드명은 내 이름이다.이름은 나라는 존재의 ID를 대표하는, 나의 고객을 위한 명칭이다. 아침에 카톡이 온다. 받아보니 갓난아기가 웃고 있다. 내가 언제 갓난 아기를 친구 삼았지? 이름을 보니 CK, P. 누군지 모르겠다. 단서를 찾으려고 프로필 사진을 찾아보니 온통 아기 사진과 꽃 사진뿐이다. 더 이상의 조사를 단념한다. 그나마 이름도 여럿이다. 한국 이름, 영어 이름, 세례명, 남편 성 따른 이름. 이런 요소를 조합하면 한사람의 이름이 매우 복잡하게 나눠진다. 내 ..

단상/일상 2024.06.06

낙서 47: 남의 불행을 볼 때

솔직하게 내 자신과 대화한다.남의 불행을 볼 경우 내 속 마음은?1. 그저 안타깝고 도와주고 싶다.2. 그냥 흥미거리다. 불구경 같은 것.3. 내심 잘됐다 싶다. 내가 처한 형편과도 상관이 있을 것 같다.내가 여유가 있고 상대가 내 경쟁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되면 너그러워질 수 있겠다.상대가 나 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되면, 나보다 앞서 달려가던 주자가 쓰러질 때와 같은 느낌이 생길 수 있다.평소 미워하던 상대라면, “천벌 받았다.’ 라고 애꿎은 하늘에 계신 그분을 소환할 수도. 잘 나가던 유명가수가 일순 처신을 잘못하여 나락으로 굴러 떨어지는 광경을 본다. 피 흘리며 숨이 깔딱깔딱 하는 짐승을 향해 침 흘리면 다가가는 하이에나가 많은 것 같다. 남이 어려움에 처해있을 경우 나의 진실한 마음은 무엇인가?딱..

단상/낙서 2024.06.04

낙서 46: 숨이 막힌다

고국 뉴스에 ‘DJ 뉴진 스님’이 화제가 된다 길래 유튜브로 공연 몇 편 봤다.새로웠고 재미있었다. 불교를 모독하는 내용은 없는 것 같고 가사장삼 입고 폴짝폴짝 뛰는 모습이 죽비 들고 ‘할’을 외치는 스님 모습과는 확연히 달라 신기했다. 몇몇 해외 공연이 취소 되었다고 한다. 불교를 모독했다고.뭘 모독했지? 예술을 예술로 보는 시각을 논하기 전에 좀 좁다는 느낌이 든다.지금 MZ 세대에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로다.” 외치면 몇 명이나 가섭의 미소를 띌까? 그냥 깨달은척하는 사람들은 제외하고 하는 이야기다. 며칠 전 성당에서 “이 예물을 ‘헌양’하오니 받아주소서.” 라는 찬송가 구절을 봤다. 옆에 앉아 있던 힘센 분이 묻는다. “무엇을 바친다는 뜻인 것 같은데 정확한 단어의 듯이 뭐예요?” “나두 몰라...

단상/낙서 2024.06.02

오월 결산

아~신록이다 했는데5월도 끝물이다.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시간이지만 일단 12토막 쳐 놨으니대차대조표를 만들어 보자. 수입기후 변화로 인류 멸종 일어나지 않아 1달 더 살았고,주위 아는 분들 역시 부고 소식 없어서더운 날 검은 옷 입고 “상사말씀 무슨 말씀…” 머리 조아리지 않았고,우리 식구 역시 사건사고 없어 5월이 4월 같았고,나는 여전히 두발로 땅 딛고 청춘인양 성큼성큼 걷고 있다.… 지출?모두 공짜로 받은 것 밖에 없어 지출 항목 ‘0’다. 뭣 같아 보이는 세상도 곰곰이 생각해 보니좋은 일 천지삐까리다.

단상/일상 2024.05.28

낙서 45: 잠재적 장애인

장애인 돌봄 단체에서 사람을 구분하는 기준은, ‘장애인'과 ‘정상인’이 아니라,‘장애인’과 ‘잠재적 장애인’으로 나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의미 있는 구분이다.내가 언제 사고 당할지 모른다. 사고 안 당하더라도 치매가 기다리고 있다.요행히 요리조리 다 피한다 하더라도 뇌의 자연 노화에 따른 ‘어리버리’는 어찌 할꼬. 오늘 ‘발달장애인 부모 후원 음악회’를 다녀왔다. 장애 가진 사람들을 돕기 위해 한인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가 연주하고 2부에 장애인들도 참여하여 무대를 꾸몄다. 행사를 기획하고 지휘까지 맡으신 목사님의 열정을 보니 참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든다. 정상인도 힘들 텐데 장애가진 어린 학생들을 가르쳐서 무대에 서도록 지도한다는 것은 특별한 소명 의식 아니면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서..

단상/낙서 2024.05.27

낙서 44: 세상은 요지경

https://www.youtube.com/watch?v=cJsEeeAvN84  사이비 교주 되기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한다.일단 요상한 교리 하나 만들고, 계속 고함 지르고 다니면, 언젠가는 제대로 된 한명 걸린다. 어리버리 10명 보다 똑똑한 놈 한 명이면 된다. 법 무서워할 필요 없다. 돈만 있으면 “아니오”, “모르쇠” 두 단어만 사용하고, 양 팔 벌려 고난 받는 어린양 제스츄어만 취하고 있으면 나를 응원하는 집단이 나의 방패막이가 되어주고 이후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 총은 쏘라고 준 것. 그렇다면 권력은 쓰라고 준 것. 조자룡 헌칼 쓰듯 마구 휘두른다. 누군가 애꿎은 사람이 그 칼에 맞아 쓰러지더라도 한마디면 족하다.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그 국민의 뜻은 곧 이현령비현령(耳..

단상/낙서 2024.05.26

낙서 43: 내 책임

누군가가 나의 일에 참견하면 기분 나쁘다.내 일은 내가 주도적으로 처리한다.그러므로 내 일에 관련된 문제는 내가 먼저 나서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 의료 시스템에 문제 있다는 것에는 모두 공감.그럼 그 문제를 누가 가장 잘 알고 또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할까?그 분야에서 일하고 계신 분들. 그런데 그분들 지금까지 뭘 하셨나? 그러나 현실은 이론대로 잘 안 되더라.조직 생리상 문제점 이야기하면 내게 해롭다.현재의 평화로움을 깨뜨리니까.‘바른 것이 좋다’가 아닌 ‘좋은 것이 좋다’ 가 득세한다. 그래서 증상이 심각해지면 힘을 가진 제3자가 개입한다. 제3자가 일의 처리 하는 방식은 크게 2가지다.정석대로 관련된 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서 타협안을 만들어 내는 것.이상적이지만 그 과정이 어렵다. 결과가 이도..

단상/낙서 2024.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