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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글 6 : 당해봐야

동네 공원에 산책 갔다가 앞에서 걸어가고 있는 노인 한 분의 신발 끈이 풀어져 있는 것을 보았다. 그냥 지나칠까 하다가 마음속으로 잘 안되는 영어로 작문해서 “신발 끈이 풀어졌네요.” 라고 알려 드렸다. 그러자 그분이 웃으며 하시는 말씀이, “저 앞쪽 벤치에 가서 매려고 해요, 고맙소.” 자기도 신발 끈 풀어진 줄 알지만 평지에서 허리 구부리지 못해서 저 앞에 있는 벤치에 발 올려 놓고 매겠다는 뜻이다. 그 말을 듣고 왠지 마음이 짠했다.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나도 몸이 예전 같지 않음을 느낀다. 허리에 살이 좀 붙은 것 같아서 일주일 전부터 윗몸 일으키기 운동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며칠 전부터 엉덩이 위쪽 허리 부분이 뻐근해서 몸을 앞으로 굽히기 불편하다. 외출하려고 양말 신을 때 2층으로 올라가는..

단상/일상 2023.05.12

2023.05.06 생각이 많았던 하루

날씨가 확 좋아졌다. 날씨가 계속 좋으면 사막 된다는 스페인 속담이 있다고 하지만 날씨가 좋으면 기분이 따라 좋아지는 것 사실이다. 그런데 오늘은 기분이 그저 그렇다. 이젠 강퍅한 글 쓰기 싫어 진다. 그냥 아름답고 감성적인 글 쓰고 싶다. 하지만 오늘은 예외다. # 오늘 오전 도심 Mall 앞을 걸어가는데, 한인들 30명 정도 모여 있고, "겨레의 늠름한 아들로 태어나~" 신나는 군가 들리길래 무엇인가 하고 봤더니, '윤석열 퇴진' 시위 중. 주최측은 고국 정부로 부터 지원 받는 조직이다. 플래카드 몇개 걸렸는데 모두 한글. 모인 사람들은 그냥 화난 표정으로 서있고, 조금 있다가 어디선가 한 사람이 배낭에 태극기 꽂고 나타나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시위대와 그 태극기 꽂고 나타난 사람이 육두문자 교환..

단상/일상 2023.05.07

Funkytown이 되살린 추억

신임 소위는 영외 거주가 안된다. 그냥 부대 안에 있는 독신 장교 숙소(BOQ)에서 해 주는 밥 먹고 눈치 봐서 가까운 마을에 잠시 외출하는 정도. 그러니 남아도는 정열을 내 보낼 길이 없다. 마을에 외출했다 돌아오면서 꼭 사 갖고 오는 소주를 쟁여 놓는다. 훈련 없는 주말 오후 심심하니 옆방 동기와 과자 부스러기 놓고 술판 벌린다. 술이 좋아서가 아니라 할 일이 없어서다. 물 마시듯 마시다가 지금 보면 구닥다리 카세트에 테이프 넣고 음악 튼다. 신나게 나오는 음악, Funkytown. 거나하게 취한 두 젊은이가 일인용 침대위에 올라가서 펄쩍펄쩍 뛰며 춤춘다. 춤이라기 보다 몸부림. 접신의 경지. 당직 서던 동기가 큰 소음에 놀라 문 열고 들어와서 눈 동그랗게 뜨며 하는 말. 둘 다 미친 줄 알았다고. ..

단상/일상 2023.05.02

낙서 35: 아침 낙서

세금이 줄줄 샌다. 내가 사는 도시 지하철 공기가 왕창 늦어져서 당초 공사비 55억 달러 책정되었는데 지금은 약 135억 달러가 예상된다. 눈 감고 계획한 것이 아니라면, 불가피한 요소 감안하더라도 공사 진행 과정에서 생긴 문제의 탓이 많을 것 같다. ‘**평화통일자문**”라는 조직이 이곳에도 있다. 어제 온 카톡 보니까 고국의 현직 대통령 퇴진 위한 집회 한다는 홍보다. 해외에서 퇴진 시위하는 것이 평화 통일 이라는 벅찬 주제에 대한 대통령을 위한 자문에 어떤 도움이 될런지 잘 모르겠다. 세금 줄줄 새는 것 보면 평정심이 조금 흔들린다. 비록 내가 내는 세금은 미미하지만, 이러한 누수로 인해서 꼭 돈 들어가야 할 곳에 돈이 안 흐르니 결국 내가 그 피해를 본다. 어제도 밤 운전하면서 도로에 그인 줄이 ..

단상/낙서 2023.05.02

2023. 04. 27 아침 단상

날씨 확 좋아졌다. 한 주 내내 우중충 으슬으슬 하다가 오늘 하루 반짝. 그럼 기분도 화창해야 맞는데 왠지 좀 찌뿌둥한 느낌 이유는 모르겠다. 시니어 변덕인가? 하루 4가지 집안에서 규칙적으로 꼭 하는 일 정해 놓자. 영어 공부 1시간, 좋은 강좌 듣기 1시간, 글 쓰기 1시간, 실내 운동 1시간. 그동안은 그냥 되는대로 했는데 그러다 보니 들쭉날쭉. 솔직히 게을러져서 점점 안하게 되고. 나이 들면 모든 것이 예뻐 보인다고 한다. 피는 꽃은 당연하고 그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구름도, 저녁 달도 더 예뻐 보인다. 얼마 보지 못할 것 같아서 아쉬운 것인가? 지나가는 시간이 아깝다. 뭔가 하는 듯한 느낌을 갖는 것이 화창한 봄날에 드는 우울함을 떨쳐버리는 방법이 될 것 같다.

단상/일상 2023.04.28

카톡 에티켓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커뮤니케이션 방법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일과 중 ‘까똑’ 소리가 한동안 들리지 않으면 내가 소외된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지경이 됐다. 따라서 우리의 일상이 된 비대면 방식의 의사소통에 대한 에티켓도 필요해 졌다는 생각이 든다. 그 중에서도 카톡을 사용하는데 필요한 예절 가운데 나름대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 10가지를 정리해본다. 예절은 사회가 부드럽게 돌아가도록 하는 윤활유와 같은 역할을 한다. 아무쪼록 편하고 즐거운 카톡 사용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1. 상대의 활동 시간대를 고려한 사용 시차가 있는 나라는 물론이고 외국에서 살고 있는 친구를 새벽에 깨우는 실례를 범해서는 안된다. 특히 단톡방과 같이 많은 사람들이 한방에 모여 있을 경우 더욱 주의해야 할 점이다...

단상/예절 2023.04.22

꽃이 예쁜 이유 2

부처님이 모르시는 것 한가지, 본인 앞에 엎드려 염불하는 중 마음. 내가 유일하게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내 마음, 내 생각이다. 그러니 내 생각만큼은 자유롭다. 어디든 넘나들 수 있다. 맞나? 사실 내 생각도 갇혀 있다. ‘신념의 체계 속’ 학술적인 용어인지는 몰라도 나는 그렇게 이해한다. 내가 태어나서부터 보고, 듣고, 배우며 습득한 모든 정보, 경험이 축적돼서 일종의 프로그램화 된 것. 수치를 입력하면 엑셀 프로그램이 돌아가서 답이 나오듯, 내가 인지한 사안에 대해서 이 신념의 체계라는 프로그램이 처리해서 내 생각을 만들어 준다. 그러므로 내 생각 역시 내가 만든 이 ‘신념의 체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이 신념의 체계는 나를 나 답게 만들어 주는 주요한 요소다. 일종의 나의 정체성이다. 그러..

단상/일상 2023.04.17

꽃이 예쁜 이유 1

지천에 꽃 피는 계절이 성큼 다가왔다. 꽃 싫어하는 사람 없다. 알러지가 있어 싫어 한다고 할 수는 있으나 그것은 알러지를 싫어하는 것이지 꽃 자체가 싫은 것은 아닐 것이다. 당연한 것 같기도 하지만, 사람은 왜 꽃을 아름답다고 느끼고 좋아할까?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볼 것 없이 내 생각을 나열해 보자. #1 모양이 이쁘다, 색깔이 곱다, 향기가 난다. 모두 외형적인 요소다. 꽃만 모양이 예쁜 것이 아닐 것이고, 더 화려한 색 가진 것들 많고, 향기는 인간이 만든 것이 더 강하고 다양할 텐데… 꽃 확대해서 보면 좀 이상하다. 솜털이 숭숭. 화려한 색 가진 개구리 징그럽다고 한다. 인간이 좋아하는 향기 다른 동물들은 피한다. 뭔가 더 있나? #2 자연이 만든 질서 그대로를 간직하면서 미적으로 균형이 잘 잡혀..

단상/일상 2023.04.13

만세삼창 후

만세! 만세! 만세! 영원히 이어 나갈 것을 염원하는 것 또는 경축, 환호의 의미. 삼일절 기념 만세 삼창 후 한달이 훌쩍 지났다. 완벽한 숫자인 3번을 만세라고 외쳤으니 분명 이루어질 것으로 믿으면 끝인가? 우리로 하여금 목숨을 걸고 ‘만세’ 라고 절규하게 했던 이웃 나라 대하는 방법을 놓고 국론이 여전히 둘로 갈라져 있다. 나를 괴롭힌 녀석이 이웃에 산다. 나보다 힘이 세서 그런지 아직도 잘못을 사과하기는 커녕 여전히 나를 무시하고 뻔뻔하다. 심지어 나를 다시 해코지할 기회를 노리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상대가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도록 계속 설득한다. 그런데 상대가 안한다면 별 도리가 없다. 계속 사과하라고 따라다니면 잘못하다가 스토커(stoker) 모양새가 될 수도 있다..

시사 2023.04.09

2023.4.8(토) 아침 단상

이곳은 오늘이 부활절. 부활을 기리고 기뻐하는 날. 그래서 나라가 쉰다. 하루 더 못 쉬는 것이 아쉬워 월요일도 쉬고. 그런데 우리에게 다가오는 부활의 의미가 한결 같지는 않다. 달라도 좋은 의미라면 다 아우르는 것이 그분의 뜻인가? 아니면 어느 것은 틀린 것인가? 모르겠다. 어쨌든 봄에, 죽은 듯 보였던 나무에 새싹 트는 모습이 보기 좋다. 부활절 은총 많이 받으십시오.

여운 2023.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