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소통

말귀 1

Chris Jeon 2024. 6. 20. 01:51

마이산

 

 

마이동풍(馬耳東風), 말귀가 어둡다, 말귀를 못 알아 듣는다.

‘말’이 여러 마리 등장한다. 말이 정말 귀가 어둡나?

나도 말귀를 잘 못 알아 듣는 모양이다.

 

‘말귀’란 단어에는 2가지 함축된 의미가 있다. “말귀 어둡다”는 ‘남이 하는 말의 뜻을 이해하는 슬기’가 부족하다는 뜻이고, “말귀를 못 알아 듣는다”에서의 ‘말귀’는 ‘말의 내용’이라는 의미다.

 

어찌되었든 말귀 때문에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사는 세상사에 어려움이 많이 생긴다. 

 

그러면 말귀 때문에 생기는 문제는 내 탓일까 아니면 상대방 탓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쌍방 책임일 가능성이 높다.

 

‘남이 하는 말의 뜻을 알아듣는 슬기’란 의미로 보면 우선 듣는 자의 탓인 것 같다. 아무리 설명해도 못 알아 듣는 우둔함, 들으려고 하지 않는 아집, 내 식대로 해석해서 듣는 편견, 모든 것을 건성건성 듣는 게으름…

 

그러나 사람들의 사고 방식이나 인식의 수준이 모두 다름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면 전문가만이 이해할 수 있는 지식을 보통 사람에게 말하는 경우. 누가 양자 이론을 내게 열심히 설명해도 나는 못 알아 듣는다. 말하는 자에게는 그것이 상식일 수 있어도 내게는 전문지식이고 사실 관심도 적다.

 

결국 듣는 사람은 열심히 듣고, 말하는 사람은 상대에 따라 적절한 수준과 방법으로 조리 있게 말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내가 귓가를 스쳐 지나가는 바람소리까지 경청할 수는 없으나 상대가 열심히 말할 때는 가능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태도를 갖는 것.

 

내 수준과 생각에 맞추지 말고 상대의 형편에 맞춰서 알아듣기 쉽게 이야기하는 것. 물론 알아듣기 쉽게 이야기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은 내 책임이다.

 

말귀 어둡다 혹은 못 알아 듣는다고 상대를 비난하기 전에 나의 문제점을 먼저 반성해 보는 것이 문제 해결을 위한 순서다. 사람은 모두 잘 안 변하지만 특히 남을 변화시키는 것은 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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