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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작사부작

인도로 망명한 티벳 노승에게 기자가 물었다. “그 험한 히말라야 산맥을 어떻게 넘어 오셨습니까?” 그 노승의 대답, “한걸음 한걸음 걸어서 왔지요.” 할머니들 밭에서 호미질 하시는 것 볼 때 경운기로 그냥 확 갈아 엎는 광경만 생각하면 좀 답답해 보인다. 하지만 한나절 일 끝내고 중참 잡수실 때 보면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고랑들이 깨끗해진 것을 보고 놀란다. ‘사부작사부작’, 별로 힘들이지 않고 계속 가볍게 행동하는 모양을 뜻한다. 사부작사부작이 가능해지는데 전제 조건이 있다.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이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그 일을 즐길 수 있는 것.  빨리빨리 왕창왕창 문화에 젖은 우리가 사부작사부작의 의미를 잠시 잊고 산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  나 혼자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해. 드는 시간 생각했을..

단상/일상 2024.05.20

시니어 글 11: 내 맘 니가 알고

* 시니어 관련 글을 다시 꺼내서 햇볕에 말리고 있습니다.* 사우나실에 앉아서 환담을 나누는 나이드신 분들의 대화를 옆에서 들어보면 대회의 주제는 다양하지만 실제 사용하는 어휘는 제한적임을 느낀다. “그것 있잖아 참~ 그렇더라.”   여기서 언급하고자 하는 것은 대상을 구체적으로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화 시켜 말하는 대명사의 남용에 관한 것이다. 영어에 있는 He, She, That, It 같은 것이다.   우리가 대화하는 것은 의사소통을 목적으로 한다. 내가 말하는 것을 상대가 이해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어린 아이가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자 부모가 “저 달 참 이쁘지?” 라고 반응할 때 실상 아이는 손가락 끝에 묻은 코딱지를 떼 달라고 내밀은 것이라는 말이 있다. 물론 비유를 위해 지어낸 이야..

시니어 2024.05.18

낙서 41: 개념 혼동

아이의 기 살리기 : 버르장머리 없는 아이 만들기겸손 : 비굴개인주의 : 이기주의침묵은 금 : 할말 못하는 용기 없는자 도광양회(韜光養晦) : 기회주의진보 : 좌익보수 : 꼰대존경 : 아첨적극적이다 : 나댄다발랄하다 : 까분다신중하다 : 우유부단하다적극적이다 : 성급하다 섬김 : 굴종순명 : 맹목적 복종의문 : 의심무사안일 ; 낙관적 사고고유하다 : 튄다… 사전에는 분명히 정의 내려져 있다.그러나 현실에서 확실하게 구분해서 처신할 수 있을까?나의 결론은 자신 없음. 내 잣대로, 내로남불,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그래서 생기는 문제가 수두룩빽빽.

단상/낙서 2024.05.16

여정 3-일상으로 돌아오는 길

북미 대륙을 절반으로 가르는 캐나다-미국 국경선. 형님 아우하는 사이니 국경선 넘기가 수월하다. 서쪽으로 갈 때는 캐나다를 통해서 갔으니 동쪽 집으로 돌아올 때는 미국을 통해서 오기로 했다. 사실 미국 쪽 도로가 운전하기 더 수월하고 기름값도 싸다. 무엇보다도 여정이니, 짧지 않은 오가는 시간 동안 새로운 것을 더 많이 볼 욕심이 크다. 당초 계획은 국경선에 비교적 가까운 국립공원들을 들러서 캠핑하며 오는 것이었으나 날씨가 아직 춥고  close된 공원들이 다수다. 그래서 경로상에 있는 가능한 볼 것만 보고 오는 것으로 해서 일정을 조금 단축했다.   서쪽은 지세가 험하다. 그래서인지 기후 변화가 심해서 생각할 수 있는 기상 상태를 다 겪어 본다. 쾌청, 구름, 눈, 진눈깨비. 폭우, 우박. 안개. 우스..

단상/자연 2024.05.15

여정 2-산천은 의구한데…

대충 6학년을 넘어서면 지나온 길을 자주 돌아보게될까 아니면 앞으로 나갈 길을 더 많이 생각하게 될까?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이미 저질러진 과거보다 그래도 내가 용써볼 수 있는 미래를 고민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 같다.  고향이 2곳이다. 태어난 고향과 이민와서 뿌리 내린 고향. 한참만에 뿌리 내린 고향을 찾아보니 '산천은 의구한데 사람은 많이 변했음'을 실감한다.  내가 나이들어 늙어가고 사라짐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내가 웃고 울었던 그곳은 그대로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내 추억속에 담겨있는 것들이 내가 만들어갈 미래보다 더 진하고 가깝게 다가온다. 아무래도 나는 앞을 바라보는 것 보다 뒤를 돌아보는 횟수가 더 많은, 비합리적인 사고의 소유자인 것 같다.  겉 모습은 크게 변한 것..

단상/자연 2024.05.13

여정 1-고향가는 길

고향이 두곳이다. 한국에서 태어난 곳과 캐나다로 이민 와서 첫 랜딩해서 10년 이상 산 곳. 첫번째 고향은 아련해 졌고 두번째 고향이 더 살갑게 느껴진다. 그래서 몇 년 생각만 하다가 이번에 자동차로 다녀오기로 했다. 고향에서 한달 살기. 출발 시기는 3월말경. 가는 길 한주 잡고 얼추 4월 한달 고향살이가 가능하다. 4월은 내가 여행하기 좋아하는 달이다. 관광 시즌 전이라 조용하고 날씨도 비교적 무난하다. 특히 모기가 출몰하기 전이어서 자연속에서 뒹굴기 딱 좋다. 예상대로 가는 길이 한적하다. 산에는 흰 눈이 남아 있고 도로는 깨끗하다.    5년간 살았던 중부 대평원 지대를 지나간다. 일출과 일몰을 한 장소에서 방향만 틀면 다 볼 수 있는 땅이다. 멋 있다. 유채꽃 피는 시기면 더 장관일 텐데 아쉽다..

단상/자연 2024.05.12

난 막걸리를 마시고

27세, 유학생, 여자, 한국 시골에서 태어나 명문 Y대 졸업. 캐나다 유학 후 영주권 취득을 위해 WORKING PERMIT으로 일하던 중 돌연사. 지병이 있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한국에서 수술 받기 위해 항공권까지 예약해둔 상태였음. 세례 받았고 미사도 착실히 참석. 성당 연령회에서 장례 지원. 가족은 한국에서 날아온 부모님과 여동생 한 명. 이곳 친구 소수. 관 들어줄 사람 없어서 내가 봉사. 사지 멀쩡하고 시간 많다. 이곳 문화에 따라 관 뚜껑 열려 있고 조문한다. 참 예쁜 얼굴이다. 죽은 자 예쁘든 안 예쁘든 무슨 상관이겠냐 만은 그래도 이쁘고 젊은 얼굴 보니 더 안타깝다. 부모님 보니 50대 초반. 어머니가 무척 강하시다. 장례 미사 때 떠난 딸 회고하는데 많이 울지 않음. 미사 참석한 사람들..

단상/일상 2024.03.27

시니어 글 10: 산자에게 바치는 꽃

무덤 앞에 놓은 꽃 비 맞고 시들며 썩는다. 영혼이라도 즐기실까? 누구를 위한 것인가? 바치는 자의 살아 생전 못다한 후회, 자책, 그리움… 산자에게 드리자. 향기 맡고 꽃잎 보며 위로 받을 수 있는 살아 숨쉬는 사람. 제단 보다는 눈 맞추고 향기 맡을 수 있는 따뜻한 가슴위가 제자리다. 웃음꽃, 격려화, 사랑초… 지천에 꽃이고 사람이다. 나도 그중 하나다.

시니어 2024.03.24

2024.03.22 아침 단상: 거짓말

내가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살아온 것 같다. “열심히 공부 한다.” 배움을 위해서가 아니고 좋은 직장 얻어서 잘 살려고. “부하를 위해서 내가 먼저 위험 지역에 들어간다.” 사실 장교 계급장 달고 쪽 팔리기 싫어서. “회사를 위해서 책임감 있게 헌신적으로 일 한다.” 승진 빨리 하려고. “은퇴 후 느리게 살자.” 사실 게으르거나 할 일이 별로 없어서. … 다른 사람은 어떨까? 나라를 위해서라며 잠도 안자고 뛰어 다니며 자신을 국민의 머슴으로 뽑아 달라고 한다. 그런데 뽑아 주면 머슴이 아니라 주인행세 한다. … 공상을 해본다. 만약 이마에 내 진심이 화면에 비치듯 나타난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될까? 참 재미 있을 것 같다. 아니 거의 세상 종말이 올 것 같다. 거짓말이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나쁜 것만은 아..

단상/일상 2024.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