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 9: 축복인가 저주인가 어느 블벗님의 프로메테우스산 여행기를 읽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불을 훔쳐다 준 죄로 영원히 간을 쪼이는 형벌을 받는다. 불은 인류 문명의 원천적인 힘이 된 축복이다. 그러나 이러한 축복과 함께 인류가 비켜갈 수 없는 저주도 함께 온 것이 아닐까? 프로메테우스의 간을 영원히 쪼아 대는 독수리의 저주. 지금 지구 도처에서 혀를 널름대는 불길을 보면 신화속에 숨어 있는 하늘의 뜻이 보이는 것 같아 등골이 서늘해진다. 단상/낙서 2022.03.04
윤활유 한 방울 3 : 발자국 남기는 것 눈을 밟으며 들길을 갈 때에는 모름지기 함부로 걷지 마라 오늘 내가 남긴 발자취는 후세들에게 이정표가 될 것이니 한자는 잘 모르지만 내가 좋아하는 한문시 번역한 것이다. 한걸음 한걸음 삼가하는 서산대사의 마음이 와 닿아서 전문을 옮겨 실어본다. 일개 분대의 군인들이 지나가면 없던 길도 새로 생겨난다. 군홧발의 위력이 실감나는 말이다. 팬데믹 상황으로 산행과 트레킹을 즐기는 인구수가 확 늘었다. 오랜만에 가본 트레일 Path가 2년전에는 한사람 지나갈 만한 넓이에서 조금 과장해서 지금은 신작로처럼 넓어진 것을 보고 놀라는 경우가 있다.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져서 길이 닳고 넓어진 것은 어쩔 수 없다. 문제는 없던 길이 수없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사람 발길이 닿는 자연의 원래 모습이 훼손되는 것은 피할 수 없.. 단상/예절 2022.02.28
나 혼자라는 것을 느낄 때 요상한 바이러스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붐비는 곳이 골프장이다. 실내 활동이 제약 받으니 너도나도 예약 전쟁을 치룬다. 팀별 출발 시간 간격이 좁아져서 공 찾는다고 오래 두리번거리면 눈총 받기 십상이다. 꼭 장터 같다. 다가오는 봄에도 같은 광경이 펼쳐질 것 같다. 눈 덮인 골프장의 고즈넉한 풍경을 보니 한가지 기억이 떠오른다. 만약 정규 18홀 골프장에서 나 혼자 골프치면 어떤 느낌이 들까? 황제 골프? 실제로 경험해 봤다. 오래전 일이다. 별로 붐비지 않는 동네 골프장에서 여름 오후 늦게 혼자서 라운딩을 시작했다. 동네 골프장이라도 거리는 짧지만 18홀을 갖췄다. 늦게 출발했으므로 전체 홀을 다 돌 생각은 없었고 어둑해지면 그냥 나올 작정이었다. 18홀 중 약 2/3 정도 되는 지점에 있는 홀은 그 골.. 단상/일상 2022.02.20
남의 일일까? 우물 속 개구리 5마리, 사이비교 열혈 신자가 된 교수, 알고리즘. 관련이 없는 것 같지만 사실 알고 보면 모두 연관되어 있다. 우물 속 개구리 이야기는 설명이 좀 필요할 수도 있겠다. 온 동네가 개구리 소리 천지여서 가장 큰 소리가 나는 우물 속을 뒤졌더니 개구리 5마리가 튀어나왔고 이것들을 쫓아버렸더니 그냥 따라 울던 개구리까지 조용해져서 마을 사람들과 다른 많은 동물들이 편히 잠들 수 있었다고 한다. 백신 접종 의무화에 반대하는 트럭 기사들의 시위로 주요 도시들이 마비 상태다. 통계상으로는 약 15% 정도의 국민이 아직 미접종 상태라는데, 왜 15% 때문에 전 도시가 마비 되어야하나? 그들 중 상당수는 왜 백신 음모론을 굳게 믿을까? 가게 문을 열었다 닫기를 반복해야 하는 소 상공인들의 눈물은 누가.. 시사 2022.02.07
낙서 8: 까치 설날 왜 까치 설날인가? 세상 좋아져서 구글님이 바로 답해 주신다. 섣달 그믐, ‘작은 설’이란 의미가 거의 정설이라고 한다. 오늘 내가 사는 이곳은 ‘까치 설날’, 뿌리가 닿아 있는 한국은 ‘우리 설날’이다. 나는 우리에 못 속하나 보다. 아쉬워서 뭐 할 것 없나 살피다가 12월 한달 동안 켜 두었던 크리스마스 light 장식이 생각났다. 사실 크리스마스 보다 설날이 우리 명절 아닌가벼. 냉큼 나가서 집 밖에 아직 달려있는 장식등을 켜니 반짝반짝 이쁘게 불이 들어온다. 이웃들이 궁금해하겠지. 2월에 왠 크리스마스 light? 너네들은 우리의 유구한 반만년 전통을 모르는가? 구글에서 찾아봐. 2월에 있는 아시아 국가 큰 명절이 뭔지. 나는 크리스마스, 탱스기빙데이를 아는데 너희들은 왜 설날을 모르니. 단상/낙서 2022.02.01
냉장. 냉동 냉장고 청소하는 날. 한참을 벼르다 하는 것이다. 2인 1조를 진행되는 것이니까 날 잡기도 힘들다. 그저께는 아내가 귀찮았고 어제는 내가 게을렀고, 오늘은 죽이 맞았다. 음식 꺼내고 재 분류하는 일은 아내가, 서랍 분해 및 청소는 내가. 내 일이 더 많고 힘든 것 같다. 다 꺼내 놓고 보니 참 많다. 뭘 이렇게 많이 사다 놓고 먹었나? 버릴 것도 있다. 유효기간 지난 것. 왜 이런 것을 넣어 두었나 할 정도의 것들. 내가 좋아하는 모 아이스크림 bar는 냉장고 구석에 숨어 있다가 물 주머니가 돼서 나온다. 양심에 가책이 온다. 세계 기아 운운하며 글 쓴 것이 조금 민망해진다. 청소 다 끝내고 엄선된 품목만 다시 제자리에 챙겨 넣는다. 꺼낼 때 냉장고가 거의 가득 차 있었는데 다시 넣고 보니 절반 정도 공.. 단상/일상 2022.01.30
힘내시라! ‘Boomer remover’ 코로나의 별칭이다. ‘Baby boom’ 시대에 태어난 늙은이들 없애는 병. 섬뜩하다. 출산율 저하, 노령인구 증가가 또 다른 지구 폭탄이라고 한다. 먹여살려야하는 인구는 늘어나는데 이것을 감당할 젊은 인구는 줄어든다. 지구 부채(負債)로 전락된 느낌이다. ‘삼식이’란 말은 있는데 ‘삼순이’란 말은 없다. 같이 늙어도 암컷 코끼리는 무리의 리더가 될 수 있는데 수컷은 지가 알아서 조용히 죽어 줘야한다. 같은 종으로서 “이게 뭐야” 라는 화가 솟는다. 죽자사자 열심히 발버둥치며 살아온 것 같은데. 그래서 이튿날 깨질 듯이 아픈 두통을 예상하면서도 새벽까지 가짜 웃음 지어가며 술 퍼 마셨는데. “그래서 어쩌라고” 이 한마디에 할말이 없어진다. 부채는 부채다. 이것이 현실이다. .. 단상/일상 2022.01.28
미스 아메리카 대선 공약 중 ‘여가부’ 폐지에 대한 공방이 격해진다는 기사를 봤다. 그대로 두되 ‘양성평등부’로 이름 바꾸자는 의견도 나온다. 이름에 따라 내용이 바뀐다면 지금 내 이름을 Solomon으로 바꾸고 싶다. 지혜와 부 그리고 은총을 다 거머 쥘 수 있겠다. 100회를 맞은 미스 아메리카 2022 선발대회에서 최초로 한국계 미국인 여성이 우승의 영예를 차지했다. 아래는 기사 내용 중 짚어 보고 싶은 부분을 발췌한 것이다. 화제의 주인공... 그녀는 특별히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우승한 것이 자랑스럽다… 그녀는 “그들(백인들)처럼 보이지 않는 이 나라의 많은 젊은 남녀들에게 미스 아메리카 같은 지위에도 이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줘 용기를 북돋는 어떤 것이 됐으면 좋겠다”면서 “난 모든 면에서 존중받은 것처럼 느껴.. 시사 2022.01.24
낙서 7 : 삽질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궁전에서 일할 청소 도우미를 모집하고 있다. 임금은 최저임금이 적용된다. 영국 데일리 익스프레스는 ‘여왕 폐하, 최저 임금으로 청소 도우미 모집’ 이라고 비꼬았다.” 신문 기사 내용이다. 최저임금제(最低賃金制 / Minimum wage system)는 근로자의 생존권 및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자에게 일정 금액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적으로 강제하는 제도이다. 전 국민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법이다. 여왕도 국민이다. 여왕이니까 체면이 있지. 자신이 고용하는 사람에게는 최소한 최저 임금 이상은 줘야지. 쩨쩨한 여왕. 이상이 여론의 분위기다. 법치국가에서 법을 지켰는데 왜 비난 받아야 할까? 여왕이니까. 궁전에서 일하는 사람은 최소한 최저 임금 이상은 받아.. 단상/낙서 2022.01.22
나랑 비슷한 친구 【1 : 소박한 입맛】 한참 피어날 때 ‘부잣집 도련님 같이 생겼다’는 말을 들었다. 집안이 부자가 아니었으니 틀린 말이다. 하지만 대충 좋은 말이었으니 지금 생각해도 기분 좋다. 하지만 식성만큼은 분명 도련님 식성이 아니다. 입에 안 맞아 못 먹는 음식이 없다. 보신탕 빼고 다 먹을 수 있다. 그 중에서 순대국에 막걸리를 제일 좋아한다. 수준 높고 심오한 느낌이 드는 글을 보면 좋다. 나도 그런 수준에 도달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굳이 좋아하는 글을 든다면 그것은 내게 있어서 1순위는 아니다. 소소한 일상을 편하게 풀어가는 글을 제일 좋아한다. 내 일상이니 남이 뭐라할 이유가 없다. 원하면 그냥 자신의 일상도 나누면 된다. 맞고 틀림이 없다. 투박하거나 촌스러움이 오히려 매력이 될 수 있.. 단상/일상 2022.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