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남의 일일까?

Chris Jeon 2022. 2. 7. 22:33

 

 

우물 속 개구리 5마리, 사이비교 열혈 신자가 된 교수, 알고리즘. 관련이 없는 것 같지만 사실 알고 보면 모두 연관되어 있다.

 

우물 속 개구리 이야기는 설명이 좀 필요할 수도 있겠다. 온 동네가 개구리 소리 천지여서 가장 큰 소리가 나는 우물 속을 뒤졌더니 개구리 5마리가 튀어나왔고 이것들을 쫓아버렸더니 그냥 따라 울던 개구리까지 조용해져서 마을 사람들과 다른 많은 동물들이 편히 잠들 수 있었다고 한다.

 

백신 접종 의무화에 반대하는 트럭 기사들의 시위로 주요 도시들이 마비 상태다. 통계상으로는 약 15% 정도의 국민이 아직 미접종 상태라는데, 왜 15% 때문에 전 도시가 마비 되어야하나? 그들 중 상당수는 왜 백신 음모론을 굳게 믿을까? 가게 문을 열었다 닫기를 반복해야 하는 소 상공인들의 눈물은 누가 닦아주나?

 

‘침묵하는 다수’라는 말이 있다. 목소리 큰 사람의 말이 다 진리는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세상은 큰 소리에 울린다. ‘침묵하는 다수’의 다수인은 점잖거나 과묵한 자일 수가 있겠지만 사실은 안주하는 사람일 경우도 많다. 큰 소리 지를 절실함이 부족한 것. 나서다 상처받기를 두려워한다고 하면 좀 지나친 비약인가?

 

내가 어떤 계기로 A라는 것을 ‘참’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내 신념을 지지 할 수 있는 사람, 정보들을 선호하게 되고 결국 나는 나의 지지자, 정보에 둘러싸여 돌처럼 굳어 간다는 심리기재가 있다. 나중에 어떤 기회로 나의 믿음이 틀렸다는 것을 알아도 뒤집기 어렵다. 나의 정체성이 무너지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유튜브에서 드럼 치는 것이 신기하고 흥이 나서 몇 편 연속해서 보았더니 이후 유튜브만 열면 온통 드럼치는 남녀노소가 나온다. 세상에 드럼치는 사람들만 사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아채고 선호할 것 같은 영상만 골라서 퍼 내주는 프로그램 덕분이다. 이러다가 내가 어느 날 모든 악기 중 드럼만이 진정한 악기라고 우길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더 잘 보이고 들린다. 내가 이해되는 것만 내 머리속에 쌓이고 나머지는 흘러 나간다. 나중에는 내 생각이 모두 맞고 나의 믿음과 다른 것은 모조리 틀렸다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 내 생각이 틀렸음을 알려주는 조언도 “내 생각이 맞다”는 내용으로 각색돼서 들리는 지경까지 이른다.

 

답답하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행동을 내가 지금하고 있다. 문제는 조목조목 잘도 나열하는데 대책은 없다. 하지만 지금 나는 담론은 이야기할 수 있지만 이렇게 저렇게 하면 된다는 HOW TO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다.

 

다시 자연 냉동고로 나간다. 날씨 쾌청하고 먼지 한점 없는 흰 눈이 쌓여 있는 스키 슬로프에서 젊은 이들이 미끄러져 내려오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심호흡 한번 크게 한다. 세상은 아직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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