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423

낙서 12 : 새벽 단상

오늘 조금 일찍 잠이 깼다. 아니, 깨워졌다. 어제 일이 생각난다. 여러 사람 모이는 곳에서 안내 봉사했다. 참석자들은 99% 마스크 착용했다. 100명중 1명 정도 착용안하고 입장하다가 쭈뼛쭈뼛 어색한 웃음 지으며 “다들 마스크 착용하네…” “마스크 드릴까요?” “아니, 저는 착용하기 싫습니다.” “그럼 그러세요.” 나중에 앞자리에 앉은 그분 보니까 어디서 구했는지 마스크 착용하고 앉아 계신다. 이런 상황을 같이 지켜봤던 사람과 이야기 나눴다. “그것은 소신이다” “그런 것을 소신이라고 할 수 없다” 나중에 언성이 조금씩 높아졌다. 나이 들수록 힘이 딸림을 느낀다. 내 몸속 에너지원은 핵분열이나 융합이 아닌, 정해져 있는 화석 연료를 태워 힘을 내는가 보다. 사실 그것이 소신인들 어떻고 아닌 들 내게 ..

단상/낙서 2022.03.29

낙서 11 : 덜 인간

다름을 옳고 그름으로 연결 짓지 말자. 인간은 모두 고유함을 가지고 있어 소중한 존재다. 맞다. 귀 하나인 토끼 나라에 귀 두개 가진 토끼가 왔을 때 옳고 그름을 떠나서 그들은 서로 생경(生硬)했을 것이다. 다른 종이 우글거리는 장소에 스스럼없이 들어가는 종은 인간이 유일하다고. 그래서 인간은 우월하다. 생각의 다름은 나를 긴장시킨다. 본능적으로 상대 논리의 허점을 찾는다. 상대는 틀렸을 것이라는 예단이 생긴다. 각자 다른 사고 방식, 그것이 우리가 만든 법에 어긋나지 않으면 뭐랄 수 없다. 그럼에도 생각이 다르다고 다른 종 보듯 낯설어 하는 나는 덜 인간인가 보다.

단상/낙서 2022.03.29

작은 문화 충격 2: 반말

반말, ‘반(半)토막 말’의 준말이다. 토막이 났으니 완전한 말이 아니다. 한국어에서는 통상 존댓말의 반대 의미로 사용된다. ‘존대(尊待)’의 반대는 무엇인가? ‘하대(下待)’다. 하대말은 기본적으로, 상대가 자신보다 나이가 적은 경우나, 낮은 계급에 있다든가, 자신과 친할 때 쓴다. 문자 그대로 낮게 대하는 것이다. 첫 만남 이후 서로 친해져서 말이 편하게 나오는 것은 좋다. 쌍방이 동의한 것이니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만약 내가 일방적으로 반말하기로 결정한다면? 나이는 내가 존중 받아야할 절대적인 요소는 아니다. 계급은 그 계급이 필요한 조직을 떠나서는 의미가 없다. 친해지고 싶은 것은 내 마음이다. 만나자마자 속칭 ‘민증까기’를 제안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식 나이 세기 방법이 헷갈리니 주민등록..

단상/일상 2022.03.26

작은 문화 충격 1: 남녀 60세 부동석

이민 와서 상당기간 한인 community와 떨어져서 살았다. 이후 거주지가 달라져서 속하게 된 한인 community에서 새롭게 발견한 풍속도다. ‘부부 동반 모임에서 남녀 60세 부동석’ 남녀가 가깝게 앉으면 탈나는 위험도가 높은 나이는 아닌 것 같다. 궁금해서 물어본다. “화제거리가 다르다.” 몇 가지 이유들 중 대표적인 답이다. 같이 앉아봤자 이야기 주제가 다르니 서로 불편해서 그런다는 것이다. 그래서 모임이나 친구집에 부부동반으로 초대받아 가면, 실내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부부는 남남이 된다. 인간 관계의 대부분은 communication에 의해서 유지되는데, 대화가 안된다면 어떻게 하나? 혹시 밖에서 하는 대화와 집에서 하는 이야기가 다른 것일까? 양측에서 주고받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주제나, 말..

단상/일상 2022.03.23

나 보다 낫다

나는 길치다. 한번 갔던 길도 잘 기억 못하지만 방향 감각도 무디다. 식당 화장실 가서 나 올 때는 반대편으로 꺾어 나와서, ‘employee only’ 붙여진 주방문을 열어 안에서 일하시던 종업원들 놀라게 한 적이 여러 번이다. 개소리, 개 같은 자, 개망신, 개죽음, 개고생… 나쁜 의미 단어 앞에 ‘개’가 들어간다. 좀 의아하다. 내 생각에는 개가 인간 보다 나은 점도 많다. 최소한 길 찾는 능력만큼은 나보다 좋았다. 18년 동안 내 품에서 꼼지락거렸던 녀석과 동네 산책 갔다. 이사 온지 얼마 되지 않았던 곳이라 한 두 번 갔던 동네 길이다. 촘촘히 들어선 집 사이로 샛길이 있었고 그 길이 목적지 공원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내가 앞장서고 녀석은 옆에서 조신하게 따라온다. 샛길 가까이 오긴 왔는데 그 ..

단상/일상 2022.03.17

낙서 10: 아마추어의 눈물

눈물은 왜 날까? 여러 이유 중 한가지는, 눈물이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호르몬을 몸 밖으로 배출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슬퍼서 울고 기뻐서도 운다. 너무 기뻐도 스트레스 수치가 오른다. 복권 당첨되고 흥분한 나머지 심장마비 온 사람도 있다. 몸과 마음의 자연스런 현상을 제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프로는 이러한 것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공인(公人)은 본인 감정 조절이 잘 되어야 한다. 누구보다도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에 감정 조절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장수가 적진 앞에서 두려워 울고,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고 아이 마냥 펄쩍펄적 뛰며 좋아한다면 인간미는 있을지 몰라도 공인으로서의 믿음은 아무래도 덜 갈 것 같다. 선거에서 졌다고 눈물을 보이는 공인들이 여럿 있다. 스트레스 받은 것은 ..

단상/낙서 2022.03.11

전쟁 관람자

과문의 소치인지는 몰라도, 2차 세계대전 이후 이렇듯 전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거의 일치단결해서 한 편을 들고, 운동 경기 보듯 전황이 전세계로 실황 중계되는 전쟁은 처음인 것 같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이야기다. 러시아와 미국으로 대표되는 동, 서 양 진영의 이해가 첨예하게 부딪쳐 판이 커지고 물러설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든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인터넷, 셀폰이라는 IT수단이 일상화된 시점이어서 사람들이 전쟁터를 위에서 보듯 들여다볼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아마추어적 분석을 해 본다. 아침에 신문에서 동영상 2개와 사진 1장을 봤다. 피난길에 가족과 헤어진 것 같은 어린아이가 한손에는 과자를 들고 다른 손에는 비닐 봉지에 담은 나름 피난짐을 들고 혼자 두리번거..

시사 2022.03.09

무협지 추억

무협지에서 발견할 수 있는 5대 원칙. 1. 제1권에 등장하는 최고 고수는 절대 최고 고수가 아니다. 내용이 전개될수록 점점 더 강한 고수가 등장한다. 2. 주인공 보다 더 잘생긴 남자는 남장 여인이다. 주인공은 최고 미남이어야 한다는 불문율이 존재한다. 3. 주인공이 절벽으로 떨어지면 반드시 무공이 더 강해져서 살아 돌아온다. 선한 자는 죽지 않는다. 다만 시련을 겪을 뿐이다. 4. 마공을 쓰는 자는 선한 목적을 가졌더라도 반드시 패하거나 죽는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다 5. 아내 한 명과 평생 해로하는 주인공은 없다. 대부분 여러 미녀들과 행복한 가정을 꾸린다. 권선징악(勸善懲惡), 해피앤딩(Happy Ending)이다. 초등학교 시절 형님이 보던 무협지 맛을 알게 되어 하루에 대여섯권씩 독..

시사 2022.03.07

닥쳐봐야...

내가 나를 보면 대체적으로 좋은 사람이다. 비교적 합리적인 사고를 갖고 있고 상식선에서 행동하고 도덕적으로 크게 문제된 경우가 없다. 평상의 삶에서는 그렇다. 나는 행운아다. 지금껏 진정 생사의 갈림길에 서거나 죽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은 절박한 상황을 겪어보지 않았다. 만약 그런 상황에 처해도 지금과 같은 품위가 유지될까? 평소의 삶과 크게 달랐던 상황에 처했던 경우가 있었나 생각해 보니 한가지 있다. 그 때 내 머리속에 순간적으로 떠올랐던 생각을 적어 본다. 오래전, 여름철 남해 무인도 갯바위로 직장 동료 한 명과 같이 낚시 갔다. 선장은 우리를 내려주고 저녁 무렵 픽업하러 온다고 돌아갔고, 사방이 절벽으로 둘러싸인 바위 섬에는 우리 둘 뿐이었다. 낚시 중 동료가 낚시대를 놓쳐 그만 수면으로부터 3~..

단상/일상 2022.03.05

낙서 9: 축복인가 저주인가

어느 블벗님의 프로메테우스산 여행기를 읽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불을 훔쳐다 준 죄로 영원히 간을 쪼이는 형벌을 받는다. 불은 인류 문명의 원천적인 힘이 된 축복이다. 그러나 이러한 축복과 함께 인류가 비켜갈 수 없는 저주도 함께 온 것이 아닐까? 프로메테우스의 간을 영원히 쪼아 대는 독수리의 저주. 지금 지구 도처에서 혀를 널름대는 불길을 보면 신화속에 숨어 있는 하늘의 뜻이 보이는 것 같아 등골이 서늘해진다.

단상/낙서 2022.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