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일상

나랑 비슷한 친구

Chris Jeon 2022. 1. 20. 03:56

【1 : 소박한 입맛】

 

 

 

한참 피어날 때 ‘부잣집 도련님 같이 생겼다’는 말을 들었다. 집안이 부자가 아니었으니 틀린 말이다. 하지만 대충 좋은 말이었으니 지금 생각해도 기분 좋다.

 

하지만 식성만큼은 분명 도련님 식성이 아니다. 입에 안 맞아 못 먹는 음식이 없다. 보신탕 빼고 다 먹을 수 있다. 그 중에서 순대국에 막걸리를 제일 좋아한다.

 

수준 높고 심오한 느낌이 드는 글을 보면 좋다. 나도 그런 수준에 도달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굳이 좋아하는 글을 든다면 그것은 내게 있어서 1순위는 아니다.

 

소소한 일상을 편하게 풀어가는 글을 제일 좋아한다. 내 일상이니 남이 뭐라할 이유가 없다. 원하면 그냥 자신의 일상도 나누면 된다. 맞고 틀림이 없다.

 

투박하거나 촌스러움이 오히려 매력이 될 수 있다. 상류층이 되고는 싶지만 실제로 상류층에 가까이 다가간다면 불편해질 것 같다. 내가 사는 세상과 비슷한 수준의 환경이 편하다.

 

내 것이니까 소중하다. 내 자식이니 예쁘듯 명품이 아니더라도 내 몸에 맞는 옷이 편하다. 더 배우기 위해 남의 것을 본보기 삼아 열심히 공부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지금은 내 것만 가져도 넉넉할 것 같다.

 

집 밥이 익숙하고 편하지만 가끔씩 외식도 한다. 새로운 것이 궁금하기도 하다. 그래도 찾는 식당은 집 근처 조그마한 한식집, 조미료를 적게 쓰는 집.

 

심심 할 때 다른 이의 집도 기웃기웃하며 내 것과 비교해 보는 일도 재밌다. 그러나 너무 으리으리한 집은 발 디딜 엄두가 나지 않는다. 내 것과 너무 동떨어져서 그런 모양이다.

 

내 것에 만족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며 사는 삶이 제일 편해 보인다. 그러나 혼자서는 심심하니까 나랑 같이 걸어갈 길벗이 있으면 좋겠다. 나랑 비슷한 친구.

 

 

【2 : 비슷한 가치관】

 

 

 

“나랑 비슷한 친구 한 명만 있어도 좋겠다.” 삶의 여정을 함께 걸어갈 절친이 필요한 사람들의 한결 같은 바램이다. 비슷하다는 것이 무엇일까? 용모, 성격, 행동거지, 취미, 학식, 생활수준… 모두 다?

 

아닌 것 같다. 어느 것 한가지가 비슷하다고 반드시 절친이 될 수는 없을 것 이고, 모두 다 비슷할 수도 없고, 또 다 비슷하다면 왜 그 사람이 필요할까? 그럴 경우 나 하나면 족한 것이 아닌가?

 

5년에 걸쳐 1000명이 넘는 70세 이상의 노인들을 인터뷰하여 그들의 삶의 지혜를 정리한 코넬대학교 사회학 교수의 저서를 읽고 힌트를 찾았다. 백년해로한 부부를 보니 다 달라도 큰 문제없는데 부부간에 가치관이 다를 경우는 백년해로가 어렵다는 것이다.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친구. 일단 가치관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기로 한다.

 

‘가치관(價値觀)은 가치에 대한 관점을 말한다. 가치관의 개념은 두 가지의 측면을 내포한다. 첫째는 어떠한 행위가 옳거나 틀린 것이냐 하는 도덕적 판단의 기준이다. 둘째는 행복과 불행을 판단하는 기준이다.’ <이상 위키백과에서 인용>

 

이제서라도 가치관이 비슷한 친구를 찾아볼 양으로 카톡의 친구 목록을 뒤져본다. 잘 모르겠다. 그들의 가치관이 어떤지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문득 나의 가치관은 무엇인가 라는 생각이 든다. 혹시 누군가가 나의 가치관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면? 약간 두려운 느낌과 함께 나 자신의 가치관조차 분명히 이해하지 못하는 판국에 남의 가치관 운운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실소가 난다.

 

하지만 분명 나의 가치관은 있을 것이다. 나와 백년해로는 아니더라도 상당기간 갈라서지 않고 살고 있는 배우자를 살펴보자. “저놈 나쁜 놈이다.” 하면 대부분 같이 분개한다. 도덕적 판단 기준이 비슷하다. 술 마시는 것 빼고 취미 활동도 같이하고 내가 웃으면 같이 웃는다. 행복과 불행에 대한 기준이 비슷하다. 코넬대학 교수님의 말이 맞는 것 같다.

 

배우자에 대한 걱정은 잠시 접어두고, 이제 가치관이 비슷한 친구를 찾아야한다. 그러고 보니 지금껏 수십년간 가끔씩 연락이라도 주고받는 친구의 가치관은 비교적 나랑 비슷한 것 같다. 지금 내 가치관을 바꿀 수 없고 상대도 마찬가지일터 이제부터라도 친구를 사귈 때 언제 웃는지, 무엇을 보고 화내는지 유심히 살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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