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미스 아메리카

Chris Jeon 2022. 1. 24. 19:48

 

 

 

대선 공약 중 ‘여가부’ 폐지에 대한 공방이 격해진다는 기사를 봤다. 그대로 두되 ‘양성평등부’로 이름 바꾸자는 의견도 나온다. 이름에 따라 내용이 바뀐다면 지금 내 이름을 Solomon으로 바꾸고 싶다. 지혜와 부 그리고 은총을 다 거머 쥘 수 있겠다.

 

 

100회를 맞은 미스 아메리카 2022 선발대회에서 최초로 한국계 미국인 여성이 우승의 영예를 차지했다. 아래는 기사 내용 중 짚어 보고 싶은 부분을 발췌한 것이다.

 

 

화제의 주인공... 그녀는 특별히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우승한 것이 자랑스럽다… 그녀는 “그들(백인들)처럼 보이지 않는 이 나라의 많은 젊은 남녀들에게 미스 아메리카 같은 지위에도 이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줘 용기를 북돋는 어떤 것이 됐으면 좋겠다”면서 “난 모든 면에서 존중받은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아울러 수영복 심사가 없어진 것도 아주 반갑다고 했다.

 

 

미국 문화의 특성으로 Melting Pot(인종의 용광로)이란 용어가 있었다. 지금은 다문화 수용의 문화를 지향하는 것으로 옮겨지고 있지만, 엄격한 심사 기준이 있는 선발대회에서조차 한국계임에도 우승한 것이 뉴스가 되는 현실이 신선하다기보다는 안타깝다는 느낌이 든다.

 

 

미국 행정부가 성 소수자 인권 증진을 위해 자국민들이 여권 발급 시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지 않는 ‘성’을 추가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고 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제3의 성을 의미하는 ‘논바이너리(non-binary)’, 여성과 남성이 혼합된 ‘간성(intersex), 남녀로 자신의 성별을 규정하지 않는 ‘젠더 비순응(gender non-conforming)’ 도 추가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좀 헷갈린다.

 

 

남녀의 구분을 허무는데 앞장서고 있는 이러한 미국에서, 미스 아메리카를 선발하고 선발된 자가 감격해 하는 모습을 보고 조금 아이러니하다는 느낌이 든다. ‘법적인 결혼을 하지 않은 여자 중 가장 뛰어난(?) 자’ 라는 선출 조건이 무리없이  수용되고 더 나아가서 그러한 자격을 기꺼이 심사 받고, 그중 뛰어난 자로 선출된 것에 감격하는 것.

 

 

“수영복 심사가 없어진 것이 반갑다.” 그러면 바로 전까지 수영복 심사가 있었다는 이야기인데, 수영복 입히고 무엇을 심사했을까? 남녀평등. 여권신장의 구호를 내걸고 아직도 힘들게 투쟁하는 분들이 많은데, 바로 얼마전까지 수영복 입은 몸매를 대부분이 남자인 심사 위원들에게 뽐내고 있었다.

 

 

미스 아메리카의 심사 기준을 나는 잘 모른다. 결과만 놓고 보면 선출된 자는 다 얼굴이 이쁘고 날씬하다. 분명 세계 인권 신장, 아니 여권 신장을 위해 노력한 공로가 많은 기준으로 뽑은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럼 여전히 미인, 아니 미녀 선발 대회인가? 더 엄격히 말해서 결혼하지 않은 여자 중 미국에서 제일 예쁜 여자를 뽑는 대회.

 

 

신호등 표시에 나오는 인간모양 형태가 왜 바지 입은 남자 이미지냐고 따지거나 “Ladies and Gentlemen”의 호칭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불평하기 전에 내 의식에 여전히 자리잡고 있는 성 차별은 없는지 먼저 살펴야 한다. 여기에 앞장 서야할 사람은 여자다. 목마른 사람이 먼저 우물파야 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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