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81

쉽네

# 개념 혼동, 그 중에서 특히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정치적 활동의 근간이 되는 진보와 보수의 개념에 대한 글을 쓰기로 친구와 덜컥 약속해 놓고 보니 고민에 빠진다. 학창시절 좀 들어봤던 말이지만 반백 년 가까운 세월이 지나는 동안 공부 안 했으니 어디 그 기억이 남아있나? 구글을 보고 자료를 뒤적거려보니 간단치 않다. 관련 주제를 연구한 책도 어마무시 많다. 다시 생각에 빠진다. 우리가 일상 생활을 하면서 개념에 대해 전문적 지식은 사실 불필요하고 오히려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있다. 우리가 수많은 점과 선으로 이루어진 세상에 살고 있지만 점과 선의 정의 혹은 개념에 대해 깊이 고민할 필요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 블로그에서 짧은 글을 발견한다. “Conservation”이란 영어 단어에 대한 ..

시사 2023.10.28

나 참 무식혀

캐나다가 진보적 국가 2위로 선정되었다는 신문 기사를 봤다. 이 나라에 살고 있는 나는 캐나다인들이 상당히 보수적이라고 느끼고 있는데 무슨 소린가 싶어 기사 내용을 보니, 진보임을 평가할 수 있는 항목을 정해 점수를 주고 그 총점으로 순위를 매긴 것 같다. 그래서 그 평가 항목이 궁금해졌다. 무엇이 진보의 중요한 요인인가? 그 신문기사에서 예시한 항목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기업가 정신, 국가파워, 문화적 영향, 변화적응, 국가위기 대응, 삶의 질...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진보, 보수를 구분하는 개념과는 무슨 상관이 있나 싶을 정도의 항목들도 있는 것 같다. 나의 진보와 보수에 대한 개념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진보 = 빨갱이, 보수 = 수구꼴통은 아닌 것 같다. 개념이 불명..

시사 2023.10.22

미꾸라지 단상

두가지 종류의 서명을 사용하던 임원이 있었다. 하나는 좀 복잡하게 보이는 사인, 다른 하나는 아주 간결한 모양의 사인. 처음에는 그 이유를 잘 몰랐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복잡한 것은 내가 결재했다는 의미의 사인, 다른 간단한 사인은 내가 그냥 보았다는 의미란다. 윗사람을 잘 모신는데 정평 있는 부하의 행동. 나중에 문제될 만한 소지가 있는 내용은 절대 문서로 결재 받지 않는다. 귀속말로 속닥속닥 상사는 고개만 끄덕끄덕. 문서가 꼭 필요한 경우면 문서는 자신의 전결사항으로 처리한다. 문제 생기면 내 선에서 끝낸다는 결기를 보여주니 윗분이 좋아할 수 밖에. 이심전심 방법도 있다. 예를들면, 보스가 누구를 꼭 승진시켜 주고 싶은데 규정에 어긋난다. 그럴 경우 보스는 지나가는 말로 실무 책임자에게 묻는다. ..

시사 2023.10.20

개념과 정의

개념과 정의의 뜻의 차이가 궁금하다, 사전적 풀이는 다음과 같다. 개념(Concept): 어떤 사물 현상에 대한 일반적인 지식. 정의(Definition): 어떤 말이나 사물의 뜻을 명백히 밝혀 규정함. 또는 그 뜻. 예를 들면, 진보와 보수의 뜻의 차이가 궁금하다면 두 단어의 정의를 먼저 비교해 봐야할 것이고 이후 두 단어가 가진 기본적인 내용을 공부하고 이해하여 두 단어에 대한 개념을 정립해야 할 것이다. 나는 가끔 우리 사회의 혼란이 잘못된 개념 혹은 무개념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정의는 사전만 찾아봐도 알 수 있고 내려진 정의에 대한 시비는 거의 없다. 하지만 개념은 학습을 필요로 하고 학습 과정에서 주관이 개입될 소지가 많다. 즉 개개인의 지적, 교양수준과 가치관에 따라 동일한 사물이..

시사 2023.10.18

제자들의 싸움 2

한가지 사안에 대해서 정반대 주장이 맞서는 경우. 그 이유가 뭘까? 1. 둘다 맞다. 2. 둘다 틀린 주장하고 있다. 3. 원래 답이 없다. 4. 일단 상대에 대해 반대하고 보는 경우 … 더 있을 수도 있겠지만 오늘 아침 생각나는 것은 이 정도다. 1.2,3의 경우는 시간을 갖고 따져보면 해결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4번이다. 감정이 개입되었거나 고정된 신념, 그래야만하는 자신만의 이유, 예를 들면 이기심 같은 개인적인 이유가 개입되어 있으므로 이성, 논리와 같은 합리적인 방법이 먹혀들 자리가 없다. 살아가면서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인간관계상 갈등, 크게 봐서도 지금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악다구니 같은 다툼들을 보면 논리적인 방법으로 접근해서는 안 될 것 같은 경우를 많이 본다. 결국 나를 움직이는 ..

시사 2023.10.11

제자들의 싸움 1

부처, 예수, 모하메드, 공자 이렇게 네 분이 모여 이야기 나누면, 싸울까? 웃을까?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 상상해 보는 장면이고, 대부분 웃는다 쪽에 한 표 던진다. 나는 여기에 더해서 그중 제일 젊고, 파티와 포도주 좋아하셨던 예수님이 바람 잡고 흥겨운 잔치를 벌리는 장면까지 상상해 본다. 바람 잘날 없는 세상이다. 며칠 전 예수, 모하메드 제자들이 서로 치고받는 싸움을 시작했다. 그냥 싸우는 정도가 아니라 철천지원수, 상대방의 씨를 말릴듯한 증오가 묻어나는 전쟁이다. 그분들이 믿고 따르는 분의 가르침은 어디로 갔나? 형제, 이웃, 사랑, 평화…는 안보이고 종교로 갈린 싸움은 어느 한 편이 완전히 없어지기 전까지 이어질 기세다. “내 문제가 아니다.”라고 외면할 수만 없는 세상이다. 세계가 엮어져 있..

시사 2023.10.10

얼룩말이 불러온 현충일 단상

얼굴말의 얼룩무늬는 왜 생겼을까? 몇몇 진화론적 가설 중 하나는, 얼굴말을 노리는 포식자를 헷갈리게 만들 목적이라고 한다. 사자가 얼룩말을 사냥할 때 한 녀석을 콕 찍어서 추격해야 하는데 얼룩말들이 무리 지어 모여 달리면 그 얼룩 무늬 때문에 헷갈려서 특정했던 녀석을 놓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모여서 살아가도록 진화된 것이다. 얼룩말이 무리 지어 달아날 때 중심에 서는 말과 그 외곽에 서는 말들이 있을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무리 외부에 있는 말들이 포식자에게 잡힐 가능성이 크다. 그럼 내부에 서는 말과 그들을 둘러싸고 무리 밖에서 달리는 말은 어떻게 결정될까? 직접 얼룩말에게 물어 볼 수는 없으므로 인간의 관점에서 상상해 본다. 가능성 중 하나는, 힘이 센 녀석들이 비교적 안전한 가..

시사 2023.05.29

만세삼창 후

만세! 만세! 만세! 영원히 이어 나갈 것을 염원하는 것 또는 경축, 환호의 의미. 삼일절 기념 만세 삼창 후 한달이 훌쩍 지났다. 완벽한 숫자인 3번을 만세라고 외쳤으니 분명 이루어질 것으로 믿으면 끝인가? 우리로 하여금 목숨을 걸고 ‘만세’ 라고 절규하게 했던 이웃 나라 대하는 방법을 놓고 국론이 여전히 둘로 갈라져 있다. 나를 괴롭힌 녀석이 이웃에 산다. 나보다 힘이 세서 그런지 아직도 잘못을 사과하기는 커녕 여전히 나를 무시하고 뻔뻔하다. 심지어 나를 다시 해코지할 기회를 노리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상대가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도록 계속 설득한다. 그런데 상대가 안한다면 별 도리가 없다. 계속 사과하라고 따라다니면 잘못하다가 스토커(stoker) 모양새가 될 수도 있다..

시사 2023.04.09

혼란 - Do something

# 아침에 배가 살살 아프다. 아~ 내가 배를 가지고 사는구나. 이제야 배의 존재를 느낀다. 지진이 형제의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히로시마 원자폭탄 30여개 위력이라고 한다. 우리가 지진이란 시한폭탄을 깔고 살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다른 사람도 나처럼 당해봐야 아는가? #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뉴스를 듣는다. 전과라고 발표하는데, 하루 800여명 사살, 탱크 몇 대… 탱크에 4명씩 탔을 텐데… 형제의 나라니 한국도 발빠르게 움직여 160여명 구호단을 보내서 첫날 5명의 생존자를 구했다는 뉴스가 크게 나온다. 지구 어느 한쪽에서는 죽자사자 서로 죽이고, 다른 한편에서는 목숨 걸고 살려내고. 죽인 자 보다 살려낸 자의 수가 적다. 의미가 다른가? # 내가 가입해 있는 단톡방에 정보가 뜬다. 카카오..

시사 2023.02.09

신부의 하얀 드레스 2: 사자 이야기

요즘 정글이 변하고 있다. 사냥도 시들해졌고. 시끄러운 소리내는 상자속에서 인간들이 던져주는 고기만 받아 먹어도 배고프지 않다. 암컷들이 힘 들다고 새끼도 잘 안 낳는다. 아니, 아예 수컷의 구애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정글에 얼마나 재미있는 일이 많은데 귀찮게시리~” 사자들, 특히 늙은 숫사자들이 당황스럽다. 왕년에 바위 언덕에 올라 어헝~ 고함만 한번 지르면 “킹 오빠” 하면서 암컷 여럿이 환호했었는데. 지금은 지들끼리 잘 놀고 우릴 쳐다보지도 않는다. 가끔씩 심심해서 슬쩍 다가가 발로 툭 치면 갸르릉~ 하고 쫒아버린다. 할 수 없이 수컷끼리 모여서 색 바랜 갈기 바람에 날리며 신세 한탄한다. “나 왕년에 암컷 여럿 거느렸지.” “나는 저 멀리까지 내 영토였어.” 킁 킁. 어헝 소리가 잘 안나온다...

시사 2022.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