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81

해서는 안 되는 이야기

Communication 방법이 변하고 있다. 요즘 사람들은 웬만하면 단톡방 서너 개 이상에 가입되어 있다. 단톡방 마다 암묵적으로 정해져 있는 공통적 금기 사항 한가지. 정치와 종교 이야기 하지 말기. 그 이유는 모두 알고 있다. 거론하면 싸움이 되기 쉬우니까. 그렇다면 정치 종교 관련 주제에 대해서는 모두가 입 닫고 사는가?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한인들이 모여 이야기하는 곳, 특히 남성들이 이야기하는 곳 지나치며 들어보면 정치 이야기가 제일 많이 들린다. 한인 커뮤니티 중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는 곳이 종교 단체이니 종교 관련해서도 할 이야기가 많을 것이다. 이렇듯 우리 생활과 밀접해 있고 큰 영향을 미치는 2가지 주제에 대해서 제대로 된 토론이 잘 안되고 그래서 짐짓 금기시 되는 이유를 생각해 본..

시사 2024.09.03

이전투인(泥田鬪人)

내 어릴 땐 내가 어른이 되면 문자 그대로 어른스러워질 줄 알았다. 그러나 막상 나이들어 보니 어떨 땐 아이들 보기에 민망해질 경우도 있다. 그래도 뿌리가 한국땅에서 자란 덕분에 여전히 고국에 대한 관심이 많다. 최근에 한국에서 들리는 소리와 그 모습이 근자에 유행하고 있는 단어, ‘weird’를 떠올리게 한다.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 그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저런 행동을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드는 경우, 또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박수 치는 사람들, 제삼자의 입장에서 보면 분명 올바르지 않은 것 같은데 직접 그 현장에 들어서는 순간 자신도 weird하게 되는 신비한 현상들… 감정이 격해져서 싸움이 시작되면 내 몸은 이성보다는 본능을 따른다. 뇌가 긴급한 상황으로 인식..

시사 2024.08.16

도광양회(韜光養晦)가 불러온 단상

도광양회(韜光養晦)`자신의 재능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인내하면서 때를 기다린다`는 뜻으로 알고 있는 고사성어다.중국 개혁, 개방의 총설계사인 덩샤오핑이 천명한 대외정책의 기조이기도 했다. 지금 중국 땅을 호령하고 있는 사자. 아직 지구라는 큰 사바나를 호령하고 있는 대왕 숫사자의 힘이 다하지 않은 것 같은데 대들었다. 아직 조금 더 어린 숫사자가 힘이 달리는 것 같다. 이러다가 대든 사자 죽을 수도 있겠지만 킹 사자도 치명상을 입을 것이다. 결국 둘 다 죽거나 비실대면 제삼의 숫사자가 얼떨결에 라이온 킹이 될 수도 있겠다.어부지리(漁夫之利) 쌍방이 다투는 사이에 제3자가 힘도 들이지 않고 이득을 챙긴다는 뜻의 사자성어가 생각난다.남북이 피터지게 싸우면 결구 누가 덕 볼까? 여 야야 죽기 살기로 싸우면 ..

시사 2024.07.09

했다치고

신병 훈련 중 지휘관들이 가장 꺼리는 것이 수류탄 투척훈련이다. 폭발하면 사방팔방 파편이 튀는 위력도 센 무기지만 순전히 손으로만 조작하고 던지는 것이라서 아차 실수하면 여럿 죽거나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내가 군에서 근무할 때 소대원 중 몇몇은 진짜 수류탄은 직접 던져보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조교가 던지는 것을 구경만 하고 훈련병들은 모의 수류탄으로 연습하는 것. 군대 용어로 ‘했다치고’. 자대에 배치되었어도 병사들은 진짜 수류탄을 던져볼 기회가 없었다. 간혹 중대에서 보관된 수류탄 중 안전핀이 부러진 것 등의 이유로 폐기해야 할 것이 생기면 중대장이 소대장들 불러서 던져 없애라고 하고, 패기 왕성한 소대장들만 겁도 없이 신나게 던졌다. 철책선 근무 중 상급부대에서 경계근무 점검 순찰..

시사 2024.06.28

화석정

한국 남자는 대부분 군 복무 경험이 있으니 알 것이다.‘군인은 명예를 먹고 산다.’ 역사를 보더라도 군인이 군인으로서 자부심 잃으면 나라가 뒤집히거나 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자부심을 잃은 군대는 가야 할 방향을 잃은 집단이 되거나 책임감 없는 집단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라다운 나라는 군인들의 자부심을 세워주기 위해서 무지 노력한다.전쟁터에서 돌아가셨거나 부상당한 군인에 대한 극진한 예우, 퇴역 군인에 대한 존경, 유사시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 거는 군인들에 대한 합당한 대우가 군대의 사기를 높이는 기반이다. 제대로 된 나라는 군인들을 대 놓고 모욕하지 않는다. 모욕은 그들의 자부심을 바로 망가뜨리고 이로 인해 사기가 저하되기 때문이다. 군인이 잘못한 것이 있으면 법에 따라 상응하는 책임을 물..

시사 2024.06.28

6.25 단 하루만이라도

많은 기념일 중 6.25는 좀 특별하다. 공식 명칭으로 ‘6.25 전쟁일’ 혹은 ‘한국 전쟁일’로 불리고 있지만 대다수의 국민은 그저 날자로만 기억한다. 수많은 동포들이 죽거나 다친 동족간 전쟁 터진 날. ‘6.25를 상기하여 국민의 안보의식을 고취하자’는 기념일 제정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문제는 그 전쟁이 아직도 진행형이다는데 있다. 상대가 쏜 포탄이 우리 영토에 떨어졌고, 한방에 공멸할 수 있는 핵무기의 위험은 실감이 안돼서 인지 최근에는 고대 전투에서나 사용했을 법한 오물 투척 방식의 도발에 국민들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6월 6일 열린 ‘노르망디 상륙작전 80주년’ 행사에 미국 대통령과 서방 25개국 대표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나란히 서서 자유 진영을 지키기 위해 단결하..

시사 2024.06.12

2024.03.06 아침 단상: 직업윤리

모두 직업을 갖고 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돈 받는 직업이 아니더라도 가장(家長) 이라는 위치, 어머니로서 하는 일도 직업의 범주에 든다고 믿는 사람이다. 직업에는 윤리가 있다. 모두 동의할 것이다. 그럼 개인적, 사회적 윤리와 직업 윤리는 뭐가 다를까? 궁금해서 자료를 찾아보니 대단히 복잡하고 장황하게 설명되어 있다. 특유의 교만심이 발동된다. 내가 쉽게 정하자. ‘본인의 직업을 수행하기 위해서 가져야 할 윤리관’ 그럴듯해 보인다. Point는 특정 직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그 직업에서 요구되는 윤리관/도덕심을 가져야 제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르게 생각하면 그 직업을 하지 않으면 그 직업 윤리관은 가지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된다. 물론 각 직업마다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윤리가 있을 수도 있겠..

시사 2024.03.04

고스톱 유감

대한민국은 비교적 “공평한 사회”다. 공평이란 단어가 추상적이고 포괄적이므로, 범위를 좁혀 말한다면, 대한민국은 “계층 간의 간격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사회”로 이해할 수 있다. 반대 댓글이 벌떼 같이 달릴 것 같아 걱정된다. 그래서 도망갈 구멍을 만들어 둔다. 내 말이 아니고 어느 교수님의 말을 인용한 것이다. 그분의 논지인 즉, 어느 사회나 계층이 있어 왔고 현재 존재하고 있다. 한국도 조선시대만 봐도 양반, 중인, 상민의 3개 계층으로 구분되어 왔는데, 구한말 이래 사회구조가 붕괴되고 해방 후 새로운 구조 형성이 시작되었으므로 계층 구분이 오래전 부터 확실하게 자리잡은 서구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계층간 간격이 적고 이동도 비교적 용이하다는 이야기다. 일명 선진국이라는 나라로 오래전 이민..

시사 2024.02.29

닭싸움

치킨게임(chicken game)이란 두 명의 운전자가 각각 마주보고 서로를 향해 돌진하면서 ‘계속 돌진할 것인가’ 아니면 ‘핸들을 돌릴 것인가’를 결정하는 게임을 말한다. 상대방이 돌진할 것에 겁을 먹고 핸들을 돌리면 게임에서 지게 되고 겁쟁이가 된다. 반면 핸들을 돌리지 않고 돌진한 사람은 승리의 기쁨을 맛보게 된다. 만약 두 사람이 모두 비키지 않는다면 둘 다 크게 다친다. 정부 닭과 의사 닭이 싸우고 있다. 결과는 어차피 나게 되어 있다. 어느 한편이 이기거나 지든지 아니면 둘 다 죽든지. 나랑 상관 없는 싸움이라면 재미있을 수도 있다. 사실 인간의 본성에는 피 터지거나 고통받는 제삼자를 구경하면 흥분되는 못된 것이 숨어있으니까. 불구경, 부부싸움 구경, 남의 나라 전쟁 구경… 문제는 이 두 마리..

시사 2024.02.20

불량품 or 걸작

# 배드민턴 리시브 하려고 자세 잡고 서 있는데 갑자기 오른쪽 다리 종아리를 누가 때린 듯 날카로운 통증을 느낀다. 후위에 서 있는 파트너가 실수로 라켓으로 내 종아리를 쳤는가 싶어 뒤돌아 보면 무안해할까봐 모른척하고 게임 끝내고 의자에 앉아서 보니 종아리가 탱탱 붓고 쥐가 난듯 걷기 불편하다. 며칠 견디다가 안되겠다 싶어 병원가서 검사해보니 종아리 근육 파열이라고 한다. 이럴 수가… 400km를 열흘만에 걸어서 주파하고 평지보다 산길 걷기를 더 좋아하는 내가, 그냥 서 있었는데 종아리 근육이 파열되다니 잘못 만들어진 물건인 것 같다. 가만히 세워 둔 차가 고장 났다면 불량품 아닌가? # 하늘 위 그분의 자녀들이 죽고 죽이고 난리다. 어느 한쪽이 멸족될 때까지 안 끝날 기세다. 거슬러 올라가면 수천년 그..

시사 2023.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