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85

2024.12.06 아침 단상: 흑백 논리

흑백 논리. 틀렸다.흑색으로 통칭 되더라도 엄밀히 따져보면 무수히 다른 색깔들이 모여 있다. 백색도 마찬가지. 완벽한 인간 없고 그런 인간이 만든 완벽한 시스템도 없다.장점과 단점이 공존할 뿐. 이분은 훌륭하신 분. 신이라면 모를까?보통 인간이라면 오로지 훌륭할 수 만은 없다.훌륭한 점이 많더라도 고쳐야 할 부분도 분명 있다. 그래서 너 죽고 나 살아야 한다는 논리에는 보편적인 타당성이 없다.공과 과를 이성적으로 구별해야 한다.너의 공은 인정하고 너의 과는 지적하여 고치게 한다.나도 마찬가지. 전투 의지만 왕성한 인간들이 벌리는 싸움판이 살벌하다.싸움의 목적은 간 곳 없고 적개심만 난무하는 듯 보인다.피 냄새에 눈알이 돌아버린 투견을 말릴 수 있는 자는싸움하고 있는 투견이나 판돈 건 투기꾼이 아니다.심판..

시사 2024.12.07

사과

좀 나이 드신 분이 교육장에서 사과(謝過)의 중요성에 대한 강의를 듣고 집으로 돌아가서 가까이 있는 사람 중에 본인이 잘못한 상대에게 진정한 사과를 하는 실습을 숙제로 받았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어제 고등학생인 아들에게 공부 잘못한다고 심하게 꾸중한 것이 생각나서 사과하기로 결심했는데 어른 체면에 차마 내가 잘못했다 라는 말을 꺼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고민 끝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상점에서 사과(沙果)를 한 봉지 사 갖고 가서 아들을 불러 방에 앉혀 놓고 사온 사과를 내 놓으며, “내 사과를 받아라” 라고 소리 쳤다고 한다. 내 잘못을 인정하고 상대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내 자존심, 체면, 합리화, 이심전심 알아주겠지, 잘못 인정한 후에 내게 돌아올 불이익 걱정 등등… ..

시사 2024.11.16

아침 단상: 촌놈 생각

가급적 퍼 나르기는 안 하는데 오늘 한국 신문에서 본 기사에 뭔가 꽂혀서 아래에 싣는다. 『직장인 정모씨는 최근 서울 한 러닝 크루(달리기 모임)에 가입해 첫 모임에 나갔다가 기가 죽었다. 상당수 회원들이 트레일 러닝에 적합한 최고급 전문 의류와 러닝화로 ‘풀 장착’ 하고 등장했기 때문이다. 잘 포장된 한강공원을 달리면서 체력을 기를 요량으로 러닝 크루에 가입했던 정씨는 “달리기를 하는 데 이렇게 비싼 장비들이 필요할 줄은 차마 몰랐다”고 했다.달리기는 그간 맨몸에 운동화만 있으면 할 수 있는 ‘부담 없는 운동’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요즘 달리기가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일부 동호인은 선수용 장비를 경쟁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인기 있는 수입 러닝화는 품귀 현상까지 빚어 50만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수십만 ..

시사 2024.10.04

단풍이 아름다운 사회 2

더 나은 삶을 위해 캐나다로 이민 왔지만 아직도 못내 아쉬운 것이 한국의 단풍, 그 중에서도 형형색색으로 물드는 설악산 단풍을 직접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질펀한 정글 같은 느낌이 드는 캐나다 보다는 한국 단풍이 더 예뻐 보인다. 자기와 다른 종이 우글거리는 곳에 서슴없이 들어갈 수 있는 동물은 인간 밖에 없다고 한다. 예로부터 어울려서 협력할 수 있었기에 신체적으로 연약한 인간들이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졌고, 남의 생각을 받아들여서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사고가 창조적 문명 건설의 원동력이 되었다. 가을 단풍이 모두 한 색깔이라면 어떨까? 온 산이 빨갛거나 노란색이면 장엄한 느낌은 들지 몰라도 오래 보면 좀 물릴 것 같다. 어느 잎 하나 똑같은 모양과 색깔이 없고 바위 사이로 계속물이 휘..

시사 2024.09.24

해서는 안 되는 이야기

Communication 방법이 변하고 있다. 요즘 사람들은 웬만하면 단톡방 서너 개 이상에 가입되어 있다. 단톡방 마다 암묵적으로 정해져 있는 공통적 금기 사항 한가지. 정치와 종교 이야기 하지 말기. 그 이유는 모두 알고 있다. 거론하면 싸움이 되기 쉬우니까. 그렇다면 정치 종교 관련 주제에 대해서는 모두가 입 닫고 사는가?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한인들이 모여 이야기하는 곳, 특히 남성들이 이야기하는 곳 지나치며 들어보면 정치 이야기가 제일 많이 들린다. 한인 커뮤니티 중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는 곳이 종교 단체이니 종교 관련해서도 할 이야기가 많을 것이다. 이렇듯 우리 생활과 밀접해 있고 큰 영향을 미치는 2가지 주제에 대해서 제대로 된 토론이 잘 안되고 그래서 짐짓 금기시 되는 이유를 생각해 본..

시사 2024.09.03

이전투인(泥田鬪人)

내 어릴 땐 내가 어른이 되면 문자 그대로 어른스러워질 줄 알았다. 그러나 막상 나이들어 보니 어떨 땐 아이들 보기에 민망해질 경우도 있다. 그래도 뿌리가 한국땅에서 자란 덕분에 여전히 고국에 대한 관심이 많다. 최근에 한국에서 들리는 소리와 그 모습이 근자에 유행하고 있는 단어, ‘weird’를 떠올리게 한다.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 그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저런 행동을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드는 경우, 또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박수 치는 사람들, 제삼자의 입장에서 보면 분명 올바르지 않은 것 같은데 직접 그 현장에 들어서는 순간 자신도 weird하게 되는 신비한 현상들… 감정이 격해져서 싸움이 시작되면 내 몸은 이성보다는 본능을 따른다. 뇌가 긴급한 상황으로 인식..

시사 2024.08.16

도광양회(韜光養晦)가 불러온 단상

도광양회(韜光養晦)`자신의 재능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인내하면서 때를 기다린다`는 뜻으로 알고 있는 고사성어다.중국 개혁, 개방의 총설계사인 덩샤오핑이 천명한 대외정책의 기조이기도 했다. 지금 중국 땅을 호령하고 있는 사자. 아직 지구라는 큰 사바나를 호령하고 있는 대왕 숫사자의 힘이 다하지 않은 것 같은데 대들었다. 아직 조금 더 어린 숫사자가 힘이 달리는 것 같다. 이러다가 대든 사자 죽을 수도 있겠지만 킹 사자도 치명상을 입을 것이다. 결국 둘 다 죽거나 비실대면 제삼의 숫사자가 얼떨결에 라이온 킹이 될 수도 있겠다.어부지리(漁夫之利) 쌍방이 다투는 사이에 제3자가 힘도 들이지 않고 이득을 챙긴다는 뜻의 사자성어가 생각난다.남북이 피터지게 싸우면 결구 누가 덕 볼까? 여 야야 죽기 살기로 싸우면 ..

시사 2024.07.09

했다치고

신병 훈련 중 지휘관들이 가장 꺼리는 것이 수류탄 투척훈련이다. 폭발하면 사방팔방 파편이 튀는 위력도 센 무기지만 순전히 손으로만 조작하고 던지는 것이라서 아차 실수하면 여럿 죽거나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내가 군에서 근무할 때 소대원 중 몇몇은 진짜 수류탄은 직접 던져보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조교가 던지는 것을 구경만 하고 훈련병들은 모의 수류탄으로 연습하는 것. 군대 용어로 ‘했다치고’. 자대에 배치되었어도 병사들은 진짜 수류탄을 던져볼 기회가 없었다. 간혹 중대에서 보관된 수류탄 중 안전핀이 부러진 것 등의 이유로 폐기해야 할 것이 생기면 중대장이 소대장들 불러서 던져 없애라고 하고, 패기 왕성한 소대장들만 겁도 없이 신나게 던졌다. 철책선 근무 중 상급부대에서 경계근무 점검 순찰..

시사 2024.06.28

화석정

한국 남자는 대부분 군 복무 경험이 있으니 알 것이다.‘군인은 명예를 먹고 산다.’ 역사를 보더라도 군인이 군인으로서 자부심 잃으면 나라가 뒤집히거나 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자부심을 잃은 군대는 가야 할 방향을 잃은 집단이 되거나 책임감 없는 집단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라다운 나라는 군인들의 자부심을 세워주기 위해서 무지 노력한다.전쟁터에서 돌아가셨거나 부상당한 군인에 대한 극진한 예우, 퇴역 군인에 대한 존경, 유사시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 거는 군인들에 대한 합당한 대우가 군대의 사기를 높이는 기반이다. 제대로 된 나라는 군인들을 대 놓고 모욕하지 않는다. 모욕은 그들의 자부심을 바로 망가뜨리고 이로 인해 사기가 저하되기 때문이다. 군인이 잘못한 것이 있으면 법에 따라 상응하는 책임을 물..

시사 2024.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