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67

얼룩말이 불러온 현충일 단상

얼굴말의 얼룩무늬는 왜 생겼을까? 몇몇 진화론적 가설 중 하나는, 얼굴말을 노리는 포식자를 헷갈리게 만들 목적이라고 한다. 사자가 얼룩말을 사냥할 때 한 녀석을 콕 찍어서 추격해야 하는데 얼룩말들이 무리 지어 모여 달리면 그 얼룩 무늬 때문에 헷갈려서 특정했던 녀석을 놓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모여서 살아가도록 진화된 것이다. 얼룩말이 무리 지어 달아날 때 중심에 서는 말과 그 외곽에 서는 말들이 있을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무리 외부에 있는 말들이 포식자에게 잡힐 가능성이 크다. 그럼 내부에 서는 말과 그들을 둘러싸고 무리 밖에서 달리는 말은 어떻게 결정될까? 직접 얼룩말에게 물어 볼 수는 없으므로 인간의 관점에서 상상해 본다. 가능성 중 하나는, 힘이 센 녀석들이 비교적 안전한 가..

시사 2023.05.29

만세삼창 후

만세! 만세! 만세! 영원히 이어 나갈 것을 염원하는 것 또는 경축, 환호의 의미. 삼일절 기념 만세 삼창 후 한달이 훌쩍 지났다. 완벽한 숫자인 3번을 만세라고 외쳤으니 분명 이루어질 것으로 믿으면 끝인가? 우리로 하여금 목숨을 걸고 ‘만세’ 라고 절규하게 했던 이웃 나라 대하는 방법을 놓고 국론이 여전히 둘로 갈라져 있다. 나를 괴롭힌 녀석이 이웃에 산다. 나보다 힘이 세서 그런지 아직도 잘못을 사과하기는 커녕 여전히 나를 무시하고 뻔뻔하다. 심지어 나를 다시 해코지할 기회를 노리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상대가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도록 계속 설득한다. 그런데 상대가 안한다면 별 도리가 없다. 계속 사과하라고 따라다니면 잘못하다가 스토커(stoker) 모양새가 될 수도 있다..

시사 2023.04.09

낙서 32: 잘 몰라서…

# 개와 고양이가 만나면 싸운다. 왜? 서로 모양이 다르니까. '우리는 모두 같은 동물이다.' 라는 수준까지의 사고력이 안된다. 정치, 종교 주제 토의는 통상 갈등으로 끝난다. 왜? 생각이 다르니까. 정치나 종교나 ‘모두 같이 잘 살자는 것이 본질’ 이다는데 까지 사고력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사실 잘 안돼서 통상 정치, 종교 주제는 거론하지 말자고 한다. 그저 정치, 종교 석학들이 터 놓고 치열하게 토론하는 모습이 부러울 따름이다. # 어느 자리에서 나눈 이야기 “나는 보수라서 박정희 좋아한다.” “그분 잘못한 것도 있을 텐데요.” “나는 보수이기 때문에 무조건 좋아한다. 우리의 경제를 살리신 분” “그래요?…” 논쟁을 피하기 위해서 속으로 생각한다. 박정희 좋아하는 것과 보수가..

시사 2023.03.14

혼란 - Do something

# 아침에 배가 살살 아프다. 아~ 내가 배를 가지고 사는구나. 이제야 배의 존재를 느낀다. 지진이 형제의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히로시마 원자폭탄 30여개 위력이라고 한다. 우리가 지진이란 시한폭탄을 깔고 살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다른 사람도 나처럼 당해봐야 아는가? #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뉴스를 듣는다. 전과라고 발표하는데, 하루 800여명 사살, 탱크 몇 대… 탱크에 4명씩 탔을 텐데… 형제의 나라니 한국도 발빠르게 움직여 160여명 구호단을 보내서 첫날 5명의 생존자를 구했다는 뉴스가 크게 나온다. 지구 어느 한쪽에서는 죽자사자 서로 죽이고, 다른 한편에서는 목숨 걸고 살려내고. 죽인 자 보다 살려낸 자의 수가 적다. 의미가 다른가? # 내가 가입해 있는 단톡방에 정보가 뜬다. 카카오..

시사 2023.02.09

신부의 하얀 드레스 2: 사자 이야기

요즘 정글이 변하고 있다. 사냥도 시들해졌고. 시끄러운 소리내는 상자속에서 인간들이 던져주는 고기만 받아 먹어도 배고프지 않다. 암컷들이 힘 들다고 새끼도 잘 안 낳는다. 아니, 아예 수컷의 구애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정글에 얼마나 재미있는 일이 많은데 귀찮게시리~” 사자들, 특히 늙은 숫사자들이 당황스럽다. 왕년에 바위 언덕에 올라 어헝~ 고함만 한번 지르면 “킹 오빠” 하면서 암컷 여럿이 환호했었는데. 지금은 지들끼리 잘 놀고 우릴 쳐다보지도 않는다. 가끔씩 심심해서 슬쩍 다가가 발로 툭 치면 갸르릉~ 하고 쫒아버린다. 할 수 없이 수컷끼리 모여서 색 바랜 갈기 바람에 날리며 신세 한탄한다. “나 왕년에 암컷 여럿 거느렸지.” “나는 저 멀리까지 내 영토였어.” 킁 킁. 어헝 소리가 잘 안나온다...

시사 2022.12.09

신부의 하얀 드레스 1

결혼식 때 신부는 흰색 드레스를 입는다. 순결의 상징이다. 신랑은 검정색 양복차림이다. 속이 시커멓기 때문인가? 신부는 순결해야 한다는 암묵적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순결의 사전적 의미는, 1. 더러운 것이 섞이지 않아 깨끗함. 2. 마음에 나쁜 감정이나 생각이 없이 깨끗함. 3. 이성과 육체적인 관계가 없음. 또는 그런 상태. 좀 이상하고 불편한 느낌이 든다. 유독 신부에게만 흰옷을 입게 한다는 것. 1, 2의 의미는 새 출발 하는 커플의 마음 가짐을 뜻하는 것이라면 좋다. 하지만 3번은…? 동남아시아 모 국가 의회가 '혼전순결'을 어길 시 1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는 법안을 논의 중이라는 기사를 봤다. 지구상 어느 나라에서는 히잡 착용 거부 데모를 진압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해외 토픽에서 혼전..

시사 2022.12.07

싸움 2 : 싸우기 위한 싸움

# 싸움에는 이유가 있다. 이유 중에는 싸우려고 결심했기 때문에 싸우는 것도 있다. 돈 받고 싸우는 격투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격투기는 나름대로 룰이 있고 심판이 있기 때문에 정확하게 말하면 싸움이 아니고 경기다. 상대에 대한 증오심. 이런 경우에는 이해와 타협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상대를 해쳐야 한다는 투지만 불타오를 뿐이다. 증오심이 형성된 이유는 물론 있다. 논리적으로 생각할 경우, 증오심이 형성된 이유를 풀면 증오심이 사라지고 이해와 타협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일단 증오심이 내 마음에 자리잡으면 이성이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이해와 타협은 감정이 아니라 이성에 의해 작동되기 때문이다. 벼락 맞은 듯 어떤 큰 각성에 의해 증오심이란 것을 자각하고 던져 버..

시사 2022.11.14

오케스트라 지휘자 1

가끔씩 좀 비싼 듯한 연주회 티켓 끊어서 눈 호강, 귀 호강 한다. 내 의지가 아니고 내 옆 힘센 분 뜻에 따른 것이다. 좀 우아해지려면 흥미 없어도 이런 것 들어봐야 한다고. 평소 안 하던 짓도 해봐야 유연해 진다고 내가 주장했던 터이니 반론의 여지가 없어 따라 나서지만, 연주를 감상하다가 문득 어처구니 없어 보이는 생각도 든다. 저 많은 단원 중 어느 한사람이 실제로는 연주 안하고 하는 척만해도 모르겠구나. 각자 악보대로 정확히 연주하면 될 텐데 왜 지휘자는 저렇게 열심히 팔을 휘젓고 있지? 음악에 대해 거의 문외한이니까 가능한 의문인줄 이해하실 것이다. 실제 이런 질문을 아내에게 한 적이 있었다. 그녀는 좀 한심하다는 표정과 함께, “지휘자는 단원 한사람의 순간적인 삑사리를 알아채는 것은 물론 자기..

시사 2022.10.27

진흙밭

이전투구(泥田鬪狗), 진흙밭에 개싸움. 진흙이니 꽤 질척거릴 것이다. 국민의 대표들이 모인 자리에서 ‘질척거리다’란 표현을 두고 말싸움 하고 있다.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였으니 해당 용어 사용자는 사과하라고, 못한다고. 그 말을 했던 자가 어떤 의도로 사용했는지는 본인만 알겠지.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상대가 나를 보고 씩 웃는다. “너 방금 날 비웃었지?” “아뇨, 반가워서 웃었습니다.” “…” 서로간 적개심이 가득해서 생긴 일이다. 피차 믿지 못하고 미워하니 무슨 말을 해도 상대는 죽일 놈이 된다. 마치 이혼을 앞둔 부부 사이 같다. 빨리 헤어지는 것이 방법인 파경 직전의 부부. 증거를 보여준다고 국립국어원장을 증인으로 세워 질문한다. “질척거리다에 성적 의미가 있나요?” 점잖은 학자였을 그분이 무슨..

시사 2022.10.20

후회와 반성

왜 그랬을까? 한참 지난 후 곰곰이 생각해 보면 후회되는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후회할 일이지만 후회해봤자 소용없으므로 후회하지 않기로 결심하고 살 수는 있어도 평생 후회스러운 일 없이 살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한결 같이 최선의 삶을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궁극의 최선은 관념적으로 존재하는 것이지 실재하지 않는 개념이다. 멍청했던 적, 더 잘할 수도 있었던 일, 잘못된 선택의 순간, 게을렀던 시절 등등… 나름대로 그 당시에는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인정될 만한 이유든 아니든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 돌이켜보면 그 당시의 나는 가해자였던 동시에 피해자였다. 그 놈의 이유 때문에 나는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가치 있는 후회가 되기 위해서는 반성이 따라야 한다. ‘과거를 묻지 ..

시사 2022.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