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신부의 하얀 드레스 2: 사자 이야기

Chris Jeon 2022. 12. 9. 18:12

 

요즘 정글이 변하고 있다.

사냥도 시들해졌고.

시끄러운 소리내는 상자속에서 인간들이 던져주는 고기만 받아 먹어도 배고프지 않다.

암컷들이 힘 들다고 새끼도 잘 안 낳는다. 아니, 아예 수컷의 구애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정글에 얼마나 재미있는 일이 많은데 귀찮게시리~”

 

사자들, 특히 늙은 숫사자들이 당황스럽다.

왕년에 바위 언덕에 올라 어헝~ 고함만 한번 지르면 킹 오빠하면서 암컷 여럿이 환호했었는데.

지금은 지들끼리 잘 놀고 우릴 쳐다보지도 않는다.

가끔씩 심심해서 슬쩍 다가가 발로 툭 치면 갸르릉~ 하고 쫒아버린다.

 

할 수 없이 수컷끼리 모여서 색 바랜 갈기 바람에 날리며 신세 한탄한다.

나 왕년에 암컷 여럿 거느렸지.”

나는 저 멀리까지 내 영토였어.”

킁 킁.

어헝 소리가 잘 안나온다.

 

정글이 넓으니 한쪽 구석에는 아직도 수컷이 힘 깨나 쓰는 집단이 살고 있다.

대책회의를 한다.

밀림의 기강이 무너지고 있다. 대책을 세워야 한다.

우리의 자랑스런 조상 라이언 킹의 영광을 되찾자.

 

분노와 결의에 찬 포효 소리가 여러 번 울린 후 우두머리가 대책을 발표한다.

대책 1: 앞으로 모든 암컷들을 외부의 적, 특히 문란한 밀림 서쪽에 서식하는 수컷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검정 보자기를 뒤집어 씌워 놓는다.

대책 2: 말 안 듣는 암컷들은 물어뜯는 것이 당연하지만, 백 번 봐줘서 매로 죽지 않을 만큼만 때린다.

 

요즘 동물 학자들이 고민에 빠졌다. 정글에 살고 있는 몇몇 사자 집단에서 이상한 현상들이 관찰 되는데 도무지 설명이 안된다.

글쎄 암컷들이 검정 보자기를 쓰고 다니고, 보자기 안 쓴 암컷은 수컷들이 이빨로 나뭇가지를 물어 힘들게 때리고 있다.

'시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낙서 32: 잘 몰라서…  (30) 2023.03.14
혼란 - Do something  (35) 2023.02.09
신부의 하얀 드레스 1  (23) 2022.12.07
싸움 2 : 싸우기 위한 싸움  (19) 2022.11.14
오케스트라 지휘자 1  (15) 2022.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