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일상

오늘 일기

Chris Jeon 2023. 3. 6. 11:45

 

 

밤새 폭설이 내렸다.

이른 새벽 밖을 내다보니

뒤뜰 나무들이 눈 이불 덮고 아직 깊은 잠속이다.

 

바다 건너편 나라는 완연한 봄.

온갖 꽃망울들이 툭툭 터진다던데

좁은 것 같으면서도 넓은 지구.

 

눈 쌓인 담장위에 무엇인가 웅크리고 앉아 있다.

움직임이 거의 없는 너구리 한 마리.

병든 놈이다.

 

지난해 봄에도 한 녀석이 우리집 뜰에서 생을 마감했지.

내 집이 그들에게는 명당인가 보다.

전염성 있는 병이라 시청 담당 부서에 전화하니

금방 담당자가 왔다.

 

전문가는 다르네.

서둘지 않고 “하이 친구” 하며 구슬리더니

답삭 올가미 걸고 틀에 넣고 나간다.

 

편히 보내주는 것이 맞지만

좀 미안하기도 하고 안스러워서

담겨 나가는 녀석 뒷모습 보고 성호 그어줬다.

 

눈 왔으니 이제 치워야지.

얼기전에 길 안 트면 나중에 엄청 힘들어진다.

백수 눈총 주던 힘센 분이

이제 실력 발휘 하라는 신호 준다.

 

영차 영차

땀이 삐질 삐질 작년 보다 좀 힘드네.

1년이 그리 짧은 세월은 아니지.

 

일당은 못 받더라도 내 좋아하는 것 하나는 할 수 있어야지.

시원한 맥주 한잔이 목구멍을 싸~ 하게 만든다.

그래 이 맛이야. 땀 흘린 후 맥주 한잔, 딱 한잔.

 

이후 일과는 여느 날과 같이 대동소이.

이렇게 오늘 하루도 지나갔다.

폭설. 병든 너구리. 성호. 맥주 한잔.

오늘의 하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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