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일상

기념일 챙기기

Chris Jeon 2023. 3. 20. 19:32

여성의 날이라고 아들이 사온 꽃. 시들었지만 여전히 이쁘다.

 

 

냇가에서 서로 알몸 보며 물장구 치던 친구는 없고 모두 나이 들어 남의 나라에 와서 힘들게 살아온 터라 피차 외롭지만 서로 간에 쌓인 벽의 두께가 녹녹치 않다.

 

그래서 남은 것이 식구라 더욱 소중하다.

그러나 자식들도 크고 나면 내 품 밖이니 의도적이더라도 연결된 끈이 튼튼한 지 수시 확인이 필요하다. 그래서 가능한 많은 수의 날 챙기기를 실천한다.

 

 

거의 매달 생일이니 뗐다 붙이기가 번거로워서 그냥 년중 달아둔다.

 

 

생일도 음력, 양력 두번씩, 결혼 기념일, Mother’s Day, Father’s Day, 어린이날(둘 다 결혼 안 했으므로 어린이로 간주), 반려견 떠난 날, 그 녀석 생일, 발렌타인 데이… 생각해 보면 한달에 한번 이상 ~날이다.

 

형편에 거창하게 할 수는 없고 케익 하나 혹은 배달 음식 한 종류면 족하다. 술은 항상 쟁여 있으니 됐고. 대신 데코레이션은 나름 정성 들여 한다. 모두 수작업. 돈이 부족하면 몸으로 때워야 한다는 것이 내 철학.

 

오늘은 캐나다 이민온지 22주년 되는 날. 두아이들은 한국에서 산 햇수보다 이곳에서 산 기간이 훨씬 길다. 사실 나도 직장 다닐 때 이곳 저곳 많이 옮겨 다녀서 이민 와서 처음 정착한 곳에서  살았던 15년이 내 평생 한곳에서 가장 오래 산 기간이다. 그래서 농담 삼아 말하길, “나는 캐나다 **** city ㅈ씨 시조다.”

 

 

메인 메뉴 도착 전 식탁 세팅

 

 

22주년 기념 식탁을 준비한다. 메뉴는 리뷰가 가장 좋은 짬뽕 전문집 종류별 3 그릇( 딸애와 힘센 분은 량이 작아서 나눠 먹는다)과 요리 한 접시(내 안주용), 일본산 위스키와 미제 위스키 2 종류. 차리고 보니 international이다. 먹는 사람은 배달민족, 메뉴는 차이니즈, 사실 주빈들도 2명은 영어가 오히려 편하고 2명은 경상도 사투리가 입에 익은 사람들.

 

내가 이렇게 International 환경속에서 사는지 오늘 처음 깨닫았다. 그래서 더욱 공고한 유대감이 필요하다. 낳았다고 다 내 자식 되는 것이 아니고 결혼 했다고 진정한 배우자인 것은 아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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