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예절

튀는 사람들

Chris Jeon 2021. 9. 29. 07:25

 

 1980년대 대구 중심가 목욕탕, 그 당시 용어로 사우나가 있었다. 어느 날 그곳에서 한무리의 매우 눈에 띄는 그룹을 만났다. 당시 이름만 들어도 아는 모 야구단 소속 선수들이 시합을 마치고 온 것이다. 뿌연 김 속에 가려 있어도 그들의 우람하고 남자가 보아도 멋있는 몸매는 단연 돋보였다. 군계일학(群鷄一鶴)이라는 사자성어가 생각났다. 물론 나는 닭이었다.

 

 아름다운 단풍 계절이 거의 코 앞에 다가왔다. 단풍 절경은 멀리서 봐야 제격이다. 홀로 서 있어도 아름다운 단풍나무지만, 수많은 단풍 나무가 산과 계곡 그리고 사이사이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설악산의 단풍 절경은 모든 이의 시선을 압도한다. 어우러짐의 미학이다.

 

 ‘튄다’라는 뜻은 돋보인다’의 의미와는 사뭇 다른 것 같다. 튀는 것은 주위와 조화롭지 못하다는 느낌이 강한 반면에 돋보인다는  긍정적인 두드러짐 이란 의미가 강하다. 장례식장에 원색 옷차림으로 앉아 있다면 튄다는 단어를 사용해야 할 것 같고 모두가 외면한 약자를 돕는 것은 돋보이는 행동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맞겠다.

 

 이민자는 local people과는 태생적으로 많은 다름을 갖고 있다. 용모가 다르고 말이 다르고 문화가 다르고 따라서 가치관도 다를 수 있다. 튀거나 돋보일 수 있는 많은 조건을 갖춘 셈이다. 위에서 말한 튀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쉬운 방법으로, 튀는 행동으로 생각될 수도 있는 몇 가지 예를 들어 보자.

 

 날씨 좋은 여름철에 관광 온 여성 여러분들이 골프장에 왔다. 프로샵에서 체크 마친 후 나오는데 한결같이 백색 복면에 창이 넓은 모자, 짙은 색 선글라스, 흰색 토시 그리고 손에는 골프용 우산을 하나씩 들고 일렬로 행진해서 주위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참고로 그때는 마스크 착용이 드물었던 시대였다.

 

 오후의 햇살이 따스하다. 한가로운 동내 공원에 이웃들이 삼삼오오 모여 간이 의자나 벤치에 앉아 책을 보거나 담소를 나누고 있다. 공원 가운데 한무리의 사람들이 BBQ 파티를 한다. 메뉴는 당연히 삼겹살과 김치다. 여자들은 매운 연기에 눈물을 흘리며 고기를 굽고 남성들은 따로 모여 앉아 열정적으로 토론하며 구운 고기를 김치에 말아서 먹는다. 목소리가 커서 트럼프, 바이든 소리가 계속 들리는 것을 보니 시사 토론하나 보다. 매운 연기, 돼지고기와 김치냄새, 큰 목소리가 도드라져 보인다.

 

 산행을 하다가 경치 좋은 Lookout 지점에 도달하면 부근 바위에 앉아 경치를 감상하며 다리를 쉬어 간다. 인간을 포함한 자연의 조화로운 경치가 좋다. 홀연 한무리의 사람들이 형형색색의 등산복 차림으로 몰려와 가장 높은 지점에서 야호를 합창하여 정적을 깨고 모든 이의 주목을 받는다.

 

 위에서 예로 든 사례들이 튀는 행동이 아니라는 견해를 가진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분들은 다른 사례를 생각해도 된다. 사실 튀는 이들의 수는 소수다. 그러나 그들이 개인이 아닌 특정 조직의 일원일 경우 일탈(逸脫)로 보여질 수도 있는 튀는 언행이 그들이 속한 Society의 이미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민자들은 문자 그대로 낯설고 물 다른 땅에 와서 뿌리를 내렸으니 모두 돋보일 수 있는 자질을 가지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모두 돋보이는 자질을 가진 만큼 자칫하면 그 돋보임이 튀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음도 자각해야 하겠다.

 

 개인의 고유함, 조직의 문화와 가치관의 다름을 내세우기 앞서서 모든 행동과 말을 함에 있어 내 자신부터 주위와의 조화를 깊게 생각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반성해 본다. 단풍이 아름다운 계절이 내게 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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