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일상

옷이 날개 1

Chris Jeon 2021. 10. 11. 10:52

사자성어를 보면 그것을 만든 이가 무엇을 더 중요시하는지 알 수 있다. 권선징악(勸善懲惡) 선이 악보다 먼저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 일체를 강조하지만 임금님이 제일 앞이다.

 

그렇다면 의식주()와 사람의 됨됨이를 판단하는 기준인 신언서판(言書)은 왜 의()와 신()을 제일 앞쪽에 두었을까? 살아가기 위해서는 옷() 보다 먹는 것 식()이 더 중요할 것 같고, 사람을 평가함에 있어서 외모인 신(身) 보다 사리를 분별할 수 있는 판단력()이 더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의식주와 신언서판의 어순을 보면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옷이 중요하고 사람의 됨됨이를 판단하는데 있어서는 풍모가 중요하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즉 인간이 살아가면서 외형이 미치는 영향이 내부의 모습에 우선한다는 현실적인 판단을 담고 있는 듯하다.

 

외형과 내용은 완전히 별개의 것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미친다. 자신이 아끼는 물건을 금간 그릇에 담아둘 리 없고, 마음이 독한 자의 웃음은 살기를 풍기게 마련이다. 반면에 아름다운 백자에 담긴 미주는 더 맛있어 보이고 곱게 늙으신 할머니의 해맑은 미소는 그분의 고운 마음을 짐작케 한다.

 

나의 소중한 몸을 담는 옷()과 내면의 모습이 드러나는 신()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자신의 결점을 감추고 과시할 목적으로 입는 화려하고 비싼 옷이 아닌, 단정하고 격식에 맞는 옷은 주인의 높은 의식 수준을 나타낸다. 구린내를 감추기 위해 분장한 외모가 아닌, 고상한 내면의 향기가 풍겨 나오는 풍모 즉 신()의 중요성을 간파한 선인의 지혜에 고개가 끄떡여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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