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재미

잘 안되는 골프 그래도 쳐야 하나?

Chris Jeon 2021. 9. 24. 23:02

 

나는 프로 골퍼가 아니고 심리학을 전공한 자도 아니다. 자주 골프 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본다. 왜 공이 생각대로 맞지 않을까? 그래도 해야할 가치가 있을까?

 

1. 왕년에는 내가

100번 친 것 중 가장 잘 맞은 공을 자신의 실력이라고 착각한다. 매번 그렇게 맞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니 99번 실망하고 좌절한다.

 

2. 염불 보다는 잿밥에

과정을 거쳐 결과가 나온다. 좋은 스윙이 이루어져야 공이 원하는 곳으로 간다. 스윙에 집중하지 않고 공이 핀에 붙는 장관을 연상하며 고개를 먼저 들고 본다.

 

3. 농부의 수고를 모르고

최경주 선수의 굳은살 투성이 손을 보자. 많아야 일주일에 한번, 그것도 준비운동 생략하고 허겁지겁 티 박스에 올라서서 그림 같은 드라이버 샷을 기대한다. 좋은 점수를 기대한다면 괴롭고 지루한 연습을 감수해야 한다.

 

4. 잘못된 길을 걷는다

많이 연습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잘못된 폼으로 계속 훈련하면 오히려 잘못된 폼을 근육이 기억한다. 돈을 좀 쓰더라도 제대로 된 방법을 알 필요가 있다.

 

5. 얇은 귀

굿샷! 외침에 민감하다. “좋아요반응에 목매는 유투버 같다. 온갖 처방을 다 써 본다. 약 좋다 남용하는 꼴이 된다.

 

6. 즐겁지가 않다.

라운딩 내내 번민한다. 높은 기대치에 비해 달성도가 낮다. 만족지수 꽝이다. 즐기지 않는 일이 잘 되는 경우는 드물다.

 

7. 솟구치는 힘

힘 빼야 잘 돌아가는 것이 세상 이치다. 잘 안되는 이유가 모두 모여서 나타나는 증세가 힘 들어가는 것이다. 문제를 제거하지 않고 힘만 빼려고 하는 것은 힘이 들어가는 이유 한가지를 더하는 결과가 된다.

 

8. 백팔번뇌

이외에도 공이 안 맞는 이유는 무수히 많을 것이다. 이것저것 집적거리다 보면 실타래 엉키듯 문제가 엉켜 성미 급한 사람은 채를 집어 던지고 돌아 앉는다.

 

골프는 인기있는 운동이다. 하지만 스트레스 받는 사람도 많다. 그래도 쳐야 하나?

 

아주 오래전 그림자가 길어지는 봄날 오후에 나이 드신 부부와 같이 라운딩할 기회가 있었다.

남편분은 라운딩하고 부인은 몸이 불편한지 담요를 두르고 그냥 카트에 앉아 구경만 했다.

남편이 힘껏 친 공이라도 대부분 100야드 이내를 굴러간다.

 

그래도 부인은 힘없는 목소리지만 매번 ‘Nice’, ‘Great’를 외치며 남편을 격려한다.

런 부인을 남편은 싱긋이 웃으며 바라본다.

 

라운드 중간쯤 남편이 저만치 공치러 갔을 때 부인이 내 귀에 대고, 

"He is a really good guy.” 라고  속삭이며

해맑게 웃던 모습이 지금도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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