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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에 대한 횡설수설

다음 블로그를 닫는다고 한다. 내가 블로그 시작한지 거의 1년이되어간다. 만나고 헤어짐이 일상이지만 그동안 생각을 주고받던 블벗님들과 헤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아쉽다. 인연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사물들의 사이에 서로 맺어지는 관계’라고 설명하고 있다. 원래 인연(因緣)은, 원인을 의미하는 불교 용어로서 인(因)은 결과를 낳기 위한 내적이고 직접적인 원인을 의미하고, 연(緣)은 이를 돕는 외적, 간접적 원인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는 양자를 합쳐 원인의 뜻으로 사용되며 직접적인 원인으로서 인(因)과 간접적인 원인으로서 연(緣)을 구별할 경우, 예를 들어 씨앗은 나무의 직접적 원인인 인(因)이고 햇빛 · 공기 · 수분 · 온도 등은 간접적 원인인 연(緣)이다. 그러나 이들 모두는 씨앗에서 나무가 나타..

단상/일상 2022.07.19

힘빼기

힘 빼란 소리 많이 듣는다. “어깨에 힘들어가면 안 된다.” 원래 교만한 자에 대한 충고다. 하지만 요즘은 아마 골프 배울 때 가장 많이 들을 것이다. “힘 빼세요. 자연스럽게 클럽이 나가도록 두세요.” 그런데 힘 빼고 싶다고 빠지는 것이 아니더라. 힘 빼겠다고 결심하고 실제로 힘 빼고 섰는데 클럽을 휘두르는 순간 얍! 하며 이빨을 악 다물고 목부터 어깨를 거쳐 옴 몸이 뻣뻣해 진다. 골프 다운 스윙에 걸리는 시간은 대략 0.4초. 이 짧은 시간 동안에는 머리 보다 몸이 먼저 반응한다. 힘 빼고 싶다는 것은 머리고 평소 힘써는 것에 익숙한 것은 몸이니 결국 몸이 용쓰게 되는 것이다. 내 삶의 모든 부분에서 힘 빼고 살지 않으면서 골프장에서만 힘 빼겠다고 하면 욕심이다. 티 박스에 오르기 전까지 우아한 미..

단상/일상 2022.07.05

낙서 18 : 피해자라는 것

장애인 돌보는 일 하시는 분은 ‘장애인’과 ‘정상인’이란 구분 대신 ‘장애인’과 ‘잠재적 장애인’으로 구분한다고 한다. 지금 정상인이라도 언제 어디서든 나도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후회와 반성’ 글을 쓰면서 ‘피해자’란 단어를 사용했다. 후회할 일을 저지른 사람도 일종의 피해자란 생각이 들어서 사용한 것인데 뭔가 덜 생각한 듯 찜찜하다. A란 가공의 인물을 설정한다. A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이다. 어느 날 아내와 심하게 말다툼한 후 출근해서 스트레스 좀 받다가 퇴근길에 마음이 허해서 단골집에서 혼술 하다가 우연히 동료 여사원 만나 합석해서 같이 술 마셨다. 그 여자 역시 혼술할 사정이 있었겠지. 의기 투합하여 과음하게 되고 어쩌다 보니 하룻밤을 같이 지냈다. 이것이 사..

단상/낙서 2022.06.28

후회와 반성

왜 그랬을까? 한참 지난 후 곰곰이 생각해 보면 후회되는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후회할 일이지만 후회해봤자 소용없으므로 후회하지 않기로 결심하고 살 수는 있어도 평생 후회스러운 일 없이 살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한결 같이 최선의 삶을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궁극의 최선은 관념적으로 존재하는 것이지 실재하지 않는 개념이다. 멍청했던 적, 더 잘할 수도 있었던 일, 잘못된 선택의 순간, 게을렀던 시절 등등… 나름대로 그 당시에는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인정될 만한 이유든 아니든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 돌이켜보면 그 당시의 나는 가해자였던 동시에 피해자였다. 그 놈의 이유 때문에 나는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가치 있는 후회가 되기 위해서는 반성이 따라야 한다. ‘과거를 묻지 ..

시사 2022.06.25

언제까지...

#1 잘 걷는다. 그래서 걷기를 좋아하나? 아님, 걷다 보니 잘 걷나? 그룹으로 산행을 하다 보면 통상 3개 그룹으로 나뉜다. 비호, 토끼, 거북이. 나이 지긋하신 분 몇몇이 뒤쪽 토끼, 거북이 그룹을 왔다 갔다 하면서 경치를 즐기시며 걷는다. 나랑 같이 선두 그룹에서 걷던 이가 말한다. 저분들 왕년에 비호였어요. #2 반쯤 썩어가던 뜰에 있던 나무를 잘랐다. 밑둥치에서 2미터 정도는 관상용으로 남겼다. 그런데 완전히 죽은 줄로만 알았던 그 나무 둥치에서 어린 가지가 송송 올라오더니 올여름 제법 나무 모양을 갖춘다. 참 신기하고 이쁘다. 어미 나무를 뭉텅 잘랐던 것이 미안해서 친구하라고 꽃 화분 하나 곁에 두었다. #3 죽은 줄로만 알았던 나무가 다시 살아난다. 그러나 죽은 사람 몸통에서 새 몸 난다는 ..

단상/일상 2022.06.14

낙서 17 : 내가 당선인이라면

♥지난 한국 대선 투표 직후 낙서해 놓은 것을 오늘 발견했는데, 당선되신 분이 아직 모르시고 있는 것 같아서 살짝 포스팅 합니다. 상상은 자유다. 나는 상상하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지금 한국 대통령 당선인이라면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은, 1. 빠른 시일내 경쟁했던 후보와 단 둘이서 사적으로 술 한잔하는 자리 마련하겠다. 2. 이전 정부 시절 잘했던 것 낱낱이 찾아서 목록을 만들고 “이러이러한 것은 이어가겠소.”라고 말하는 것을 첫번째 일로 한다. 3. 당선 공신들 모아 놓고 “당신들 일은 이제 끝났소. 고맙소”하며 해산시키고 백지 상태에서 조직을 재 구성한다. 4. 비서실 구성할 때 제일 독한 인물을 집안 단속 전담 수석으로 임명한다. 5. 그동안 나를 괴롭혔던 사람들은 짐짓 잊은 체한다. 6. 스..

단상/낙서 2022.06.09

놈 놈 타령

보기만해도 웃음이 나오는 상대가 있다. 내가 왜 웃는지 모르겠다. 그저 웃음이 나올 뿐이다. 소리만 들어도 싫은 상대도 있다. 나는 모른다. 무엇이 싫은지. 그저 싫을 뿐이다. 좋고 싫은 것에 이유가 있을 것 같지만 사실 이유에 앞서 내가 먼저 결정한 것이다. 좋아하기로 혹은 싫어하기로. 하루동안 오만가지 생각을 하고 변덕이 죽 끓듯 하는 것이 사람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 딱 하나만 갖고 있는 사람은 없다. 그저 내가 그것 하나만 보고 좋아하기로 결심했을 뿐이다. 준 것 없이 미운 사람 언젠가 어디선가 내게 싫은 하는 것 하나 보여줬을 것이다. 이제 내 눈에는 그것 밖에 안보인다. 아니 그것만 생각하기로 결정했다. 사람들을 적과 친구로 가르고 나라가 진보와 보수로 나뉘고 세상이 둘로 쪼개진다. 둘이 넷이..

시사 2022.06.04

낙서16: Amendo

성미 좀 고약한 지휘관이 있었다. 초급 장교가 부임해 오면 지휘봉으로 배를 쿡쿡 찌르는데 보통 군기가 바짝 든 소위는 관등성명 복창과 함께 “열심히 하겠습니다.” 라고 외친다. 그러면 그분이, “어이, ‘열심히’가 아니고 ‘잘해야’ 하는 거야.” 6월 1일 나라를 이끌 리더가 다수 선택된다. 당선된 분 좋겠다. 모두 열심히 하겠다고 하겠지. 오래전 포스팅한 ‘똑멍부게’론을 인용한다. 나라를 망치는자, ‘멍부’. ‘멍청하면서 부지런한자’. 좋은 설교 들으면, “아멘”한다, ‘진실과 믿음’의 의미로 이해한다. 그러고 나서 나는 그 가르침과는 다르게 산다. 참으로 옳고 좋은 가르침이 내 머리로 많이 들어온다. 세상 좋아졌다. 그러나, 아는 것은 행할 때 의미를 가진다. 제대로 알고나서 열심히 행해야 한다. 한..

단상/낙서 2022.05.31

Korean Smile

프렌치 키스란 주제의 글을 봤다. 키스에도 국가명이 붙는 것을 보면 프랑스 사람의 애정 표현은 매우 강렬한 모양이다. 백의민족은 한을 안으로 품고 살아왔다는데 뭔가 좋은 감정 표현 방법을 만들어 갈 수 없을까? '백제의 미소'라는 이름이 붙은 불상도 있고 '신라의 미소'라는 명칭의 기와 유물도 유명한데 'Korean Smile', 한국인만의 은근하고 오묘한 웃음. 소리 없이 전할 수 있는 것. 눈으로 느낄 수 있는 기쁨. 고요한 아침의 미소.

단상/일상 2022.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