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일상

구글님

Chris Jeon 2022. 10. 22. 22:13

 

 

 

참 고마운 분이시다.

 

 

구글님 오시기전에는 선생님이 주로 답을 주셨고, 혼자서 찾아야 할 경우에는 서가 한 켠 가득 채운 아주 비싼 백과사전을 이리저리 들춰야 했다. 그것도 철 지난 정보가 대부분.

 

 

이제는 타닥 치면 쑥 답이 나온다. 그것도 아주 상세한 내용으로. 답이 여러 개면 개수 관계없이 좌르르 다 펼쳐 보인다.

 

 

이젠 시간과 의욕만 있으면 나는 만물박사가 된다. 그래서 귀명창이 는다. 입이 명창이어야 하는데 귀가 명창이니 뭔가 이상하다고 불편하다.

 

 

 

 

 

 

어느 인문학 교수님이, 창의성은 답을 구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던짐으로써 개발된다고 했다. 답은 내 머리에 쑤셔 넣는 것. 질문은 내 잠재력을 끌어 내는 것. 답은 남이 정한 것. 질문은 내가 만든 것.

 

 

차라리 구글님이 계시지 않았을 때의 생각이 더 자유로웠던 것 같다.

 

 

눈물이 무엇인가? 이젠 ‘타타타’ 치기도 귀찮아서, “헤이 구글, 눈물이 뭐니?” 하니 상냥한 여자분이 “염분 몇 % 어쩌구 저쩌구…” 한참 설명하고는 “질문 없느냐”는 물음도 없이 끝난다.

 

 

정보, 지식이 꼭 내 머리속에 있을 필요는 점점 없어지는 것 같다. 지금은 내 손에 쥐어진 셀폰이 대충 그 역할을 하고 있고, 한참 지나면 그것마저 칩으로 내 머리속에 심겨지는 것이 더 편하겠지.

 

 

구글이 갖지 못하는 생각과, 상상을 나는 갖고 싶다. 답을 먼저 보면 내 생각이 고착된다. 그래서 궁금한 것이 생기면 구글님은 최후의 수단으로 두고 먼저 곰곰이 생각부터 하기로 한다.

 

 

 

 

 

 

눈물에 대한 이해는 이미 구글님에게 압도 당했으니 접어두고, 다른 것부터 적용해 보겠다. 특정 주제에 대해 내가 황당한 소리를 하더라도 답을 묻기 전에 내 상상이 먼저 뛰쳐나가서 생긴 현상이라고 자위하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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