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237

기념일 챙기기

냇가에서 서로 알몸 보며 물장구 치던 친구는 없고 모두 나이 들어 남의 나라에 와서 힘들게 살아온 터라 피차 외롭지만 서로 간에 쌓인 벽의 두께가 녹녹치 않다. 그래서 남은 것이 식구라 더욱 소중하다. 그러나 자식들도 크고 나면 내 품 밖이니 의도적이더라도 연결된 끈이 튼튼한 지 수시 확인이 필요하다. 그래서 가능한 많은 수의 날 챙기기를 실천한다. 생일도 음력, 양력 두번씩, 결혼 기념일, Mother’s Day, Father’s Day, 어린이날(둘 다 결혼 안 했으므로 어린이로 간주), 반려견 떠난 날, 그 녀석 생일, 발렌타인 데이… 생각해 보면 한달에 한번 이상 ~날이다. 형편에 거창하게 할 수는 없고 케익 하나 혹은 배달 음식 한 종류면 족하다. 술은 항상 쟁여 있으니 됐고. 대신 데코레이션은..

단상/일상 2023.03.20

낙서 32: 잘 몰라서…

#개와 고양이가 만나면 싸운다. 왜?서로 모양이 다르니까.'우리는 모두 같은 동물이다.' 라는 수준까지의 사고력이 안된다. 정치, 종교 주제 토의는 통상 갈등으로 끝난다. 왜?생각이 다르니까.정치나 종교나 ‘모두 같이 잘 살자는 것이 본질’ 이다는데 까지 사고력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사실 잘 안돼서 통상 정치, 종교 주제는 거론하지 말자고 한다.그저 정치, 종교 석학들이 터 놓고 치열하게 토론하는 모습이 부러울 따름이다. #어느 자리에서 나눈 이야기“나는 보수라서 박정희 좋아한다.”“그분 잘못한 것도 있을 텐데요.”“나는 보수이기 때문에 무조건 좋아한다. 우리의 경제를 살리신 분”“그래요?…” 논쟁을 피하기 위해서 속으로 생각한다.박정희 좋아하는 것과 보수가 무슨 연관이 있지?경..

단상/낙서 2023.03.14

몸과 마음의 나이

약국가면 약이 즐비하다. Auto Shop에는 온갖 종류의 부속품과 약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사람이나 차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속적으로 관리해주지 않으면 고장 난다. 그래도 대충 60세 이전에는 큰 고장 드물게 나는 것이 인간의 몸이니 고급 차 보다는 훨씬 잘 만들어진 것이 분명하다. 신체적인 나이와 마음의 나이가 엇박자 나서 문제가 생긴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아제 개그로, ‘몸은 김정구 마음은 박남정’. 일리 있는 생각인 것 같다. 신체는 분명 노쇠해지고 있는데 마음은 한창 때를 향하고 있으니 간혹 무리하기도 하고 주책이라는 소리도 듣는다. 그런데 실제로 마음의 나이가 신체의 나이보다 늦게 늙을까? 마음이란 것이 뇌의 작용으로 일어나는 것이라고 보면 결국 뇌도 신체의 일부인데 마음이 몸보다 늦게 늙..

단상/일상 2023.03.10

오늘 일기

밤새 폭설이 내렸다. 이른 새벽 밖을 내다보니 뒤뜰 나무들이 눈 이불 덮고 아직 깊은 잠속이다. 바다 건너편 나라는 완연한 봄. 온갖 꽃망울들이 툭툭 터진다던데 좁은 것 같으면서도 넓은 지구. 눈 쌓인 담장위에 무엇인가 웅크리고 앉아 있다. 움직임이 거의 없는 너구리 한 마리. 병든 놈이다. 지난해 봄에도 한 녀석이 우리집 뜰에서 생을 마감했지. 내 집이 그들에게는 명당인가 보다. 전염성 있는 병이라 시청 담당 부서에 전화하니 금방 담당자가 왔다. 전문가는 다르네. 서둘지 않고 “하이 친구” 하며 구슬리더니 답삭 올가미 걸고 틀에 넣고 나간다. 편히 보내주는 것이 맞지만 좀 미안하기도 하고 안스러워서 담겨 나가는 녀석 뒷모습 보고 성호 그어줬다. 눈 왔으니 이제 치워야지. 얼기전에 길 안 트면 나중에 엄..

단상/일상 2023.03.06

걸으며 느끼는 것

걸을 수 있는 것은 축복이라고 한다. 건강하고, 걸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고, 신발 구입할 수 있는 돈이 있고, 자연과 가까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친구를 사귈 수 있는 5대 축복의 소유자라는 것이다. 익숙한 길은 그렇지 않은 길보다 짧게 느껴진다. 가야할 길을 잘 몰라서 주뼛주뼛하며 걸을 때 보다 내가 아는 길은 마음이 편하고 이런 저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서 그렇다. 내가 어디로 갈지 잘 모르면 몸과 마음이 무거워지나 보다. 반환점을 돌아서 올 때 심리적인 부담이 적다. 좀 힘들 경우는 더욱 그렇다. 반환점 전까지는 걸어야 할 길이 늘어나는 것이지만 돌아서 올 때는 걷는 만큼 가야할 길이 줄어들고 또 눈에 익은 길이어서 시간도 훨씬 빨리 가는 것 같다. 인생 중반을 돌아서니 시간이 쏜살같..

단상/일상 2023.02.27

낙서 31 : 이게 뭔가?

웰 다잉 하기위해서 열심히 운동한다, 살기 위해서가 아니고 잘 죽기 위해서? 이상하다. 이상할 것 없다. 다 죽더라. 천하를 호령했던 사람도, 벌레처럼 꼼지락거렸던 인간도. 후대에 남을 순애보를 썼던 인간도, 하룻밤 정사에 몸을 떨었던 청춘도 가니 꼭 같더라. 나도 같은 인간이지만 뭘 더 잘 할 수 없나 고민한다, 그래도 내가 낫다는 자만심은 아직 있거든. 추하게 죽고 싶지 않다. 남에게 부채가, 특히 자식에게 그만 돌아 가시지 하는 생각 안 들게 하고 가고 싶다. 죽어서 조문 온 사람들이 속으로 잘 가셨네 하고 내 얼굴 보는 것 싫다. 그런데 그게 내 마음대로 되나? 이 순간 나는 소맥을 마신다. 몸에 안 좋은 것 알면서 방금 지하실에서 땀 흘리며 운동하고 와서 운동해서 뺀 칼로리 몇배 이상의 열량을 ..

단상/낙서 2023.02.24

새벽에

눈 뜨니 살아있다. 살아 있었으니 눈이 떠졌겠지. 뭔가 온게 있나 셀폰을 집어 든다. 위에서 아래로 주르륵 얼마전 돌아가신 큰 형님 얼굴. 망설이다 대화창 여니 몇 달 전 남긴 메시지 “사랑한다’로 끝났다. 이게 유언이 됐구나. 그냥 눈과 코가 찡하다. 화장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 턱 아래가 희끗희끗 검고 흰 놈 절반씩이다. 짧아서 표가 덜날뿐. 저쪽도 낮 밤이 있나? 이 세상 생각하며 그리워 할까? 모를 일, 가봐야 알 일, 가서도 모를 일.

단상/일상 2023.02.24

모난 돌이 정 맞는다

현명한 조상님들이 만드셨지만 내가 싫어하는 속담이다. 그 의미는 알고 있으니 차치하고, 돌만 놓고 보자. 이 세상 둥근 돌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다. 직접 헤아려보지는 않았지만, 둥글둥글한 돌 보다는 네모든 오각형이든 뾰족삐죽하든 각진 돌들이 더 많을 것 같다. Factor는 둥글든 각 졌든 다 용도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각지면 정 맞으니 아프다. 그럼 각진 돌이 정 안 맞는 방법은 무엇일까? 땅속에 숨어서 안 나오며 세상을 원망한다. “나도 분명 쓸모가 있는데…” 가능한 힘을 이용해서 데굴데굴 굴러 스스로 둥글게 만든다. 아무래도 원래 둥근 돌보다는 못하다. 그럼 세상사는 어떻게 될까? 온통 둥근 돌 천지다. 주춧돌로 사용하기 위해서 둥근 돌을 애써 깎아 네모 모양 돌을 만든다. 별 쓸모 없는 수많은..

단상/일상 2023.02.20

일탈(逸脫)

누구나 가끔씩은 일탈을 꿈꾼다. 정해진 삶의 틀에서 벗어나 보는 것. 탈선과 같은 의미는 배제하고 한번 변화를 가져 보는 것. 그러나 이것저것 생각할 것이 많다. 시간, 돈, 준비물, 같이 갈 동무, 주위의 시선, 이 나이에,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불편함… 없는 용기 내라고 할 수는 없고, 그래서 그저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것 해본다. 탈 수 있는 차 있고, 몇 백 km 달릴 휘발유 살 돈 되고, 시간도 있네. 구글에 들어가서 다다다다… 내가 사는 곳에서 300km 이내 가장 가고 싶은 곳. 한눈에 팍 들어오는 사진. 얼추 280km 되는 곳, 바다 같은 호수의 만(Bay), 절벽, 해식 동굴, 겨울철에는 인적 드뭄. 딱이다. 따뜻한 옷 입고, 도시락, 약간의 간식, 트레일 걸을 때 필요 장비 답삭..

단상/일상 2023.02.17

느리게 산다는 것

♥ 블벗님과 생각 나누기로 약속한 주제인데, 쭉 연결되는 글이 안 쓰여서 그냥 떠오르는 생각을 나열해 봅니다. 무료해서 셀폰을 들여다볼 때가 있다. 누가 카톡 보내온 것 없나? 수신된 내용이 없으면 서운하다. 한창 바쁘게 일할 때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지쳐서 도대체 이놈의 전화 한시간 동안 몇 번이나 받고 거는지 헤아려 본 적이 있었다. 20번 이상, 얼추 2~3분마다 한번 꼴. 말하는 시간 감안하면 거의 전화기를 붙잡고 있었던 셈이다. 물론 나는 그 당시 전화 상담원은 아니었다. ‘느림의 미학’을 설명하는 글에서, ‘느림’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삶의 방식을 찾아주는 것이라고 한다. 그 ‘느림’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느림에 대한 변(辯)】 한국에서 5년이면 충분히 완공할 것 같은 지..

단상/일상 2023.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