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289

아침 단상: 밤새 안녕

날씨가 추워졌다.아니, 춥게 느껴진다.며칠전까지만 해도 영상 20도 이상이었는데갑자기 새벽에는 10도 가까이로 떨어지니 파카를 껴입고 싶다. 아침에 눈 뜨니 오늘이다.어제와 오늘 사이에 막이 내려진 것인지잠자는 동안은 몇몇 연결되지 않는 꿈속 장면만 기억나고 나머지 시간은 사라져 버렸다. 막간에 내가 무탈했으니 오늘 청명한 가을 하늘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그런데 막이 내려진 동안에 진정 내게 아무일 없었을까?모를 일이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암세포가 자리 잡았을 수도 있고얼마인지는 모르지만 내게 주어진 날들 중 하루가 사라져 버렸다.나는 그냥 내 눈에 보이는 대로 안녕하다고 믿는 것이다. 얼마전 댓글에서 미래를 알 수 있으면 좋아질 것이라는 뜻의 글을 읽은 것이 기억된다.지금 생각으로서는 아닌 것 같다..

단상/일상 2024.09.08

밀알 한 개 심는 것

일본이 매년 300마리가 넘는 고래를 잡고 있다는 사실은 잘 몰라도, 세느강에 올라온 돌고래 한 마리를 살리기 위한 노력은 전세계 토픽감이 된다. 빌딩 유리창에 부딪쳐 철새들이 낙엽처럼 떨어져 죽는데, 교각 공사 중 발견된 새집에 살고 있는 새끼새를 보호하기 위해서 공사가 장기간 중단된다. 되풀이되는 일상에는 무관심하지만, 뭔가 새로운 일탈은 사람들의 관심 버턴을 확 누르는 법이다.   그래서 누군가 말했다. 개가 사람을 무는 것은 토픽감이 안되지만, 사람이 개를 문다면 토픽감이다 그래도 하수구에 빠진 강아지 한 마리 구하기 위해 여러 명의 소방관들이 땀 흘리는 수고를 단순히 뉴스감으로만 보는 것은 뭔가 미진한 느낌이 든다. 황량한 밭에 밀알 한 개 심는 것. 언젠가 이 불모지에 밀이 싹틀 가능성이 남겨..

단상/일상 2024.08.30

조급증

“너 젊게 보인다.”이 한마디에 기분이 좋아지는 나이가 됐다. 보수적으로 생각해서 가고 싶은 곳을 두다리로 걸어서 갈 수 있을 나이 빼기현재 나이를 계산해 보니 양 손가락 두 번 쓰면 남을 정도다. 가을이 오지말래도 오고 있다.4계절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맘껏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스무 번이 안된다. 이번 가을에는 미친듯이 다녀야지.배낭을 햇빛에 말리려고 뜰에 나간다.따가운 햇살과 더운 공기가 훅 덮친다. 그러고 보니 에어컨 실외기가 돌고 있다.내가 너무 급했나?

단상/일상 2024.08.28

선상(線上) 어느 곳

날씨가 덥다. 섭씨 몇 도부터 덥다고 해야 하나? 춥다는 기준은? 명확하게 가르기 어렵다. 지극히 뜨거운 점과 차가운 점을 잇는 그 어느 선상에 있다. 내가 춥게 느끼면 추운 것이고 더우면 더운 것이다. 만약 선한 사람들만 모여 사는 세상이 있다면 그들은 본인들이 선함을 인식할 수 있을까? 악이 있기 때문에 선이란 개념이 존재한다. 이들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 동전의 양면과 같은 동일체이며 어느 한쪽이 없으면 나머지도 존재할 수 없는 개념이다. 종교적 관점을 떠나서 하는 이야기임을 부연한다. 어느 동기부여 강사가 인간의 대표적인 부정적 감정 쉰 여개가 달린 나무를 그려 놓고 그 둥치를 원망심으로 설명하던 것이 생각난다. 문득 그 부정적 감정과 반대인 긍정적 감정들은 과연 별개의 것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우..

단상/일상 2024.08.26

노래에 취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cJsEeeAvN84  사이키델릭 록.가수 김정미의 노래를 좋아한다.좀 취한 것 같은 노래. 곡도 좋지만, 보기 싫은 꼴 보고는 두말 않고 사라져 버린 그녀의 배알이 좋다. 앉은뱅이 용쓰는 나를 위로하기 위해서 위스키 한잔이 동원된다.김정미님의 노래에 취하고그 속은 모르지만 절정기에 사라지고 지금껏 나타나지 않는 깡다구에 반한다. 세상만사 이론대로 되나요?흘러가는 물결 타고 가는 것도 현명한 처신.싫으면 내려서 니갈 길을 가든지.

단상/일상 2024.08.18

늙은 암컷 코끼리

코끼리 무리의 리더는 늙은 암컷이다. 살아 오면서 축적된 경험으로 무리를 이끈다. 그럼 왜 수컷은 안되나? 모르겠다. 그냥 때가 되면 죽을 곳 찾아가서 죽는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힘센 어느 나라 리더 뽑는 과정에서 두 늙은 남자분들이 치고 박고 싸우다가 조금 더 늙은이가 지쳐 쓰러지고 스물살 가량 젊은 여성 후보가 등장하니 신선한 바람 분다고 좋아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고 보니 이세상 시끄럽게 만들고 있는 분들의 나이가 꽤 무겁다. 시모씨, 푸모씨 그리고 모래 바람 속에서 피 흘리며 사생결단하고 있는 나라의 지도자들… 내 주변도 비슷한 문제가 보인다. 은퇴할 나이가 훨씬 지난 분들이 이 조직, 저 단체 옮겨가며 자리를 차지하고 즐긴다. 그러면서 자주 사용하는 말, “내가 많이 해봐서 아는데….” 시쳇말로..

단상/일상 2024.08.12

아침 단상: 본질을 보는 눈

회사 제품의 생산성을 올리는 방안을 찾기 위해서 간부들이 모여서 회의를 한다.회의 중 나이 더 많은 간부의 제안을 더 젊은 간부가 반박한다.“너 나의 경험을 무시하는 거야?”“왜 반말 하십니까?” …생산성 향상이라는 주제는 간 곳 없고 개인적 감정에 치받쳐 멱살잡이 직전까지 싸움이 이어진다.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안세영 선수가 협의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토로하자 당사자들은 물론 댓글창에서 왈가왈부 말이 많다.“왜 자기만 특별 대우 받으려고 하나?”“협회가 자기 변명만 늘어 놓는다.”…본질은 협회 운영상의 문제점, 혹은 선수 개인의 일탈이 있었는지 여부다.일단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고 조치 후 개인적인 태도는 나중에 따로 따지면 된다. 세상사 본질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잘 안된..

단상/일상 2024.08.09

망각과 추억

아주 기막히게 슬픈 상황에 처한 사람이 울부짖다가 기절하는 장면을 본다. 왜 기절할까? 컴퓨터가 과부하 걸리면 스톱 된다. 계속 가동되면 타버리거나 망가지니까. 사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계속 슬프면 미치거나 심장마비가 올 것이니 자율 신경계가 작동해서 전원을 꺼 버린 것이 아닐까? 이기적인 유전자를 가진 인간이다. 자손을 번성 시키기 위해서는 내가 우선 살아 있어야 한다는 본능이 내 유전자에 각인되어 있다. 부모님을 땅에 묻고 와서도 배고프면 밥을 쓱쓱 비벼 먹고, 자상했던 남편 장례식장에서 “나는 이제 우째 사노” 하며 오열했던 할머니가, 몇 달 후 어느 햇살 좋은 날, 날개 같이 가벼운 복장으로 아주 행복한 표정을 짓고 산에 오르신다. 다 내가 살아가는 쪽으로 내가 만들어졌다..

단상/일상 2024.07.27

낙서 52: 지는 해

뜨는 해와 지는 해. 모두 뜨는 해를 좋아한다.지는 해는 무대 뒤로 사라지는 배우처럼 느껴진다. 사실 오늘 지는 해는 내일 뜨는 해 아닌가?내가 보기에는 지는 해 같지만 지구 반대편에서는 뜨는 해. 인생사 흥망성쇠를 자연의 위대한 진리에 어쭙잖게 비유했다.특히 사상누각의 일시적 영화나 인기를 누리다 필연으로 몰락하는 자를지는 해로 비유하는 것은 참으로 단견이고 건방지다.  2024 어느 날내가 보기에는 몰락하는 자를 지는 해로 비유한 글을 보고

단상/낙서 2024.07.20

사랑하면 예쁘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 잘 알려진 나태주 시인의 ‘풀꽃’ 이란 제목의 시다.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감성이 다가온다. 시의 바탕에는 사랑이란 전제가 깔린 것 같다.내가 사랑하는 대상을 자세히 보니 더 예쁘고, 오래 보니 더 사랑스럽고, 너도 그러니 나는 분명 너를 사랑하는구나. 사랑하는 마음이 전제되지 않으면, 자세히 보면 더 흉물스럽고, 오래 보면 더 지겹다. 그래서 나는 너와 멀어질 것이다. 내가 정한 마음의 방향에 따라 대상이 보여지고 느껴진다. ‘콩깍지 씌었다’란 말이 그렇다. 예뻐 하기로 작정했으니 모든 것이 사랑스러워 보인다. “이 세상, 내 삶이 왜 이래?” 하기 전에,“내 눈에 부정적 콩깍지가 씌었나?”를 먼저 자문해 볼 일이다.

단상/일상 2024.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