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231

한 수 배우는 것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 ‘우리 삶 가는 곳마다 고수가 있다’. 거지는 공자와 같이 길을 걸어가도 배움이 없고 공자는 거지와 같이 걸어가면서도 배운다. 블로그 활동이 좀 가볍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다. 이 세상 꼭 무거운 것으로부터 발전하지는 않았다. 자신이 좋아 하는 것을 그저 즐기는 분들의 자연스런 모습. 전문가다운 솜씨를 보여주시는 분. 매끌매끌 하지는 않더라도 진정이 보이는 글들. 순박하게 웃고 좋아하는 모습. 나랑 비슷한 생각 들, 내가 화내는 일에 같이 화내고, 같이 좋아하고, 나랑 비슷하게 아파하고. 나랑 생각이 다른 분들, 아하~ 이런 생각도 있구나. ... 오늘 답글에서 마음에 쏙 드는 사자성어를 배웠다. 무괴아심(無愧我心). 내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도록 한다. 즉, “다른 사람의..

단상 2023.12.03

낙서 38: 자초한 일

‘이전투구(泥田鬪狗)’ 한발 담궜다. 이 정도일지는 몰랐고. 발 빼자니 지맘대로 안 되니 삐쳤다고 흉 볼까 걱정 되네. “그래 한번 뒤집어봐?” 아직 가슴 조금은 뛰고 미련도 남는다. 내가 자초한 일. 남 탓하고, 남 눈치 볼 것 없이 내 맘 가는 대로 따르는 것이 맞겠지. 그래, 머리 좀 쉬었다 가지 뭐. 오늘 사교 댄스 강습 있는 날. 빙글빙글 돌면서 머리 식히자. 진흙 밭 대신 반들반들 마루 위 미끄러지고, 개 대신 선남선녀 보기 좋다. 짖는 소리 보다 웃음 소리 더 좋다.

단상/낙서 2023.11.30

낙서 37: 열혈사제2

‘I am a boy.’ 중학교 1학년 영어 처음 배울 때 외웠던 문장으로 기억된다. 지금 생각해보니 좀 이상하다. 내가 분명 남잔데 왜 나를 남자라고 소리쳐야 할까? 검사들 조직에서 만약 ‘정의 구현 검사단’이란 모임을 만들면 어떻게 보일까? 검사란 원래 정의를 구현하자는 미션을 안고 사는 자들인데, “검사 중에도 정의 구현 검사와 정의 안 구현 검사도 있나?” “지들만 정의를 구현하는 검사들인가?” 서울 광화문에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는 검은 유령들이 있다. 주로 대낮에 촛불을 들고 나온다. 주로 정치적 정의를 구현하자는 소리를 외친다. ‘정의구현 ***’ 나는 ‘열혈사제’를 좋아한다. 검정 갑옷 뒤에 숨어서 “I am a boy”를 외치는 대신 내가 옳다고 확신하는 바를 맨몸으로 보여주는 분. 내가..

단상/낙서 2023.11.22

낙서 36: 열혈사제1

교만하지 말아야 한다. 교만이란 것이 뭐지? 잘난 체하여 뽐내고 버릇이 없음. 그럼 ‘~체’ 하는 것이 아니라, 분명 내가 더 잘난 근거가 있는 경우에 내가 잘났다고 하는 것은 교만이 아니다. 인간간 관계상 수준차에 절망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attitude의 수준. 규범이란 것이 있고, 예절이란 것이 있고, 상식이란 것이 있는데 이를 깡 무시하고 설쳐대서 결과적으로 내가, 주위가 피해를 입는다면 참 난감하다. 이 때 수준차가 나서 도저히 같이 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나를 교만하다고 비난하는 자가 있다면 내가 반성해야 하나? “제 탓이요 제 탓이요 저의 큰 탓이옵니다.” 이렇게 가슴치며 반성하는 동안에 그자는 더 기고만장해서 그의 부정적 attitude가 강화 될 수 있다. 이럴 경우에는 인간사적 힘이..

단상/낙서 2023.11.22

섬에서 밖을 보면 외롭고 밖에서 섬을 보면 그립다. 이민와서 십여년 섬에서 살아봤고 지금은 대도시에서 5년째 살고 있다. 내가 살았던 섬은 남한 면적의 1/3쯤 되는 큰 섬이지만, 가끔씩 답답함을 느꼈다. 섬 한 켠 해변에 앉아 건너편 흐릿하게 보이는 육지를 보면, 섬이라는 단어가 주는 외로움이 덮쳐온다. 고구마처럼 길쭉한 모습에, 그래서 남북으로 놓인 고속도로가 500km 가까이 거리가 나오는 섬이지만, 차 타고 휭 떠날 때는, 130여킬로 가면 해안선에 닿는 남쪽보다는 300km 넘게 달려야 바다에 막히는 북쪽으로만 갔다. 그래야 가슴이 좀 터졌기 때문이다. 지금은 어딜가나 한국 식당이 보이고 한국말이 영어보다 더 자주 들리는 동네에 살고 있어 무지 편하다. “오늘 소주 한잔 할래?” 번개 미팅 카톡..

단상/일상 2023.11.08

쌀밥 돌밥

아내가 차려준 흰 쌀밥이 먹음직스럽게 담긴 밥 그릇을 비우다가 돌을 몇 개 씹었다. “이 밥에는 왠 돌이 이리 많나?” 아내 왈, “아무래도 돌보다는 쌀알이 더 많겠지요.” 누구 말이 더 맞을까? 얼마전 한국의 한 고위 공직자가 모처럼 내 맘에 쏙 드는 말을 했다. “쌀밥에 돌 한 개만 있어도 돌밥이다.” 어항 속 금붕어와 같이 투명하게 국민들에게 보여지는 고위 공직자들의 바른 자세를 당부하는 말이다. 온갖 구설수에 올라도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는 자. 이런저런 핑계 대고, 요리조리 빠지고, 구차스러운 방법으로 자리를 지키는 공직자들. 쌀알 백 개에 돌 하나라도 그 밥은 돌밥이다. 오늘 아침 밥상에서 돌을 하나 씹었다. “어머나 미안해요. 이빨 괜찮아요?” “하하, 밥 짓다 보면 돌 하나쯤 들어갈 수 있지..

단상/일상 2023.11.04

그런대로 살만하네

팍팍한 삶을 즐겁게 바꾸는 방법이 무엇일까? 즐겁다고 생각하기? Happy Ending 믿기? 긍정적 사고? 잘 안되더라. 인간은 어차피 경쟁을 통해 진화된 동물이니까. 삶 자체가 여유롭지 못하다. 힘든 것은 힘들다고 인정하고 그 사이사이 즐거운 것을 끼워 넣자. 나는 부자 아니니 가능한 돈 안드는 방법으로. 뭣 같은 삶에 드문드문 여유가 끼어 있으면 그나마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길 걷다 먼산 한번 쳐다보고 선잠자다 깨면 별을 본다. 수북이 쌓인 낙엽 밟으니 촉감이 좋구나. 그사이 살금살금 기어다니는 다람쥐 참 귀엽다. 찾다보니 더 많이 보인다. 공짜로 얻을 수 있는 즐거움. 이참에 사는 것은 즐겁다고 믿어볼까나?

단상/일상 2023.10.24

물, 숲 그리고 하늘 2

4주간 캠핑 중 첫주는 허리케인과 함께 한다. 태풍 중심부가 현재 내가 있는 곳으로 부터 500km 정도 서쪽을 지나간다지만 Lee라는 이름의 허리케인 날개가 일으키는 바람과 비는 거세다. 덕분에 대서양의 거친 풍경은 원없이 본다. 캠핑장도 안전을 고려해서 3~4일 정도 close되고 예약자들에게는 전액 환불해 준다. 그래서 계획에 없던 모텔에서 숙박한다. '모텔핑'으로 명명하고 나름 즐겁게 지낼 궁리를 한다. 그래도 캠핑맛을 내기 위해서 캐빈형 모텔을 선택했다. 작은 deck에서 비 내리는 풍경보며 라면 끓여먹는 즐거움도 좋다. 거의 1500km 달려 왔는데 비온다고 방에만 있으면 뭔가 손해 보는 듯하다. 주변 산책로를 찾아 걷기로 한다. 가까운 곳에 동네 사람들이 이용하는 해변으로 연결되는 산책로가 ..

단상 2023.10.06

물, 숲 그리고 하늘 1

캐나다 서쪽 끝에 정착해서 가운데를 지나 이제 동쪽으로 4500km 정도 옮겨와서 살고 있다. 대서양까지 1500km 남았다. 이제 두발로 펄쩍펄쩍 마음대로 뛰어다닐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이 남아있는 것 같지 않다. 내가 옮겨 살지는 않을 것 같은 캐나다 동부를 캠핑하면서 돌아보자고 결심한다. 10군데 국립 공원을 이어서 공원당 3박 정도씩 머물면 얼추 1달 정도면 동부를 한바퀴 돌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여행철은 9월이다. 여름 휴가철 지나고 단풍 시즌 전이어서 한가하다, 나만의 여행이 가능하다. 단, 9월 중순까지는 모기란 놈이 아직 돌아다녀서 조금 성가시다. 첫주 허리케인의 북상이 예보된다. 날씨 탓인지 수십km 해변이 텅 비었다. 좀 독특한 내가 좋아하는 찬스다. 허리에 달린 빨간 종..

단상 2023.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