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일상

창고속에서 잡상(雜想)

Chris Jeon 2024. 7. 16. 00:37

 

 

 

#1

 

어떤 인간이 내 마음을 상하게 한다.

 

꼭 같은 인간은 없다. 모두 고유하다. 그래서 소중하다.

창조주는 필요 없는 것 만들지 않겠지.

 

나와 다르다고 나쁘다고 생각하면 안 되지.

모난 돌이나 둥근 돌이나 모두 쓰일 데가 있는 법.

 

그래서 훌륭한 리더는 어떤 유형이라도 멤버가 된 이상은 용도에 맞게 쓰더라.

그러나 얼치기 리더는 자기랑 비슷한 돌만 골라 쓰다가 종국에는 와르르 무너진다.

 

그러나 나는 훌륭하지 않다.

그래서 나름대로 해결책을 찾는다.

 

세모가 네모를 만나 콕콕 찔리며 피 흘리는 것은 어리석다.

세모. 네모가 절대 스스로 바뀌지는 않지.

 

그래서 세모는 세모끼리 네모는 네모끼리 맞추어 사는 것이 현실적이다.

 

내가 가시라면 나는 가시 덤불 속에서 살겠다.

 

#2

 

아직 마음은 젊다. 가끔씩 가슴이 벌렁벌렁 뛴다.

 

골프 그만 둔지 10년이 훨씬 지나서 소속 단체 행사 진행 관계로 작년에 4번 올해 3번 필드에 나갔다.

그 형편에도 티 박스에 서면 빨래줄 같은 샷이 욕심난다.

 

라운딩 후 속이 더부룩하다.

뭔가 소화 안된 것이 있는 모양이다.

배는 고픈데 마음 속에 뭔가 걸렸다.

 

어떤 상황이든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 해야지.

한창때는 여건마저 바꾸겠다고 달려들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누구처럼 매주 2~3번 필드에 나갈 형편도 안 되고 또 그렇게 열심히 투자하는 것도 썩 내키지 않는다.

 

대신 창고로 들어가서 유튜브에서 보고들은 아름다운 자세를 흉내내 본다.

이것이 지금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어두컴컴한 창고에서 용쓰는 내 모습이 그리 나빠 보이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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