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290

낙서 50: 묻는 것은 죄가 아니겠지요?

어느 블로거 분의 글에 댓글 달다가 좀 답답해져서 글 씁니다. “얼마전 해질 무렵 공원 산책하다가 입에 다람쥐를 물고 가는 코요테를 봤습니다. 저녁거리 잡아서 머무는 굴로 가는 모습. 아마 굴에는 새끼들이 배고픔 참으며 엄마 오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코요테 입에 물려서 덜렁거리며 가는 다람쥐는 또 뭔가?역시 자기 새끼 저녁 먹이감을 구하러 나왔다가 이리 됐을수도...그럼 오늘 저녁 다람쥐 새끼들은 어찌하노?이리도 치열하게 살아가야 하는 세상을 만들어 놓고 "참 좋았다" 하셨던 분의 의도는 무엇이었나?막걸리 한잔 걸치고 그 블로거 분의 글 주제와는 상관없이 주절주절대는 나."그래서 어쩔래?" 묻는다면?할말이 없습니다.

단상/낙서 2024.06.22

말귀 1

마이동풍(馬耳東風), 말귀가 어둡다, 말귀를 못 알아 듣는다.‘말’이 여러 마리 등장한다. 말이 정말 귀가 어둡나? 나도 말귀를 잘 못 알아 듣는 모양이다. ‘말귀’란 단어에는 2가지 함축된 의미가 있다. “말귀 어둡다”는 ‘남이 하는 말의 뜻을 이해하는 슬기’가 부족하다는 뜻이고, “말귀를 못 알아 듣는다”에서의 ‘말귀’는 ‘말의 내용’이라는 의미다. 어찌되었든 말귀 때문에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사는 세상사에 어려움이 많이 생긴다.  그러면 말귀 때문에 생기는 문제는 내 탓일까 아니면 상대방 탓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쌍방 책임일 가능성이 높다. ‘남이 하는 말의 뜻을 알아듣는 슬기’란 의미로 보면 우선 듣는 자의 탓인 것 같다. 아무리 설명해도 못 알아 듣는 우둔함, 들으려고 하지 않는 아집, ..

단상/소통 2024.06.20

낙서 49: 일하는 순서

여러가지 할 일이 있는 상황에서 내가 시작하는 일의 순서를 정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을 먼저 시작해야 할까? 지금 당장 해야 할 시급한 일이 있다면 만사 제쳐놓고 먼저해야 한다. 불 났으면 불부터 꺼야하는 것이 당연하다. 일들 중 복잡해서 시간이 좀 걸리는 일과 단순해서 빨리 처리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단순해서 빨리 처리할 수 있는 일을 먼저해서 없앤다. 그래야 복잡한 일이 확실하게 보이고 집중할 수 있다. 만약 내가 하기 어렵거나 싫은 일과, 반대로 쉽거나 하고 싶은 일이 같이 있다면?어렵고 하기 싫은 일을 먼저 처리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렵고 하기 싫은 일은 항상 뒤로 미루어져서 실기(失機)할 가능성이 있다.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라는 격언도 있다.' 사소한 일과 중요한 일이 내 앞에 같이 놓..

단상/낙서 2024.06.18

낙서 48 : 쉬운 일은 없다

이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 무엇일까?‘누워서 떡 먹기’누워서 떡 먹어보면 얼마나 힘든 지 알 것이다.‘숨 쉬기’폐에 이상이 생기면 숨 한번 쉬는 것이 참 힘들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뭔가 얻으려면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대가를 지불하고 나서도 얻는 것이 더 많다면 할 것이고 아니라면 포기한다. 포기하는데 아쉬움이 있다면 “그것 뭐 내가 그다지 원했던 것이 아니야”라며 합리화 하겠지.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생각 없이 그냥 머리 속으로만 원했던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막상해보려니 엄두가 안나서 포기한다. 간절함이 부족했던 경우다. 일이 힘들다고 탓하지 말자.무슨 일이든 힘들게 되어 있다. 하고 싶거나 해야 한다면 하고,아니면 ‘탓탓탓’하지 말고 깨끗이 “Forget it” 한마디로 끝내고 그 결과는 ..

단상/낙서 2024.06.17

잡초 대화

‘사부작사부작’ 생활 철학의 실천 방법 중 좋은 것이 잡초 뽑기다.아침에 스무개, 저녁 나절 또 같은 수 정도 뽑으면 그다지 넓지 않은 뜰은 내가 원하는 녀석들만 맘 놓고 자라는 천국이 된다. “잡초를 왜 잡초라 부르시나요? ““글쎄, 내가 너희들 이름을 잘 몰라서 그런다.”“혹시 쓸데 없는 녀석들이란 뜻은 아니겠지요?” 그러고 보니 ‘잡’자 들어간 단어는 대부분 그 의미가 좋지 않다.‘잡종’, ‘잡상인’, ‘시정잡배’ … 좀 망설이다가 궁한 답을 한다.“사실 이름도 모르지만 내가 같이 살기를 원하는 풀들이 아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잡초라 불리는 우리들이 얼마나 환경에 잘 적응해서 생명력이 이렇게 질긴지 아시나요?”“당신들이 좋아하는 잔디는 하루만 물 안 줘도 비실대지만, 우리는 그냥 내버려둬도 ..

단상/일상 2024.06.14

내가 누군지 모르겠소

‘부모님 날 낳으시고, 선생님 날 만드시고’서울 어느 성형외과 건물벽에 붙어있던 광고라고 한다.지금 봐도 잘 만든 걸작 광고문구라는 생각이 든다. 나를 나라고 할 수 있는 정체성(Identity)은 무엇일까? 나의 모양은 매 순간 변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1초전 나의 모습과 지금의 나의 모습은 다르다. 그 사이 세포 분열이 일어났을 수도 있고, 눈썹 한 개가 빠질 수도 있다. 선생님이 나를 새로 만드신 경우는 짧은 시간에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될 것이다. 나의 정신도 마찬가지다. 정신이란 존재 자체도 아리송한 것이지만, 하루 종일 오만가지 생각을 하듯이 어떤 정신이 나를 특정하는 지 알 수 없다. ‘내 마음 나도 몰라’ 라는 유행가 가사도 있다. 다른 사람의 관계에서 내가 구별되는가? 김 아무개의 아버지..

단상/일상 2024.06.08

내 이름 부르는 이는?

평생 내 이름을 내가 큰소리로 부르는 경우가 몇 번이나 있을까?대부분 내 이름 부르는 이는 남이다. 나를 지칭하는 것은 이름 외에도 많다. ~ 아빠, ~할머니, ~박사님, ~회장님…하지만 그것은 관계상 혹은 직책/직위의 호칭일 뿐 나라는 브랜드명은 내 이름이다.이름은 나라는 존재의 ID를 대표하는, 나의 고객을 위한 명칭이다. 아침에 카톡이 온다. 받아보니 갓난아기가 웃고 있다. 내가 언제 갓난 아기를 친구 삼았지? 이름을 보니 CK, P. 누군지 모르겠다. 단서를 찾으려고 프로필 사진을 찾아보니 온통 아기 사진과 꽃 사진뿐이다. 더 이상의 조사를 단념한다. 그나마 이름도 여럿이다. 한국 이름, 영어 이름, 세례명, 남편 성 따른 이름. 이런 요소를 조합하면 한사람의 이름이 매우 복잡하게 나눠진다. 내 ..

단상/일상 2024.06.06

낙서 47: 남의 불행을 볼 때

솔직하게 내 자신과 대화한다.남의 불행을 볼 경우 내 속 마음은?1. 그저 안타깝고 도와주고 싶다.2. 그냥 흥미거리다. 불구경 같은 것.3. 내심 잘됐다 싶다. 내가 처한 형편과도 상관이 있을 것 같다.내가 여유가 있고 상대가 내 경쟁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되면 너그러워질 수 있겠다.상대가 나 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되면, 나보다 앞서 달려가던 주자가 쓰러질 때와 같은 느낌이 생길 수 있다.평소 미워하던 상대라면, “천벌 받았다.’ 라고 애꿎은 하늘에 계신 그분을 소환할 수도. 잘 나가던 유명가수가 일순 처신을 잘못하여 나락으로 굴러 떨어지는 광경을 본다. 피 흘리며 숨이 깔딱깔딱 하는 짐승을 향해 침 흘리면 다가가는 하이에나가 많은 것 같다. 남이 어려움에 처해있을 경우 나의 진실한 마음은 무엇인가?딱..

단상/낙서 2024.06.04

낙서 46: 숨이 막힌다

고국 뉴스에 ‘DJ 뉴진 스님’이 화제가 된다 길래 유튜브로 공연 몇 편 봤다.새로웠고 재미있었다. 불교를 모독하는 내용은 없는 것 같고 가사장삼 입고 폴짝폴짝 뛰는 모습이 죽비 들고 ‘할’을 외치는 스님 모습과는 확연히 달라 신기했다. 몇몇 해외 공연이 취소 되었다고 한다. 불교를 모독했다고.뭘 모독했지? 예술을 예술로 보는 시각을 논하기 전에 좀 좁다는 느낌이 든다.지금 MZ 세대에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로다.” 외치면 몇 명이나 가섭의 미소를 띌까? 그냥 깨달은척하는 사람들은 제외하고 하는 이야기다. 며칠 전 성당에서 “이 예물을 ‘헌양’하오니 받아주소서.” 라는 찬송가 구절을 봤다. 옆에 앉아 있던 힘센 분이 묻는다. “무엇을 바친다는 뜻인 것 같은데 정확한 단어의 듯이 뭐예요?” “나두 몰라...

단상/낙서 2024.06.02

오월 결산

아~신록이다 했는데5월도 끝물이다.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시간이지만 일단 12토막 쳐 놨으니대차대조표를 만들어 보자. 수입기후 변화로 인류 멸종 일어나지 않아 1달 더 살았고,주위 아는 분들 역시 부고 소식 없어서더운 날 검은 옷 입고 “상사말씀 무슨 말씀…” 머리 조아리지 않았고,우리 식구 역시 사건사고 없어 5월이 4월 같았고,나는 여전히 두발로 땅 딛고 청춘인양 성큼성큼 걷고 있다.… 지출?모두 공짜로 받은 것 밖에 없어 지출 항목 ‘0’다. 뭣 같아 보이는 세상도 곰곰이 생각해 보니좋은 일 천지삐까리다.

단상/일상 2024.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