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거리라면 탁 트진 신작로와 굽이굽이 이어지는 오솔길 걷는 것 중
어느 것이 나을까?
내 경험상 오솔길 걸을 때 힘이 덜 든다.
휘어져 끝이 안보이니 앞길이 궁금하다.
굽이마다 다른 풍경이 나오니 새롭다.
신호등이 없어 가거나 서거나 내 맘이다.
대신 두려울 수는 있다.
저 앞 모퉁이에 산적이 있으면 어쩌나?
잘 닦여지지 않은 길이니 돌부리에 채일 수도 있고.
시끌벅적한 곳에 길들여진 사람은 외로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택할 수만 있으면 오솔길을 걷는다.
뻔한 것 보다는 ‘아리송’이 낫다.
종착역을 모른채 ‘어느새’를 타고 가는 내가
덜 슬픈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