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일상

자발적 장애자

Chris Jeon 2022. 12. 20. 12:19

 

 

주자장에서 가장 주차 하기 쉬운 곳에는 ‘장애자용’ 이라는 팻말이 붙어있다.

주차할 곳 찾다가 없으면 말한다.

“이곳에 주차하자. 우리는 언어장애자.”

 

 

이민 오기 전 1년, 이민와서 약 3~4년 간 열심히 영어 공부했고 이후 지금까지 그 때 실력으로 먹고 산다. 아니, 그 때 실력이 아니고 그 때 쌓아 둔 실력을 야금야금 빼 먹으며 사니 지금은 이중 언어를 할 수 있는 자(bilingual)가 아닌 0개 언어 구사자가 되어가고 있다. 한국어도 가물가물 해진다.

 

 

그래서 요즘 다시 영어 공부 시작해 볼까 하는 용감한 생각이 든다.

도시로 이사 와서 보니, 큰 한국 커뮤니티가 있고, 활동 범위도 줄어서 영어에 대한 절실함은 덜한데 새삼 왜?

 

 

명색이 이 나라 국민이고 겉은 멀쩡한데 말은 어버버.

아이도 돌 지나면 자기 나라말 하는데.

대충 눈치로 알아듣고 어깨만 으쓱하려니 참 민망하다.

 

 

앞으로 운 좋으면 30~40년 더 살 것 같은데,

그냥 귀찮다는 이유로

자발적 장애자로 사는 것, 좀 염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블로그에 이 글 포스팅해 놓고

만약 노력안하고 이대로 1년 지나면

내년 판공성사 할 때 죄목 하나 더 넣어야 하겠지.

 

 

 

고해자: "게을러서 영어 공부 안하고 장애자 행세한 죄 참으로 큽니다."

하느님: “나 지금 캐나다 하늘에 있으니 영어로 해봐라.”

고해자: “A&% Y?*…”

하느님: “나 못 알아 듣겠다. 그러니 용서 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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