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일상

비우기

Chris Jeon 2022. 12. 17. 09:16

텅빈 공간은? 새가 날아갈 공간

 

 

‘비우기’, ‘버리기’라는 주제가 많이 이야기된다. 통상 불필요한 물건들을 버려서 주위 환경과 마음을 정돈하고 여유를 갖자는 목적으로 이야기된다. 맞는 말이다.

 

이사할 때 마다 내가 참으로 불필요한 물건들을 많이 가지고 산다는 것을 깨닫는다. 캐나다로 이민 왔을 때 한국에서 부친 이삿짐이 도착하기 전까지 신문지 깔고 등산용 버너로 요리한 밥과 찌개로 식사하면서 "이렇게 살아도 되는구." 라고 느꼈던 적이 있었다.

 

새가 날려면 공간이 필요하듯이 무엇으로 꽉 찬 환경은 우리의 사고폭을 제한한다. 여러가지 물건이 널브러진 환경은 집중을 방해하는 것 맞는 말이다.

 

그러면 얼마만큼 버리고 비워야 할까? 완전히 다 버린, 문자 그대로 무소유가 가능하며 또한 그것이 최선인가? 부처님의 무라는 경지를 잘 이해 못하는 중생으로서 가지는 의문이다.

 

어느 신부님이 버리고 비움에 대해 말씀하시면서, ‘비움’ 다음에는 ‘채움’이 있다고 하셨다. 불필요한 것을 버리고 필요한 것으로 채우고, 나쁜 것을 버리고 선한 것으로 다시 채우는 식. 그런 방식이 언젠가 나를 꼭 필요하고 선한 것으로만 충만된, 즉 선한 것과 일체가 된 나를 만드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법정스님의 무소유가 거지 되자는 뜻이 아닌 소유에 대한 집착을 끊자는 것으로 이해하려고 해도 뭔가 모자란 듯한 느낌이 있었는데, 버리기를 비움과 채움의 연속 과정으로 이해하니 훨씬 쉽게 공감이 간다.

 

어차피 땅에 발을 붙이고 사는 인간으로서 내게 꼭 필요한 것, 이왕이면 선한 것으로 채우자는 데 반론을 제기할 사람을 없을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내 주변과 내 안에 가득찬 잡동사니를 치워야 하니 오늘도 내게 불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나쁜 것이 무엇인지 더 가벼워진 마음으로 찾고 실행할 수 있겠다는 자신이 들었다.

 

2022년 늦은 달

새해 뭐부터 시작할까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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