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일상

약속글 1: 결혼

Chris Jeon 2022. 12. 24. 03:00

 

 

어느 블벗님과 쓰기로 약속한 주제의 글 써서 올립니다. 100% 개인 생각입니다

 

나이만 보면 나는 할아버지 소리 들을 자격이 된다. 그렇지만 아직 아빠로 만족하고 산다. 장성한 아이둘이 아직 자발적 미혼이다.

 

우리가 갖고 있는 결혼이라는 개념은 인간만이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문득 결혼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철학적, 사회학적 고찰이 아니라 그냥 떠오르는 내 생각.

 

결혼이라는 단어를 보면 무엇이 먼저 연상되나? 결혼식, 남녀의 결합, 가정, 그리고 자식.

 

남녀(암수)의 결합은 거의 모든 생물체가 다 한다. 그 결과 그들만의 보금자리를 마련한다. 이후 후손이 생긴다. 여기까지는 인간만의 특이성을 발견할 수 없다. 대를 이어가는 것은 동물의 본능이다.

 

그렇다면 결혼식이라는 의식이 다른가? 하기야 동물도 암수 결합 전 특이한 행동을 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상대의 주목을 끌기 위한 행동이라고 동물학자들이 말한다. 인간만이 결혼식이라는 좀 복잡하고 거창하고 거추장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의식을 갖는다.

 

교수님이 시험 문제로 내셨던 주제가 왜 결혼하는가?” 였다. 그 교수님이 바랬던 답은, “남이 하니까 나도 한다.” 였던 것 같다. 내가 그렇게 써서 ‘A’받았으니까 그렇게 짐작하는 것이다.

 

결혼을 하지 않고 산다고 해서 결혼의 본질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본질을 감싸고 있는 방식이 달라지는 것뿐이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코비드 상황으로 사람과의 직접 접촉이 줄어든 것은 맞지만, 인간관계상 접촉이 모두 단절된 것은 아니다. 혼자 살 수 없는 인간이기에 대면접촉 대신 UNTACT(비대면) 접촉이 늘었다.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방법이 바뀐 것이다.

 

남녀의 성별 구분이 모호해지고, 전통적인 역할이 달라지고, 결혼에 대한 인식도 달라진다. 맞선보고, 상대 결정에 부모의 입김이 작용하고, 혼수 마련하고, 청첩장 돌리고, 무리해서 거창한 식 올리고, 혼인신고해야 결혼했다고 하는 프로세스가 달라지고있다.

 

미혼, 기혼, 비혼, 싱글족, 동거, 사실혼, 파트너점차 늘어나는 새로운 단어들, 후손을 갖는 방법도 여러가지고, 안 가져도 고민하거나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 수 줄고...

 

이 자리에서 변화의 옳고 그름을 따질 생각은 없다. 하지만 분명해 보이는 것은 결혼이라는 개념이 바뀌고 있고, 그 변화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어차피 결혼 후에는 마누라를 따른다는 신삼종지도(新三從之道)’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는 없지만, 내 자식에게까지 그 도리를 강요할 생각도 없고 강요할 수도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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