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일상

언제까지...

Chris Jeon 2022. 6. 14. 09:41

 

 

 

#1

 

잘 걷는다. 그래서 걷기를 좋아하나? 아님, 걷다 보니 잘 걷나?

 

그룹으로 산행을 하다 보면 통상 3개 그룹으로 나뉜다. 비호, 토끼, 거북이.

 

나이 지긋하신 분 몇몇이 뒤쪽 토끼, 거북이 그룹을 왔다 갔다 하면서 경치를 즐기시며 걷는다. 나랑 같이 선두 그룹에서 걷던 이가 말한다. 저분들 왕년에 비호였어요.

 

 

 

 

 

#2

 

반쯤 썩어가던 뜰에 있던 나무를 잘랐다. 밑둥치에서 2미터 정도는 관상용으로 남겼다. 그런데 완전히 죽은 줄로만 알았던 그 나무 둥치에서 어린 가지가 송송 올라오더니 올여름 제법 나무 모양을 갖춘다. 참 신기하고 이쁘다. 어미 나무를 뭉텅 잘랐던 것이 미안해서 친구하라고 꽃 화분 하나 곁에 두었다.

 

#3

 

죽은 줄로만 알았던 나무가 다시 살아난다. 그러나 죽은 사람 몸통에서 새 몸 난다는 이야기는 아직 못 들었다.

 

영혼? 못 봤으니 잘 모르겠다. 하여튼 우리는 나무와 다른 것 같다.

 

#4

 

망각이란 기능이 싫은 듯 좋은 듯하다. 단어 두개를 외우면 셋이 잊혀진다. 이민 온후 이제는 2개국어를 구사하는 것(bilingual)이 아닌 0개국어 구사자가 되어간다.

 

“짐짓 잊고 산다.” 생각하기 싫은 사실은 잊은 체하고 살다 보면 실제 잊고 살게 된다는 뜻일 것이다. 망각의 좋은 기능이다.

 

#5

 

여정(旅程)은 달라도 종착역은 정해져 있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나 또한 언젠가 마지막역 종착역 팻말을 볼 때가 있을 것이다.

 

비호가 토끼되고 토끼가 거북이 되고…

 

그러나 다다를 마지막 도착지를 짐짓 잊은 체 사는 것이 맘 편하다. 지금처럼 천년 만년 비호처럼 달릴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늘만큼은 즐겁다.

 

 

 

'단상 >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연에 대한 횡설수설  (0) 2022.07.19
힘빼기  (0) 2022.07.05
Korean Smile  (0) 2022.05.27
웃는 연습  (0) 2022.05.23
하루 평균 35km씩 400km 걷기  (0) 2022.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