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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글 11: 내 맘 니가 알고

Chris Jeon 2024. 5. 18. 17:51

 

 

* 시니어 관련 글을 다시 꺼내서 햇볕에 말리고 있습니다.*

 

사우나실에 앉아서 환담을 나누는 나이드신 분들의 대화를 옆에서 들어보면 대회의 주제는 다양하지만 실제 사용하는 어휘는 제한적임을 느낀다. “그것 있잖아 참~ 그렇더라.”

 

  여기서 언급하고자 하는 것은 대상을 구체적으로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화 시켜 말하는 대명사의 남용에 관한 것이다. 영어에 있는 He, She, That, It 같은 것이다.

 

  우리가 대화하는 것은 의사소통을 목적으로 한다. 내가 말하는 것을 상대가 이해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어린 아이가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자 부모가 “저 달 참 이쁘지?” 라고 반응할 때 실상 아이는 손가락 끝에 묻은 코딱지를 떼 달라고 내밀은 것이라는 말이 있다. 물론 비유를 위해 지어낸 이야기다.

 

  말을 잘 하는 것, 다시 말하자면 의사 소통을 잘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어휘의 시용이 필요하다. 외국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한결 같이 느끼는 애로점이기도 하다. 어휘력을 높이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단순 무식한 방법은, 가능한 많은 적절한 단어와 문장을 ‘외외’하는 방법 뿐이라고 한다. 끊임없이 외우고 외치는 것이다.

 

우리가 일상적인 대화를 하면서, 특히 나이가 듦에 따라 사물을 구체적으로 적시하는 단어를 사용하기 보다는, 대명사를 사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음을 느낀다. 왜냐하면 본인은 편하기 때문이다. “그것 좀 저기에...” 

그런 지시를 받고 내 생각대로 했다가는 명령을 내린 자의 핀잔을 받고 원 위치해야할 가능성이 높다. 육체적으로 같은 일을 두 번하는 수고로움 보다는 눈치 없다는 나로서는 억울한 꾸중을 듣는 스트레스가 더 크다.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할 때 남이 짐작 못하는 것은 순전히 내 탓이다. 삼라만상을 알고 계시는 부처님이 단하나 모르시는 것은, 자기 앞에서 염불하고 있는 중 마음이라 했던가. 내 마음은 나만이 결정할 수 있고 그래서 나만이 알 수 있는 것이다.

 

  ‘내 마음 니가 알고’식의 사고에서 발생되는 문제는 생각보다 깊고 넓다. 나는 분명히 알고 있는 ‘그것’과 ‘저것’을 너는 왜 모르지? 이런 식으로 사고하는 사람은 먼저 자신이 자기 중심적인 사고를 하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나는 알고 있으니까 당신도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다 혹은 알아야 한다는 식의 자기 중심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두번째는, 의사 전달이 잘못됨으로 인한 불필요한 오해다. 부부사이의 사랑을 굳이 말로 표현할 필요가 없다는 식의 사고가 한국의 이혼율을 세계 최고로 끌어올리는데 일조를 한 것은 아닌지 궁금해 진다.  개와 고양이가 친해질 수 없는 이유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동원되는 몸짓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듯이 사소한 의사소통상의 오해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세번째는 정확하지 않고 세련되지 않은 대화는 본인의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 젊은이들이 노인들의 말에 귀 기울이기 어려워하는 이유 중 큰 것들은, 중언부언하기, 포인트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 흥미롭지 않은 내용 등이다. 이러한 문제에 영향을 미치는 것 중 하나가 불명확한 어휘력이다. “내가 거시기 했을 때는 그것이 참 좋았는데…” 식의 말이다. 내 말을 들어주는 사람 줄어들면 나는 외로워질 수밖에 없다.

 

네번째는 치매 예방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대화는 뇌 활동의 총 집합체다. 노화 지연을 위해서 육체적 운동도 필요하지만, 다양하고 적합한 어휘를 습득하고 구사함으로써 두뇌의 움직임이 활발해 진다. 몇 가지 대명사로 모든 문장을 구성하고 사용하면 두뇌의 움직임은 그것에 맞춰서 제한적으로 움직인다.

 

  말은 그냥 할 수 있으면 족하다는 수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적절한 어휘와 간결하지만 정확한 포인트를 주는 문장을 구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중에서도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나는 알지만 상대는 모를 수 있는 대명사의 남용을 자제하는 것이다.

 

  “왼편 탁자에 놓여 있는 컵을 오른쪽 손님상에 놓아 주세요.” 대명사로 대상을 처리해서 말 할 때 보다 몇 초 더 걸릴 수는 있겠지만, 이러한 수고가 내 삶의 질과 폭을 넓혀 준다고 생각하면 능히 감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큰 문제는 작은 것에서 출발하고 문제의 해결 역시 해결을 위한 작은 실천에서 출발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면, 이순간부터 “내맘 니가 알아야지.” 하는 식의 대화에서, “내맘 니가 잘 모르지?”라는 자세로 이야기를 시작해 볼 것을 제안하고 싶다.

2021년 8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