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대륙을 절반으로 가르는 캐나다-미국 국경선. 형님 아우하는 사이니 국경선 넘기가 수월하다. 서쪽으로 갈 때는 캐나다를 통해서 갔으니 동쪽 집으로 돌아올 때는 미국을 통해서 오기로 했다. 사실 미국 쪽 도로가 운전하기 더 수월하고 기름값도 싸다. 무엇보다도 여정이니, 짧지 않은 오가는 시간 동안 새로운 것을 더 많이 볼 욕심이 크다.
당초 계획은 국경선에 비교적 가까운 국립공원들을 들러서 캠핑하며 오는 것이었으나 날씨가 아직 춥고 close된 공원들이 다수다. 그래서 경로상에 있는 가능한 볼 것만 보고 오는 것으로 해서 일정을 조금 단축했다.
서쪽은 지세가 험하다. 그래서인지 기후 변화가 심해서 생각할 수 있는 기상 상태를 다 겪어 본다. 쾌청, 구름, 눈, 진눈깨비. 폭우, 우박. 안개. 우스개 소리로 토네이도만 겪으면 다 겪어본다고 했는데 이 말이 나중에 씨가 돼서 시카고 인근에서는 토네이도 경보 발령된 지역을 거쳐오는 해프닝을 겪었다.
서쪽을 지나니 평원 지대인데 들판이 아니라 기기묘묘 암석이 깔린 지대다. 남쪽으로 더 내려가면 캐나다 평원지대와 같은 질펀한 들판이 펼쳐진다.
위 사진 암석지대를 도는 하이킹 트레일이 있으나 해질 무렵에 도착해서 아쉽지만 그냥 눈요기만 했다. 다음에 꼭 한 번 더 와서 속살을 봐야지.
경로 가까이 유명한 Yellowstone 국립공원이 있어 2박하며 구경했다. 공원 절반만 open되었는데 부글부글 슝슝 땅속에서 솟아나는 증기와 형형색색 온천(Basin)이 유명하다. 온천에는 화학물질, 특히 유황 성분이 강해서 들어갈 수 없다.
거대한 공원 지역 지각 아래에 용암 바다가 있다는 것인데, 이것이 언젠가 터지면 지구 종말적 재난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이런 용암 바다 위에 서서 “아름답다”를 연발하고 있으니 좀 묘한 느낌이 든다.
동물 천지다. 특히 앨크, 들소(Bison)는 너무 많이 몰려 있어 처음에는 목장인 줄 알았다. 듣기로는 늑대가 이곳 생태계 유지하는데 일등공신이라고 들었는데 직접 보지는 못했다. 아마도 밤에만 나오겠지. 곰은 궁둥이만 보여준다.
시골 마을 지나오다가 내가 보기에는 엄청 넓은 축구 complex 구장을 발견했다. 시골 마을에 이정도 시설을 갖출 수 있는 천조국의 위엄을 느낀다. 휴일이라서 많은 유년, 청소년 팀들이 경기하고 부모님들이 응원한다. 미국의 저력 한단면을 보는 것 같다.
돌아오는 길 말미에 머물렀던 주립 공원 야영장이 내 맘에 속 든다. 끝없이 펼쳐진 긴 모래 해변(사실은 호수)과 이들 모래가 쌓여져 산을 이룬 사구. 맨발로 걷고 또 걸었다. 바다, 해변,모래,숲이 모두 한 곳에 모여있는 명당이다.
서쪽에 있는 고향 떠난지 열흘만에 캐나다 국경을 넘어 왔다. 바로 집으로 가기 아쉬워서 인근 국립 공원을 들렀다. 바다 같은 호수가 만든 모래톱, 칼처럼 생긴 반도 모양의 모래 사구가 바다를 향해 뻗어 있다. 새들의 낙원이다. 지구 온난화로 이 사구의 길이가 매년 짧아진다고 하니 언젠가 이런 절경도 없어질 것이다. 후손들에게 미안하다.
집에와서 재보니 자동차로 달린 총거리가 12000km 정도 나온다. 길에서만 보낸 날이 얼추 2주가 조금 넘는다. 오가는 길 모두를 즐기는 여정이 아니라면 못할 짓이다. 하지만 몸은 피곤해도 마음은 가볍다. 우리 삶 자체가 여정 아니던가? 특히 이번 여행에는 바우가 동행했다. 옆에서 꼬물거리는 바우가 아닌 내 마음속에 있는 바우. 살아서는 고향에서 언제나 나랑 함께 했고 떠나서는 재가 뿌려진 그곳, 내 고향이자 바우의 고향 냄새를 맡은 것에 방점을 둔다. 바우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
일상으로 돌아오니 편안하지만 좀 답답하기도 하고 지루하기도 하다. Mall에 가서 집에 걸 꽃화분을 사고 근처 작은 공원에 가서 신록도 만난다. “니 언제 돌아오노?” 묻는 카톡이 여러 개 온다. 반갑지만 바로 열지 않았다. ‘혼자면 외롭고 함께면 괴롭다’. 그런 심정이다. “내년에는 또 무슨 일을 벌려볼까?” 행복한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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