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일상

작은 문화 충격 1: 남녀 60세 부동석

Chris Jeon 2022. 3. 23. 23:23

 

 

이민 와서 상당기간 한인 community와 떨어져서 살았다. 이후 거주지가 달라져서 속하게 된 한인 community에서 새롭게 발견한 풍속도다. ‘부부 동반 모임에서 남녀 60세 부동석’

 

남녀가 가깝게 앉으면 탈나는 위험도가 높은 나이는 아닌 것 같다. 궁금해서 물어본다. “화제거리가 다르다.” 몇 가지 이유들 중 대표적인 답이다. 같이 앉아봤자 이야기 주제가 다르니 서로 불편해서 그런다는 것이다. 그래서 모임이나 친구집에 부부동반으로 초대받아 가면, 실내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부부는 남남이 된다.

 

인간 관계의 대부분은 communication에 의해서 유지되는데, 대화가 안된다면 어떻게 하나?  혹시 밖에서 하는 대화와 집에서 하는 이야기가 다른 것일까?

 

양측에서 주고받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주제나, 말을 주고받는 형태에서 남녀가 크게 다른 점을 발견하지 못한다. 약간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여성분들은 드라마나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주를 이루고 남성분들은 시사적 주제가 더 많이 거론된다는 정도다.

 

혹시 부부간 대화 자체를 어렵게 생각해서 그런 것은 아닌지 하는 의심도 든다.나도 아내와 자주 티격태격한다. 특정 주제를 놓고 이야기할 때 조금 더 심각해지기도 한다.

 

오래 묵은 부부들간에 “당신이 옳소”하는 말이 잘 안 나오는 경우가 있다. “그동안 그토록 잘난 체해왔지만 이제 보니 별것 없구먼.” 하는 심리가 바닥에 깔려 있을 수도 있겠다.

 

자신의 생각이 굳어져서 이제 남의 이야기가 귀에 잘 안 들어오기 때문에 대화가 안되는 경우도 있다. 이야기로 풀어가는 수고로움 보다는 “지 인생 지가 살고”식의 방임자적 생각이 더 편해지기도 한다.

 

어떤 이유든 간에 부부간 대화가 불편해져서 ‘남녀 60세 부동석’의 신풍속도가 생겨난 것은 아닌가 싶어 안타까워진다. 자주보지 않으면 멀어지듯이 이야기하지 않으면 점점 멀어진다. 집안에서 잘 안되면 밖에서라도, 아내와 안되면 다른 여성분들과라도 자주 이야기 나누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단상 >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 문화 충격 3 : 가방끈  (0) 2022.03.30
작은 문화 충격 2: 반말  (0) 2022.03.26
나 보다 낫다  (0) 2022.03.17
닥쳐봐야...  (0) 2022.03.05
나 혼자라는 것을 느낄 때  (0) 2022.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