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일상

작은 문화 충격 2: 반말

Chris Jeon 2022. 3. 26. 03:26

 

 

반말, ‘반(半)토막 말’의 준말이다. 토막이 났으니 완전한 말이 아니다. 한국어에서는 통상 존댓말의 반대 의미로 사용된다. ‘존대(尊待)’의 반대는 무엇인가?  ‘하대(下待)’다.

 

하대말은 기본적으로, 상대가 자신보다 나이가 적은 경우나, 낮은 계급에 있다든가, 자신과 친할 때 쓴다. 문자 그대로 낮게 대하는 것이다.

 

첫 만남 이후 서로 친해져서 말이 편하게 나오는 것은 좋다. 쌍방이 동의한 것이니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만약 내가 일방적으로 반말하기로 결정한다면?

 

나이는 내가 존중 받아야할 절대적인 요소는 아니다. 계급은 그 계급이 필요한 조직을 떠나서는 의미가 없다. 친해지고 싶은 것은 내 마음이다.

 

만나자마자 속칭 ‘민증까기’를 제안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식 나이 세기 방법이 헷갈리니 주민등록증을 서로 보여주고 한 살이라도 더 많은 사람은 반말하겠다는 의도다. ID 카드를 보고 같은 해 태어났으면 생년월일을 따진다.

 

설익은 상사는 남의 집 귀한 딸을 보고 “어이 커피 갖다줘” 한다. 자신은 딸 같아서 그런다고 하지만 실제 남이 자기 자식 보고 그러면 본인 기분은 어떨까?

 

‘~님’ 하고 부르면 “이제 형님으로 불러” 한다. 내 호적상에는 그런 형님이 안 계신다. 어제 TV에서 본 드라마에 나오는 조폭 생각이 갑자기 난다.

 

상대의 마음을 정확하게 헤아리지 않고 나이, 계급, 친밀을 이유로 반말하는 사람 조심해야 한다. “당신 애만 키우고 살았나?”란 핀잔 들을 수 있다.

 

남존여비(男尊女卑)라는 잘못 이해되기 쉬운 사자성어에 익숙한 사람들은, 조선시대 아주 무식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 아내에게 존댓말 썼다는 사실 알면 놀랄 것이다.

 

존댓말, 반말이 확실하게 존재하는 언어를 사용하면서 그 의미와 용도를 오해하고 자의적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친밀하게 지낼 목적이었다면 조선시대 사람들은 부부간 ‘니나도리’하며 살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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