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리더 1: 돈 안되는 골프

Chris Jeon 2021. 11. 5. 10:12

 

 

자신만만하고 고집이 셌던 사나이가 난생 처음 친구를 따라 골프장에 왔다. 여러가지 골프채를 가방에 잔뜩 짊어지고 공을 치는 모습을 보던 그가 호기롭게 나섰다. 나는 골프채 한 개만 가지고 쳐보겠노라고. 대충 중간 길이 아이언 한 개를 뽑아 들고 첫번째 홀, 티 샷부터 시작했다. 원래 운동 신경이 좋았던 그였는지라 타수에는 관계없이 공은 앞으로 맞아 나가고 마침내 그린위에 도달하여 여러 번 시도 끝에 홀컵안에 공을 넣을 수 있었다. 이후 그는 다음 홀로 이동하기를 기다리던 친구를 보며 울상을 짓고 있었다. 의아해하며 이유를 묻자, 그가 하는 말, “다른 것은 다 알겠는데 이 컵 안에 든 공은 어떻게 치는지 모르겠어.”

 

 드라이버만 잘 친다고 점수가 좋아지는 것이 아니다. 우드나 아이언 어느 것한개만 삐끗해도 그 홀은 망친다. 드라이버는 쇼, 퍼팅은 현찰이라는 말도 있다. 골프 클럽마다 용도가 있다.

 

 조직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최고 리더는 긴 안목을 가지고 그 조직이 가야할 방향을 제시한다. 중간 관리자는 중간 목표 달성 계획을 세우고 좀더 디테일한 실천방안을 수립하고 관리한다. 실무자는 고객과의 접점에서 정해진 방안을 실천한다. 골프 용어에 비춰보면, 최고 리더는 드라이버를 쓰고 중간 관리자는 아이언. 실무자는 어프로치와 퍼팅을 담당한다.

 

 “만약 내가 한다면 너 보다 훨씬 잘할 수 있어.” 부하가 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이런식으로 나무라거나, 사사건건 모든 일을 본인이 직접해야 직성이 풀리는 최고 경영자는 리더로서의 자질이 의심스럽다. 반면에 실무를 챙겨야할 중간 관리자가 드라이버형 관리를 하면서 본인의 긴 안목을 자랑하고 있다면 구호만 있고 실천이 안되는 조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선주자로 인정되는 리더들의 공약(公約)이 모습을 드러낸다. 모두 훌륭하다. 다소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것들이 많다. 긴 안목으로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니 그럴 것이라고 이해한다. 드라이버 치시는 분이시니까. 하지만 이것들이 허무한 공약(空約)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그의 슬하에 아이언 잘 치고 어프로치와 퍼팅에 달인인 인재들을 모아야 한다.

 

 리더의 핵심 역량 중 하나가 사람보는 눈이다. 모두가 책임 덜 지고 골치 덜 아파 보이는 드라이버만 휘두른다면 소리만 요란하고 돈은 안되는 골프를 치는 꼴이 될 것이다.

 

2021년 11월

한국 대선을 위해 해외 부재자 등록을 받는 Desk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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