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늦가을에 당일치기로 다녀온 주립 공원.
그때는 추수감사절이 지난 날이라 공원 입장료 받는 사람도 없어서 시작부터 공짜 여행이라는 기분이 들었다.
활엽수가 울창한 숲인데 노란색 톤 일색.
그 속을 걷자니 마치 노란 물감속으로 잠기는 느낌이었다.
발 밑도 노랗고 사방이 노랗고… 나무 윗부분 단풍이 낙엽 되어 떨어진 가지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이 숨쉴 구멍을 만들어 줘서 다행히 질식사하지는 않았음.
얼마전 손가락 들어 헤아려보니 희망을 좀 버무려 생각한다면, 내차 몰고가서 두발로로 걸으면서 즐길 수 가을이 스무 번 남짓 남은 것 같았다.
이 가을에는 미친 듯 돌아다녀야지 하며 다짐하고 이번에 다시 그곳을 가 본다.
아직 가을 초입이어서 노란 물감 바다는 아직이고 하늘 쪽 가지 끝부분의 초록색이 조금씩 옅어지는 정도다.
대신 방학이 끝나서 그런지 캠핑장이 한가롭고 호수와 하늘이 어울린 풍경이 일품이다.
잔 자갈이 깔린 물속 모습이 물가에서 수 미터 떨어진 곳까지 다 보이고 솜털 구름이 산지사방 흩어진 하늘은 매순간 그 모양이 변한다.
인터넷이 안 터지는 곳이니 혼자서 셀폰 쳐다보며 중얼거리는 사람들도 안보인다.
2주후에 오면 다시 고요한 노란색 바다에 빠질 수 있겠다.
집에 도착하니 세상사 온갖 것들이 내 눈에 보이고 내 귀에 들린다.
상당수 입에는 거품이 끼고 눈에는 살기가 돌고 올챙이 배를 안고 사는 모습이다.
나도 그중 하나이겠지만 어쨌든 싫다.
달력을 들어 10월 세째주중 적당해 보이는 날을 고른다.
현실 도피인 것 같지만 이번 빼면 19번 남은 가을이 너무 아쉬워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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