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을 오르다가 미끄러져 아래 장독대 위로 떨어지는 바람에 독을 깨뜨렸다.
지붕 오를 때 내가 사용한 에너지는 없어진 것인가?
아니다 장독 깨뜨린 에너지로 바뀌었을 뿐이다.
누군가 피카소에게 자신의 초상화 스케치 부탁했다.
쓱쓱 싹싹 10분만에 그려주면서 10만불 요구.
고객 왈, “10분 일한 것 치곤 좀 비싸다”.
피키소 왈, “50년 그림 연습 한 비용 9만 9천불, 10분 동안 스케치한 비용 1000불”.
물론 지어낸 이야기다.
아무리 연습해도 늘지 않는다.
연습한 만큼 느는 것이 보이는 종목도 있을 것이지만 계단식으로 발전하는 종목들이 대부분이다.
한동안 힘만 들다가 어느 날 훌쩍 성장하는 것.
아무리 애써도 헛수고 일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변화도 안보이고, 그러니 칭찬도 없고, 언제 성과가 나올지 확신도 안들고.
그럴 땐 ‘에너지 보존의 법칙’을 생각한다.
내가 노력한 힘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는 것.
언젠가는 결실을 맺거나, 아니더라도 내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다른 형태로 분출할 것이라는 것.
확실한 것은 내 노력이 최소한 사라져버리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
더 생각해보니 내가 엄청 놀라운 발견을 한 것 같은 기분이다.
댄스 연습 하다가 잘 안된다고 짜증낼 일 없고,
고민 고민하다가 고민 하지 않은 것과 같은 결과가 나와도 서운치 않고,
“나도 나름 열심히 살았는데 왜 이 모양이고…” 탄식할 일 없고,
“내 혼자 용쓴다고 세상 바뀌나?” 허탈해지지 않고,
“이 몸 죽어 무엇이 되랴” 허무해지지 않는다.
나 죽어서는 별이 될 것 같다.
내 몸 이루는 원소들이 모두 별에서 왔다는 가설이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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