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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남대문 시장에는 막일 하시는 분들을 위한 가성비 좋은 밥집이 여러 곳 있었다. 그런 집에서 통용되던 언어, ‘보통’ ‘곱배기’ ‘양마이’. 이 중에서 ‘양마이’가 좀 생소해서 물어보니, ‘양 많이’ 라고 했다. 힘써야 했던 분들에게는 곱배기가 성에 차지 않았다.
내 옆 힘센 분 왈, “당신이 만약 40년 늦게 태어났다면 지금쯤 먹방 프로그램으로 돈 벌 수도 있었을 텐데...” 하지만 지금은 하루 2끼도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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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장지고 고지 오르면 힘들다. 특히 마지막 백여 미터 정도는 힘겹다. 옆 전우에게 말한다. 어차피 힘드니 확 치고 올라가서 시원한 정상에서 좀 더 쉬자. “아자자자~” 고함치며 달려 올라갔다.
동네 산책 갔다 오면 노곤해 진다. 한 30분 정도 깜빡 졸고 나면 컨디션이 회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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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대면 화상 미팅을 간혹 한다. 1시간 회의면 한 시간 동안 내 얼굴을 본다. 평소에 내 얼굴 볼일이 별로 없으니 새롭다.
오래전 돌아가신 아부지 닮은 자가 웃음기 없는 얼굴로 말을 많이 한다.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그자가 나라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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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고향 의사분이 했던 말이 기억 난다. “사람은 말이지예 결국 굶어 죽어요. 이런저런 이유로 몸이 필요로 하는 영양분이 공급 안되니 죽는 기지예.”
조금 먹어도 배 부른 듯하고, 그러니 틈틈이 쉬어야 다시 돌아가고. 수분이 부족해서 주름이 늘고, 뭔가 부족하다고 자꾸 약으로 보충하라는 소리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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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교우분이 돌아가셨다. 당시 여든 살? 주위 분들이 아쉬워 했다. “정정 하셨던 분이셨는데. 오전에 골프 18홀 걸어서 치고 와서 집안일 좀 하다가 오후 늦게 잔디 자란 것 보기 싫다고 해서 말렸는데도 기어이 다 깎고 나서 좀 안 좋다 하시더니 쓰러지셨어.”
속으로 말했다. “참 멋있게 돌아가신 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