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237

왜 글을 쓰는가 1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많은 생각을 하고 많은 말을 한다. 하지만 그것을 글로 남기는 일은 드물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게으름 때문이다. 생각하는 것은 쉽다. 그냥 떠 올려진다. 오만가지 생각이라고 하지 않는가. 하지만 글로 쓰는 것은 다르다. 주제를 정하고 자료를 수집하고 구성하고 다듬고… 집을 짓는 것과 같은 과정이 필요하다. 보통의 사람은 자신의 집을 짓기 보다는 남이 지어 놓은 집에서 사는 것을 더 선호한다. 둘째, 증거를 남기기 싫어한다. 글은 남는다. 한번 써 놓은 것은 변하지도 않고 사라지지도 않으니 오롯이 내가 쓴 것은 내 책임으로 남는다. 허튼 생각이나 그냥 해본 소리라면 누가 그것에 대해 책임지고 싶어하겠는가? 깊이 없는 생각이나 말로 자신의 낮은 수준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한다..

단상/글쓰기 2021.09.01

윤활유 한 방울 1

예절은 윤활유와 같은 것이라고 한다. 서로를 배려하는 예절은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불편한 마찰을 줄여 준다. 팬데믹 상황이 장기화 되면서 뉴노멀(New Normal)이 정착되고 있는 이때 걷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따라서 걷기에 대한 뉴 에티켓(New Etiquette)도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본다. 1. 두 사람 이상 걸을 때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사람이 있으면 종대 대형으로 변경해서 최대한 간격을 유지해 준다. 2. 서로 스쳐 지나갈 때에는 하던 말을 멈추어서 비말 비산에 대한 우려를 줄여준다. 3. 조깅을 하는 사람은 속도를 줄이거나 걷기로 바꾸어서 맞은편 사람이 거친 숨소리를 느끼지 않게 해 준다. 4. 도로를 걸을 때 마주 보고 오는 사람이 있으면 상대편이 비켜 주기를 기다..

단상/예절 2021.09.01

행복의 조건

행복하고 싶은가? 그러면 행복하다고 생각해라. 우문 현답 같지만 정답이다. 행복은 정신적 영역의 문제지 물질적 영역으로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주위 환경이 행복하기 때문에 내가 행복한 것이 아니고 내가 행복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주위 환경이 행복한 것으로 보인다. 행복은 감정이다. 햄버거 한조각에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진수 성찬을 앞에 두고도 불만족해 하는 사람도 많다. 같은 교통체증에 갇혀 있어도 느긋이 음악을 듣고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불같이 화를 내는 사람도 있다. 행복은 내가 느끼는 감정이지 환경이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다. 행복의 조건을 외부 환경에서 찾으려고 하면 거의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외부 환경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주식 시장을 내..

단상/행복 2021.09.01

잡초찬미

3달전 새집으로 이사했다. 집을 구할 때 뒤뜰이 제법 넓고 큰 나무가 몇 그루 있어서 산속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다가왔다. 나무 아래는 그늘이 져서 잔디가 잘 자라지 못한다. 그래서 뒷마당에는 산속 트레일을 걸을 때 밟히는 온갖 잡초가 잔디와 반반 씩 영역을 나누어 자란다. 인간은 자신이 좋아하는 몇몇 식물들에게만 이름을 붙여 부르고 나머지는 그냥 뭉뚱그려 잡초라고 부른다. 하지만 비료 주고 김 매주는 잔디는 쉽게 시들고 잡초는 뽑고 잘라도 끈질기게 되살아난다. 약초 캐는 사람들이 선택하는 식물들도 잔디만 가꾸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잡초다. 하지만 잔디 먹고 병 나았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인간이 자연 생태계를 교란하는 것 중 하나가 단일 작물을 대량으로 재배하는 것이라고 ..

단상/자연 2021.09.01

"내 맘 니가 알고 1"

“가가 가가가?” 경상도 분들은 무슨 뜻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표준말로 바꾸면, “그 아이의 성이 가씨 인가?”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사투리는 각 지방마다 동식물이 다르듯 언어가 달라져 온 것이고 고유함을 가지고 있으므로 보존 되어야 할 가치가 있다. 여기서 언급하고자 하는 것은 사실은 사투리에 관한 것이 아니고, 대상을 구체적으로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화시켜 말하는 대명사의 사용에 관한 것이다. 영어에 있는 He, She, That, It 같은 것이다. 우리가 대화하는 것은 의사소통을 목적으로 한다. 내가 말하는 것을 상대가 이해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어린 아이가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자 부모가 “저 달 참 이쁘지?” 라고 반응할 때 실상 아이는 손가락 끝에 묻은 코딱지를 떼달라고 ..

단상/소통 2021.09.01

타타타

갑자기 ‘타타타’의 의미가 궁금해졌다. 김희갑 선생님이 작곡하고 가수 김국환씨가 부른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 한 벌은 건졌잖소” 하며 핫핫핫 웃는 가사가 인상적인 노래의 제목이다. 브리트니 백과사전을 책장에 장식용으로 꽂아 두고 흐뭇해 하던 시대가 있었는데, 이제는 손으로 몇 자 치기도 번거로워서 “Hey Google”하고 불러 “타타타의 뜻?”하고 묻자 내가 궁금했던 답을 주르르 나열해 준다. 산스크리트어로 ‘그래 그거야’라고 번역되기도 하며, 내면의 뜻은 ‘있는 그대로의 진실한 모습, 진리’를 의미한다고 한다. 정보가 필요할 때 입만 움직이면 즉각 그럴듯한 정보들이 내 눈앞에 나열되는 참 편한 세상에 살고 있다. 물론 그 중 내가 가장 맞다고 믿는 것을 선택해야하는 부담은 있지만… 그러다 보니 ‘귀명..

단상/일상 2021.08.30

♥행복했던 순간 1♥

검은 바다 위로 훤한 보름 달이 떴다. 어두운 물빛에 황금색 달빛이 내려 꽂히니 파도가 눈부신 파편이 되어 내 눈을 시리게 만든다. 실눈을 떠서 위를 쳐다보니 총총한 별들이 구름사이 여백을 장식하고 있다. 험한 바위벽이 병풍이 되고 나는 그 아래 바다를 향해 튀어나온 바위 턱에 오도카니 앉아 사방을 둘러본다. 파도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푸르스레한 캐비나이트 불빛이 인간이 만든 유일한 빛이다. 바위를 때리는 파도 소리가 시원하다. 고립 무원의 무인도 갯바위 위에 이제 나는 완벽하게 자연에 둘러 싸여 있다. 일렁이는 물결 아래는 아무것도 없을 것 같다. 순간, 흔들리던 캐비나이트 불빛이 물속으로 쑥 사라진다. 왔구나! 반사적으로 휘~잉 소리가 나도록 릴대를 잡아챈다. 낚싯대 끝이 물속으로 마구 처박힌다. 있었..

단상/행복 2021.08.29

천국여행

한 사람이 소원대로 천국 여행을 하게 되었다. 천국으로 들어가는 문을 지나자 과연 그가 예상했던 대로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졌다. 맑은 하늘, 아름다운 꽃, 풍성한 과일 나무 등. 하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사람의 종적은 찾을 수 없었다. 궁금해진 그가 안내하는 천사에게 물어보았다.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어디에 있느냐고. 천사가 데리고 간 곳에는 탁자가 있었고 그 위에 큰 소쿠리가 두개가 놓여 있는데 소쿠리마다 각각 사람의 입과 귀가 수북이 담겨 있었다. 놀란 그가 천사에게 입과 귀만 모여 있는 이유는 묻자 천사가 답했다. 선한 말을 한 것은 입이요 착한 것을 들을 것은 귀 뿐이니 할 수 없이 입과 귀만 천국에 불러 들였다고 했다. 요즘 우리는 지식과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한 명의 스타 강사가..

단상/천국 2021.08.29

신책길에서 겪은 즐거운 기억

“You are going the wrong way.” 저녁 무렵 운동 삼아 동네길을 걷고 있는데 내가 걷고 있던 길 반대편에서 내 쪽을 향해 걸어오던 한 젊은 여자가 내게 큰 소리로 한 말이다. 당시 나는 안경을 쓰고 있지 않아서 상대편의 얼굴 표정까지는 알 수 없었으므로 뭔가 내가 잘못한 것이 있는가 싶어서 가까이 다가가서 조금 긴장한 표정으로 무슨 뜻인지 되물었다. 그러자 그 여자는 웃는 얼굴로 내가 걸어 내려온 방향을 가리키며, “저기 저 아름다운 저녁 노을을 보세요. 당신은 저 아름다운 풍경을 등지고 걷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제서야 그 여자가 한말이 조크였음을 알아차리고 나 역시 크게 웃으며, “좋은 팁을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고 헤어졌다. 코로나로 인해 사람을 피하는 것..

단상/일상 2021.08.29

우리의 후손

“생물 본래의 기관(器官)과 마찬가지로, 특별히 의식하지 않아도 기능이 조절·제어되는 기계 장치를 생물에 이식한 결합체.” 사이보그의 사전적 의미이다. 나도 일종의 사이보그다. 수년 전 심장으로 가는 혈관이 막혀 Stent시술을 받았다. 인류 생활에 일어나는 변화의 속도가 아주 빨라져서 이제는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에도 그 변화를 느끼고 또 동참하게 되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30년전 회사에서 생일 선물로 구형 무전기만한 휴대 전화기를 받고 우쭐댔었는데 이제는 손바닥 안에 들어오는 셀 폰을 항상 지니고 다니지 않으면 불안해진다. 그냥 친구와 통화하는 것뿐 아니라 내가 모르는 것을 물으면 척척 대답해 주고 길 안내도 해주는 등 둘도 없는 내 비서 역할을 하니 내 몸에서 떼어 놓을 수 없다. 30년 전에는 사..

단상/일상 2021.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