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소통

"내 맘 니가 알고 1"

Chris Jeon 2021. 9. 1. 03:43

  “가가 가가가?” 경상도 분들은 무슨 뜻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표준말로 바꾸면, “그 아이의 성이 가씨 인가?”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사투리는 각 지방마다 동식물이 다르듯 언어가 달라져 온 것이고 고유함을 가지고 있으므로 보존 되어야 할 가치가 있다.

 

  여기서 언급하고자 하는 것은 사실은 사투리에 관한 것이 아니고, 대상을 구체적으로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화시켜 말하는 대명사의 사용에 관한 것이다. 영어에 있는 He, She, That, It 같은 것이다.

 

  우리가 대화하는 것은 의사소통을 목적으로 한다. 내가 말하는 것을 상대가 이해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어린 아이가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자 부모가 저 달 참 이쁘지?” 라고 반응할 때 실상 아이는 손가락 끝에 묻은 코딱지를 떼달라고 내밀은 것이라는 말이 있다. 물론 비유를 위해 지어낸 이야기다.

 

  말을 잘 하는 것, 다시 말하면 의사 소통을 잘하기 위해서는 어휘력의 증대가 필요하다. 외국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한결 같이 느끼는 애로점이다. 어휘력을 높이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단순 무식한 방법은, 적절한 단어와 문장을 가능한 많이  외외하는 방법뿐이라고 한다. 끊임없이 외우고 외치는 것이다.

 

  우리가 일상적인 대화를 하면서, 특히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사물을 구체적으로 적시하는 단어를 사용하기 보다는, 대략 대명사를 사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음을 느낀다. “그것 좀 저기에 갖다 주세요.” 내 생각대로 했다가는 명령을 내린자의 핀잔을 받고 원위치해야할 가능성이 높다. 육체적으로 같은 일을 두 번하는 수고로움 보다는 눈치 없다는 나로서는 억울한 꾸중을 듣는 스트레스가 더 크다.

 

  자신의 생각을 남이 짐작 못하는 것은 순전히 내 탓이다. 삼라만상을 알고 계시는 부처님이 단하나 모르시는 것은, 자기 앞에서 염불하고 있는 중마음이라 했던가. 내 마음은 나만이 결정할 수 있고 그래서 나만이 알 수 있는 것이다.

 

  ‘내 마음 니가 알고식의 사고에서 발생되는 문제는 생각보다 깊고 넓다. 먼저 이런 식으로 사고하는 사람은 자신이 자기 중심적인 사고를 하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나는 알고 있으니까 당신도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다 혹은 알아야 한다는 식의 다소 이기적인 마음을 갖고 있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두번째는, 의사 전달이 잘못됨으로 인한 불필요한 오해다. 부부사이의 사랑을 굳이 말로 표현할 필요가 없다는 식의 사고가 한국의 이혼율을 세계 최고로 끌어올리는데 일조를 한 것은 아닌지? 전문가의 조사 결과가 궁금해진다. 개와 고양이가 친해질 수 없는 이유로 의사소통상 동원되는 몸짓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듯이, 사소한 의사소통상의 오해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세번째는 정확하지 않고 세련되지 않은 대화는 본인의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 젊은 이들이 특히 노인들의 말에 귀 기울이기 어려워하는 이유 중 큰 것들은, 중언부언하기, 포인트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 흥미롭지 않은 내용 등이다. 이러한 문제에 영향을 미치는 것 중 하나가 불명확한 주어의 사용이다. “내가 거시기 했을 때는 그것이 참 좋았는데…” 식의 말이다. 내 말을 들어주는 사람 줄어들면 나는 외로워질 수밖에 없다.

 

  말은 그냥 할 수 있으면 족하다는 낮은 수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적절한 어휘와 간결하지만 정확한 포인트를 주는 문장을 구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중에서도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나는 알지만 상대는 모를 수 있는 대명사의 남용을 자제하는 것이다.

 

  “왼편 탁자에 놓여 있는 컵을 오른쪽 손님상에 놓아 주세요.” 대명사로 대상을 처리해서 말 할 때 보다 몇 초 더 걸릴 수는 있겠지만, 이러한 수고는 오해로 빚어질 수 있는 불필요한 갈등과 스트레스를 감안할 때 능히 감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의사소통상 빚어지는 오해와 커뮤니케이션 부족으로 빚어지는 문제는 개인간의 관계 뿐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많다. 어떤 조직이든 리더가 되면 제일 먼저 들고 나오는 화두가 조직내 원활한 의사 소통이지만 지금껏 같은 화두가 계속 등장하는 것을 보면 뭔가 풀리지 않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을 것 같다.

 

  큰 문제는 작은 것에서 출발하고 집안의 문제는 결국 나라의 문제가 된다는 것에 동의한다면, 이순간부터 내맘 니가 알아야지.” 하는 식의 대화에서, “내맘 니가 모르지라는 자세로 이야기를 시작해 볼 것을 제안하고 싶다.

 

2021831

지나친 대명사의 사용으로 대화가 단절됨을 느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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