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천국

천국여행

Chris Jeon 2021. 8. 29. 08:00

  한 사람이 소원대로 천국 여행을 하게 되었다. 천국으로 들어가는 문을 지나자 과연 그가 예상했던 대로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졌다. 맑은 하늘, 아름다운 꽃, 풍성한 과일 나무 등. 하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사람의 종적은 찾을 수 없었다. 궁금해진 그가 안내하는 천사에게 물어보았다.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어디에 있느냐고. 천사가 데리고 간 곳에는 탁자가 있었고 그 위에 큰 소쿠리가 두개가 놓여 있는데 소쿠리마다 각각 사람의 입과 귀가 수북이 담겨 있었다. 놀란 그가 천사에게 입과 귀만 모여 있는 이유는 묻자 천사가 답했다. 선한 말을 한 것은 입이요 착한 것을 들을 것은 귀 뿐이니 할 수 없이 입과 귀만 천국에 불러 들였다고 했다.

 

  요즘 우리는 지식과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한 명의 스타 강사가 대한 민국 전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게 되었다. 알고 싶은 것은 언제나 쉽고 빠르게 답을 얻을 수 있다. 이제 왠만한 사람들도 종교 지도자 못지않는 종교에 대한 식견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이 본다. 하지만 밤에 반짝이는 십자가 불빛과 불상수의 증가에 따라 범죄율의 감소하고 있다는 확신이 서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믿습니다를 수없이 외쳐도 그 믿음에 걸맞은 행동이 따르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20세기 인도의 성자 마하트마 간디가 나는 그리스도는 좋아 하지만 그리스도인은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일갈한 말씀의 의미가 뼈아프다.

 

  아름다운 천국에 몸이 들어갈 수 있기 위해서는 입과 귀 뿐만이 아니라 몸 전체가 선해져야 한다. 머리로만 알고 몸으로 실천하지 않으면 결국 천국에는 소쿠리 하나가 더 추가되고 거기에는 우리의 뇌만 담겨있는 또다른 몬도가네식 광경이 펼쳐질 수도 있다. “믿습니다가 아닌 그리 하겠습니다라고 기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처음부터 100% 아는 대로 실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 걸음 한 걸음 씩 걸어 결국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 인도에 도착했다는 어느 티벳 노승의 말씀처럼 목적지로 가는 여로를 꾸준히 따라 걷다 보면 어느 사이에 불가능해 보이던 긴 여정의 종착지에 도착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2020525

한국의 어느 자선단체의 대표가 횡령 의혹을 받고 있다는 기사를 읽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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