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일상

우리의 후손

Chris Jeon 2021. 8. 28. 11:59

 

 “생물 본래의 기관(器官)과 마찬가지로, 특별히 의식하지 않아도 기능이 조절·제어되는 기계 장치를 생물에 이식한 결합체.” 사이보그의 사전적 의미이다. 나도 일종의 사이보그다. 수년 전 심장으로 가는 혈관이 막혀 Stent시술을 받았다.

 

 인류 생활에 일어나는 변화의 속도가 아주 빨라져서 이제는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에도 그 변화를 느끼고 또 동참하게 되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30년전 회사에서 생일 선물로 구형 무전기만한 휴대 전화기를 받고 우쭐댔었는데 이제는 손바닥 안에 들어오는 셀 폰을 항상 지니고 다니지 않으면 불안해진다. 그냥 친구와 통화하는 것뿐 아니라 내가 모르는 것을 물으면 척척 대답해 주고 길 안내도 해주는 등 둘도 없는 내 비서 역할을 하니 내 몸에서 떼어 놓을 수 없다.

 

 30년 전에는 사장님의 비서가 들고 다녔고 나는 허리에 차고 다녔던 샐폰이 점점 작아지고 가벼워지고 요즘은 심지어 휘어지기까지 하니, 조만간 몸속에 이식되는 것도 상상해 볼 수 있을 터. 이렇듯 하나 둘 우리가 필요한 기능들을 기계가 대신하게 되고 이런 것들이 몸과 결합되면 사이보그가 탄생하게 될 것이다. 일부 미래학자들은 훗날 인류가 점차 사이보그화 되고 마침내 마지막 인간 신체기능까지 기계가 대신하게 되면 인류는 로봇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다소 극단적으로 보이는 예측까지 한다.

 

 다윈 할아버지는 참 복 받은 학자라는 말씀을 누군가 하셨다. 그가 진화론을 발표한 이후 그 이후의 학자들이 스스로 알아서 학문의 전 영역으로 진화론을 확대 발전 시키고 있으니까. 내가 이해하는 진화론적 관점에서 말한다면 사이보그 혹은 로봇도 인류가 진화한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일본 미래학자가 한 말로 기억된다. 유인원 중에 돌연변종 같은 놈이 나무에서 내려와 두발로 뛰어다니다가 인간으로 진화했고 그렇게 하지 못한 놈은 아직도 원숭이로 남아서 동물원에 갇혀 인간의 구경거리가 되고 있듯이, 우리도 지금의 변화에 동참하지않으면 미래에는 인간으로부터 진화해서 갈라져 나간 사이보그족 혹은 로봇족의 구경거리가 될 수도 있다고.

 

 내 나이 이상 잡수신 어르신네들이 현대의 빠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서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인터넷 사용이 서툴어서 정보에 처지고 맥도날드 햄버거 셀프 주문이 귀찮아서 먹고 싶은 햄버거도 꾹 참고 집에서 된장국에 밥을 말아 드신다. 우리가 현재 일어나고 있는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점점 사는 것이 불편해지고 뒤처지게 되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상상을 비약시키면 한사코 사이보그화 되는 것을 혐오하고 거부한 인류는 먼 훗날 우리의 후손인 사이보그 혹은 로봇족이 제공하는 쌀밥을 완전 자동화된 동물원에서 맛있게 먹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섬찟한 생각이 든다. 하기야 그런 들 어찌하랴. 순종 인간을 구경하고 있는 그들도 우리의 사랑스러운 후손인 것을

 

2020524.

컴퓨터를 보는데 눈이 침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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