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낙서 37

낙서 18 : 피해자라는 것

장애인 돌보는 일 하시는 분은 ‘장애인’과 ‘정상인’이란 구분 대신 ‘장애인’과 ‘잠재적 장애인’으로 구분한다고 한다. 지금 정상인이라도 언제 어디서든 나도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후회와 반성’ 글을 쓰면서 ‘피해자’란 단어를 사용했다. 후회할 일을 저지른 사람도 일종의 피해자란 생각이 들어서 사용한 것인데 뭔가 덜 생각한 듯 찜찜하다. A란 가공의 인물을 설정한다. A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이다. 어느 날 아내와 심하게 말다툼한 후 출근해서 스트레스 좀 받다가 퇴근길에 마음이 허해서 단골집에서 혼술 하다가 우연히 동료 여사원 만나 합석해서 같이 술 마셨다. 그 여자 역시 혼술할 사정이 있었겠지. 의기 투합하여 과음하게 되고 어쩌다 보니 하룻밤을 같이 지냈다. 이것이 사..

단상/낙서 2022.06.28

낙서 17 : 내가 당선인이라면

♥지난 한국 대선 투표 직후 낙서해 놓은 것을 오늘 발견했는데, 당선되신 분이 아직 모르시고 있는 것 같아서 살짝 포스팅 합니다. 상상은 자유다. 나는 상상하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지금 한국 대통령 당선인이라면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은, 1. 빠른 시일내 경쟁했던 후보와 단 둘이서 사적으로 술 한잔하는 자리 마련하겠다. 2. 이전 정부 시절 잘했던 것 낱낱이 찾아서 목록을 만들고 “이러이러한 것은 이어가겠소.”라고 말하는 것을 첫번째 일로 한다. 3. 당선 공신들 모아 놓고 “당신들 일은 이제 끝났소. 고맙소”하며 해산시키고 백지 상태에서 조직을 재 구성한다. 4. 비서실 구성할 때 제일 독한 인물을 집안 단속 전담 수석으로 임명한다. 5. 그동안 나를 괴롭혔던 사람들은 짐짓 잊은 체한다. 6. 스..

단상/낙서 2022.06.09

낙서16: Amendo

성미 좀 고약한 지휘관이 있었다. 초급 장교가 부임해 오면 지휘봉으로 배를 쿡쿡 찌르는데 보통 군기가 바짝 든 소위는 관등성명 복창과 함께 “열심히 하겠습니다.” 라고 외친다. 그러면 그분이, “어이, ‘열심히’가 아니고 ‘잘해야’ 하는 거야.” 6월 1일 나라를 이끌 리더가 다수 선택된다. 당선된 분 좋겠다. 모두 열심히 하겠다고 하겠지. 오래전 포스팅한 ‘똑멍부게’론을 인용한다. 나라를 망치는자, ‘멍부’. ‘멍청하면서 부지런한자’. 좋은 설교 들으면, “아멘”한다, ‘진실과 믿음’의 의미로 이해한다. 그러고 나서 나는 그 가르침과는 다르게 산다. 참으로 옳고 좋은 가르침이 내 머리로 많이 들어온다. 세상 좋아졌다. 그러나, 아는 것은 행할 때 의미를 가진다. 제대로 알고나서 열심히 행해야 한다. 한..

단상/낙서 2022.05.31

낙서 13 : 어렵게 푼다, 할 일이 없나?

이른 새벽 잠 깨다. 어제 잠자리에 일찍 들었으니 당연한 결과지. 그렇네… 그러나, 비몽사몽간에 무슨 생각이 난 것 같다. 그 넘이 날 깨웠나? 흐려지기 전에 적어 두자. 그래야 증거가 남지. 그림 그리는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Bob Ross 아저씨가 생각난다. 덥수룩한 수염에 소매 걷은 셔츠를 입고 쓱싹쓱싹 그림을 무지 빨리 그리는데 완성된 그림, 주로 풍경화, 을 보면 실물을 보는 것 같이 정교하다. 그분이 그리면서 자주 했던 말은, “참 쉬워요.” 회사 관리 부서에서 오래 근무했다. 돈 많이 쓰는 부서다. 따라서 부서장의 재량도 크다.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면 문제 생기니 감사라는 시스템이 작동한다. 의심스러운 일이 없더라도 주기적으로 들여다 본다. “저녁에 술 많이 드시던데, 그 돈 어디서 났소..

단상/낙서 2022.03.31

낙서 12 : 새벽 단상

오늘 조금 일찍 잠이 깼다. 아니, 깨워졌다. 어제 일이 생각난다. 여러 사람 모이는 곳에서 안내 봉사했다. 참석자들은 99% 마스크 착용했다. 100명중 1명 정도 착용안하고 입장하다가 쭈뼛쭈뼛 어색한 웃음 지으며 “다들 마스크 착용하네…” “마스크 드릴까요?” “아니, 저는 착용하기 싫습니다.” “그럼 그러세요.” 나중에 앞자리에 앉은 그분 보니까 어디서 구했는지 마스크 착용하고 앉아 계신다. 이런 상황을 같이 지켜봤던 사람과 이야기 나눴다. “그것은 소신이다” “그런 것을 소신이라고 할 수 없다” 나중에 언성이 조금씩 높아졌다. 나이 들수록 힘이 딸림을 느낀다. 내 몸속 에너지원은 핵분열이나 융합이 아닌, 정해져 있는 화석 연료를 태워 힘을 내는가 보다. 사실 그것이 소신인들 어떻고 아닌 들 내게 ..

단상/낙서 2022.03.29

낙서 11 : 덜 인간

다름을 옳고 그름으로 연결 짓지 말자. 인간은 모두 고유함을 가지고 있어 소중한 존재다. 맞다. 귀 하나인 토끼 나라에 귀 두개 가진 토끼가 왔을 때 옳고 그름을 떠나서 그들은 서로 생경(生硬)했을 것이다. 다른 종이 우글거리는 장소에 스스럼없이 들어가는 종은 인간이 유일하다고. 그래서 인간은 우월하다. 생각의 다름은 나를 긴장시킨다. 본능적으로 상대 논리의 허점을 찾는다. 상대는 틀렸을 것이라는 예단이 생긴다. 각자 다른 사고 방식, 그것이 우리가 만든 법에 어긋나지 않으면 뭐랄 수 없다. 그럼에도 생각이 다르다고 다른 종 보듯 낯설어 하는 나는 덜 인간인가 보다.

단상/낙서 2022.03.29

낙서 9 : 아마추어의 눈물

눈물은 왜 날까? 여러 이유 중 한가지는, 눈물이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호르몬을 몸 밖으로 배출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슬퍼서 울고 기뻐서도 운다. 너무 기뻐도 스트레스 수치가 오른다. 복권 당첨되고 흥분한 나머지 심장마비 온 사람도 있다. 몸과 마음의 자연스런 현상을 제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프로는 이러한 것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공인(公人)은 본인 감정 조절이 잘 되어야 한다. 누구보다도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에 감정 조절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장수가 적진 앞에서 두려워 울고,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고 아이 마냥 펄쩍펄적 뛰며 좋아한다면 인간미는 있을지 몰라도 공인으로서의 믿음은 아무래도 덜 갈 것 같다. 선거에서 졌다고 눈물을 보이는 공인들이 여럿 있다. 스트레스 받은 것은 ..

단상/낙서 2022.03.11

낙서 8: 축복인가 저주인가

어느 블벗님의 프로메테우스산 여행기를 읽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불을 훔쳐다 준 죄로 영원히 간을 쪼이는 형벌을 받는다. 불은 인류 문명의 원천적인 힘이 된 축복이다. 그러나 이러한 축복과 함께 인류가 비켜갈 수 없는 저주도 함께 온 것이 아닐까? 프로메테우스의 간을 영원히 쪼아 대는 독수리의 저주. 지금 지구 도처에서 혀를 널름대는 불길을 보면 신화속에 숨어 있는 하늘의 뜻이 보이는 것 같아 등골이 서늘해진다.

단상/낙서 2022.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