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낙서 37

낙서 28: 나랏님 보다 힘센 공

공 하나가 나라 분위기 바꾸고 사람도 바꾸네. 광화문 한편에서는 촛불 들고 반대편은 태극기 들고 어제 철천지원수처럼 싸우던 전쟁턴데 공 왔다 갔다 하는 것 보면서 서로 얼싸 안고 방방 뛴다. 요모조모 분석하면 논리적인 이유야 나오겠지만 좀 어리둥절하다. 국회 의사당에 대형 스크린 걸고 의원님들 모여서 같이 응원하는 아이디어는 4년 후에나 써먹을 수 있겠다.

단상/낙서 2022.12.03

낙서 27: 뭐가 재미있나?

내 블로그 간판이 '재미있는 천국'이다. 1년여전 블로그 시작하기 이전 끄적거려 본 내 글의 제목이 '재미있는 천국' 이었고 이것을 우연히 읽어본 지인이 이 제목으로 수필집 내봐라 하고 농담처럼 던진 말이 기억나서 블로그 열 때 간판명으로 택했다. 사실 나는 지옥을 믿지 않는다. 백 번 양보해서 지옥이 있더라도 지금 다수의 종교인들이 생각하는 그런 지옥은 아닐 것이라는 개인적인 믿음이 있다. 그럼 천국은? 있다고 믿는 것이 좋겠지. 하지만 역시 명화에 그려진 그런 천국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확실한 것은 내가 죽어보면 알겠지. 그 이전에는 그저 내 짐작일 뿐이다. 유한한 이 세상에 살면서 지옥을 미리 생각하며 저는 죄인입니다 하고 가슴을 팡팡 치며 울고, 천국만 바라보며 이 고통 감내하리라 ..

단상/낙서 2022.12.01

낙서 26 : 안느

앞에 있는 글자는 성(family name)이고 뒤쪽 ‘느’는 ‘하느님’ 의미로, 누군가가 한 분야에서 달인, 존경받는 유명인일 경우 붙여주는 일종의 은어라고 한다. 미남이고 유명한 축구 선수였던 안정환 선수를 칭하는 것임을 최근에 블친을 통해서 알았다. 하느님을 믿는 입장에서는 당돌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톡톡 튀는 개성 있는 표현이라는 느낌이 든다. 누가 뭐라든, 어떤 일을 하든, 발군의 실력과 매력을 가진 인물을 아낌없이 좋아하고 따르는 자유분방함. 그 옛날, ‘사농공상(士農工商)’이니 ‘입신양명(立身揚名)’ 이니 해서 직업의 귀천을 따지고 과거 봐서 관직으로 나가는 것을 효의 기본으로 알았던 시대와 비교해 보면 사람의 사고가 참 다양하고 풍부해졌다. 공을 잘 차도, 노래를 잘 불러도, 술을 ..

단상/낙서 2022.11.27

낙서 25 : 말장난

“국어탄압이다.” 주요 일간지 톱을 장식한다. “탄압이 얼마나 세면 탑압 됐겠나” 'Top壓(압)' 도대체 무슨 해괴한 단어인가? 바빠 죽겠는데 말장난. 기라성 같은 분들이 천금같은 시간에 모여 보여주는 활동하시는데, 그 피켓을 가슴위에 들고 있는 자들까지 누구 하나 큰 글자 오타를 발견하지 못했다. 알고도 시간이 없어서 대충 한 것이라면 아예 할말이 없고. 리더 집단의 참담한 현실이다.

단상/낙서 2022.10.18

낙서 24: 하룻밤새

터지는 것. 내 속을 그저 있는 그대로 터트리고 싶다. 격식 갖추고 이것저것 체면 차리고 가족 생각하고 지금껏 살아온 과정 참조하고. 더 늦기 전에 내가 가진 끼 확 쏟아내면 어떨까? 미쳤다고 하겠지. 노망, 치매, 망령… 한번 해 보고 죽는 것과 안해보고 죽는 것. 내세, 없다면 허망. 있으면? 한 겁 더 닦지. 대찬 우리 할배가 그렇게 말씀하셨다. 운동 갔다 돌아오는 길 보니 벌써 가로수 색깔이 변한다. 작년 단풍 든 것 어제 같은데. 얼마 남지 않았다는 조급증인지 뒤늦게 깨달은 자각인지. 내가 나로 산 것이 쬐끔. 가진 것 확 쏟아내고 싶다. 어제 운동 후 몇 잔 걸치고 끄적인 낙서다. 그리고 글방 카테고리 숙성방에 넣었다. 내 글은 좀 뾰족하고, 경사지고, 거칠고 떫다. 그래서 먹기 전에 숙성방에..

단상/낙서 2022.09.30

낙서 23: 브레이크 살짝 밟기

이유 없이 만사가 심드렁할 때 생각하면 할수록 서운한 감정 생길 때 뭔가 하기 싫고 불편할 때 갑자기 기분이 찜찜해지고 누가 뒤로 잡아당기는 느낌이 들 때… 차를 몰고 먼 거리 가면 타성에 의해 운전은 하지만 의식은 졸 경우가 있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속도계 보는 습관을 길들인다. 100km 넘으면 브레이크 살짝 밟으려고. 인간의 몸은 조물주의 걸작 완결판이다. 내 몸 안에도 속도계가 있고 완전 자동이다. 쉬어야 할 때, 늦춰야 할 때 지가 알아서 신호를 준다. 부정적 느낌이 슬슬 일어나는 것. 브레이크 계속 밟고 있으면 차가 선다. 살짝 밟았다가 다시 가속해야 한다. 그래야 언덕너머 내가 가야할 길 갈 수 있다. 무한정 그 자리에서 서있을 수는 없지. 짐짓 잊어버린 체 숨 한번 크게 쉬고 먼 산 위 구..

단상/낙서 2022.09.19

낙서 22: 들숨날숨

가을비다. 촉촉하게 내린다. 다니는 사람 없는 동네 길 나무 이파리가 조금씩 노랗게 변했다. 별 할 일 없어서 숨 한번 크게 쉬고 다시 집으로 들어온다. 숨 들이마시기만 하고 내뱉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숨 막혀 죽겠지. 그럼 내쉬기만 하면? 마시고 뱉어야 한다. 들어옴이 있으면 버리는 것이 있어야 하고 가진 것이 있으면 주는 것이 따라야 하는 이치다. 그런데 자꾸 비우라고 한다. 완전히 텅 빈 상태가 도의 경지라고 한다. 우주 공간의 95%가 우리가 뭔지 모르는 물질과 에너지로 채워져 있다던데. 아무것도 없이 비워진 것이 가능할까… 텅 빈 것 역시 ‘空’이라는 것으로 채워졌다고 하면 궤변인가?

단상/낙서 2022.09.15

낙서 21: 수준 차이

‘와이프에게 잘하라, 살고 싶으면…’ 한국 모 주간지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 내용은 배우자 살해 목적의 보험사기 내용 및 통계. 피해자 비율이 남편이 훨씬 높다나… 그럼, 그런 아내에게 잘해주면 목숨 살려줄까? 목숨 구걸하려고 그런 아내 비위 맞추며 살라는 이야긴가? 선동적, 선정적 미끼 제목을 써야하는 필요는 이해가 되지만 이건 너무 수준 미달이다. 동네 공원에서 아침 산책 중 연세 여든 다섯 정도 되시는 분을 만나서 짧게 이야기 나눴다. ♥ 아침에 나와서 두시간 정도 걷고 집에 들어가서 가만히 있으면 슬슬 잠이 와. 그러면 벌떡 일어나서 다시 움직이면 잠이 사라지지. 그러고 나서도 정 졸리면 그땐 30분 정도 낮잠을 달게 잔다. 집에 계속 웅크리고 있으면 게을러져. 마누라 눈치도 보이고. ♥ 마누라 ..

단상/낙서 2022.09.04

낙서 20: 싫다는 자 도와주는 것

도움은 상식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자를 도우는 것이다. 도움이 필요하므로 도움을 받으면 고마운 마음을 갖고 도와주는 자에게 감사한다. 그런데 도와주겠다고 하는데 오히려 화를 내는 자가 있다면 무슨 이유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자. 1. 실제로 도움이 필요 없는데 자꾸 도와주겠다니 성가시고 자존심 상한다. ☞도움 줄 의사와 행동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2. 실제로 도움이 필요하지만 자존심 상해서 그런다. ☞설득하거나 상대가 수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한다. 3.도움은 맞지만 상대가 원하는 방식이 아니다. ☞상대가 수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변경 가능하지 여부를 검토 후 시행한다. 3. 도움 뒤에 따라올 상대의 반대급부 요청을 우려해서이다. ☞순수한 도움이라는 것을 명백히 하거나, 조건이 따르는 도움이라면, 사전..

단상/낙서 2022.08.20

낙서 19: 뇌는 그대로다

대륙 기질, 그 정의는 전문적이지는 않더라도 내 머리속에 윤곽이 그려진다.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의미로 다가온다. 조선의 땅이 대륙 귀퉁이에 붙어 협소하므로 생긴 아쉬움이 큰 탓도 있을 것이다.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 중화사상(中華思想), 모두 한 국가가 그 중심에 서 있다. 주인공인 두 나라의 땅 넓이는 세계에서 각각 세번째와 네번째로 크다. 지금 두나라가 서로 힘 자랑한다고 세상이 시끄럽다. 우주에서 찍은 지구 사진을 보니 푸른색을 띄고 호떡 만하다. 그리고 단 한 개다. ‘하나의 중국’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라는 슬로건 대신 ‘우리는 하나다’라는 슬로건은 안 나온다. ‘16만년 동안 인류의 뇌는 바뀌지 않았다, 얼굴이 달라졌을 뿐’, 신문기사의 내용이다. 버턴 하나로 인류의..

단상/낙서 2022.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