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낙서

낙서 31 : 이게 뭔가?

Chris Jeon 2023. 2. 24. 13:49

웰 다잉 하기위해서 열심히 운동한다,

살기 위해서가 아니고 잘 죽기 위해서? 이상하다.

 

이상할 것 없다. 다 죽더라. 천하를 호령했던 사람도, 벌레처럼 꼼지락거렸던 인간도.

후대에 남을 순애보를 썼던 인간도, 하룻밤 정사에 몸을 떨었던 청춘도 가니 꼭 같더라.

 

나도 같은 인간이지만 뭘 더 잘 할 수 없나 고민한다, 그래도 내가 낫다는 자만심은 아직 있거든.

추하게 죽고 싶지 않다. 남에게 부채가, 특히 자식에게 그만 돌아 가시지 하는 생각 안 들게 하고 가고 싶다. 죽어서 조문 온 사람들이 속으로 잘 가셨네 하고 내 얼굴 보는 것 싫다.

 

그런데 그게 내 마음대로 되나? 이 순간 나는 소맥을 마신다. 몸에 안 좋은 것 알면서 방금 지하실에서 땀 흘리며 운동하고 와서 운동해서 뺀 칼로리 몇배 이상의 열량을 몸에 때려 붓는다.

 

왜냐하면 하면 나는 오늘 화 났거든. 운동하다가 잠시 쉬면서 대학 졸업 앨범 봤는데, 그 때 내 모습이 참 예뻤다. 같이 찍은 동기 여학생도 이쁘고… 그중 내가 은근히 맘에 뒀던 친구도 있고.

지금도 살아 있다면 동방불패 중할머니 됐을까?

 

참 부질없다. 이러다 어느 날, 나도 모르는 순간 떠나고 주위에 나 아는 사람들 “상사 말씀 무슨 말씀” 한마디하고 그 중 몇몇은 내 몸 태우는 것 보고나서 같이 밥 먹으며 일상 애기 하다가 돌아 가겠지. 우리 몇 명 안되는 식구들은 조금 더 슬퍼하다가 일상으로 돌아가고.

 

천국에 간다고? 누구 맘대로. 죽어서도 조마조마해야 하는 신세. 차라리 죽으면 끝이다가 더 화끈하겠다.

이래서 오늘은 술 땡긴다. 얼마전 큰 형님 돌아가셨다. 가고 나니 그냥 없어졌네. 울 엄마도 아부지도, 18년 가장 긴 세월을 내 품에서 꼼지락대던 바우도… 가고 나니 끝이네.

 

참 지랄 같은 생이다. 이렇게 만들어 놓고 나서 나를 믿어라? 당신 같으면 그리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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