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낙서 52

낙서 22: 들숨날숨

가을비다. 촉촉하게 내린다. 다니는 사람 없는 동네 길 나무 이파리가 조금씩 노랗게 변했다. 별 할 일 없어서 숨 한번 크게 쉬고 다시 집으로 들어온다. 숨 들이마시기만 하고 내뱉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숨 막혀 죽겠지. 그럼 내쉬기만 하면? 마시고 뱉어야 한다. 들어옴이 있으면 버리는 것이 있어야 하고 가진 것이 있으면 주는 것이 따라야 하는 이치다. 그런데 자꾸 비우라고 한다. 완전히 텅 빈 상태가 도의 경지라고 한다. 우주 공간의 95%가 우리가 뭔지 모르는 물질과 에너지로 채워져 있다던데. 아무것도 없이 비워진 것이 가능할까… 텅 빈 것 역시 ‘空’이라는 것으로 채워졌다고 하면 궤변인가?

단상/낙서 2022.09.15

낙서 21: 수준 차이

‘와이프에게 잘하라, 살고 싶으면…’ 한국 모 주간지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 내용은 배우자 살해 목적의 보험사기 내용 및 통계. 피해자 비율이 남편이 훨씬 높다나… 그럼, 그런 아내에게 잘해주면 목숨 살려줄까? 목숨 구걸하려고 그런 아내 비위 맞추며 살라는 이야긴가? 선동적, 선정적 미끼 제목을 써야하는 필요는 이해가 되지만 이건 너무 수준 미달이다. 동네 공원에서 아침 산책 중 연세 여든 다섯 정도 되시는 분을 만나서 짧게 이야기 나눴다. ♥ 아침에 나와서 두시간 정도 걷고 집에 들어가서 가만히 있으면 슬슬 잠이 와. 그러면 벌떡 일어나서 다시 움직이면 잠이 사라지지. 그러고 나서도 정 졸리면 그땐 30분 정도 낮잠을 달게 잔다. 집에 계속 웅크리고 있으면 게을러져. 마누라 눈치도 보이고. ♥ 마누라 ..

단상/낙서 2022.09.04

낙서 20: 싫다는 자 도와주는 것

도움은 상식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자를 도우는 것이다. 도움이 필요하므로 도움을 받으면 고마운 마음을 갖고 도와주는 자에게 감사한다. 그런데 도와주겠다고 하는데 오히려 화를 내는 자가 있다면 무슨 이유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자. 1. 실제로 도움이 필요 없는데 자꾸 도와주겠다니 성가시고 자존심 상한다. ☞도움 줄 의사와 행동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2. 실제로 도움이 필요하지만 자존심 상해서 그런다. ☞설득하거나 상대가 수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한다. 3.도움은 맞지만 상대가 원하는 방식이 아니다. ☞상대가 수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변경 가능하지 여부를 검토 후 시행한다. 3. 도움 뒤에 따라올 상대의 반대급부 요청을 우려해서이다. ☞순수한 도움이라는 것을 명백히 하거나, 조건이 따르는 도움이라면, 사전..

단상/낙서 2022.08.20

낙서 19: 뇌는 그대로다

대륙 기질, 그 정의는 전문적이지는 않더라도 내 머리속에 윤곽이 그려진다.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의미로 다가온다. 조선의 땅이 대륙 귀퉁이에 붙어 협소하므로 생긴 아쉬움이 큰 탓도 있을 것이다.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 중화사상(中華思想), 모두 한 국가가 그 중심에 서 있다. 주인공인 두 나라의 땅 넓이는 세계에서 각각 세번째와 네번째로 크다. 지금 두나라가 서로 힘 자랑한다고 세상이 시끄럽다. 우주에서 찍은 지구 사진을 보니 푸른색을 띄고 호떡 만하다. 그리고 단 한 개다. ‘하나의 중국’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라는 슬로건 대신 ‘우리는 하나다’라는 슬로건은 안 나온다. ‘16만년 동안 인류의 뇌는 바뀌지 않았다, 얼굴이 달라졌을 뿐’, 신문기사의 내용이다. 버턴 하나로 인류의..

단상/낙서 2022.08.04

낙서 18 : 피해자라는 것

장애인 돌보는 일 하시는 분은 ‘장애인’과 ‘정상인’이란 구분 대신 ‘장애인’과 ‘잠재적 장애인’으로 구분한다고 한다. 지금 정상인이라도 언제 어디서든 나도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후회와 반성’ 글을 쓰면서 ‘피해자’란 단어를 사용했다. 후회할 일을 저지른 사람도 일종의 피해자란 생각이 들어서 사용한 것인데 뭔가 덜 생각한 듯 찜찜하다. A란 가공의 인물을 설정한다. A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이다. 어느 날 아내와 심하게 말다툼한 후 출근해서 스트레스 좀 받다가 퇴근길에 마음이 허해서 단골집에서 혼술 하다가 우연히 동료 여사원 만나 합석해서 같이 술 마셨다. 그 여자 역시 혼술할 사정이 있었겠지. 의기 투합하여 과음하게 되고 어쩌다 보니 하룻밤을 같이 지냈다. 이것이 사..

단상/낙서 2022.06.28

낙서 17 : 내가 당선인이라면

♥지난 한국 대선 투표 직후 낙서해 놓은 것을 오늘 발견했는데, 당선되신 분이 아직 모르시고 있는 것 같아서 살짝 포스팅 합니다. 상상은 자유다. 나는 상상하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지금 한국 대통령 당선인이라면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은, 1. 빠른 시일내 경쟁했던 후보와 단 둘이서 사적으로 술 한잔하는 자리 마련하겠다. 2. 이전 정부 시절 잘했던 것 낱낱이 찾아서 목록을 만들고 “이러이러한 것은 이어가겠소.”라고 말하는 것을 첫번째 일로 한다. 3. 당선 공신들 모아 놓고 “당신들 일은 이제 끝났소. 고맙소”하며 해산시키고 백지 상태에서 조직을 재 구성한다. 4. 비서실 구성할 때 제일 독한 인물을 집안 단속 전담 수석으로 임명한다. 5. 그동안 나를 괴롭혔던 사람들은 짐짓 잊은 체한다. 6. 스..

단상/낙서 2022.06.09

낙서16: Amendo

성미 좀 고약한 지휘관이 있었다. 초급 장교가 부임해 오면 지휘봉으로 배를 쿡쿡 찌르는데 보통 군기가 바짝 든 소위는 관등성명 복창과 함께 “열심히 하겠습니다.” 라고 외친다. 그러면 그분이, “어이, ‘열심히’가 아니고 ‘잘해야’ 하는 거야.” 6월 1일 나라를 이끌 리더가 다수 선택된다. 당선된 분 좋겠다. 모두 열심히 하겠다고 하겠지. 오래전 포스팅한 ‘똑멍부게’론을 인용한다. 나라를 망치는자, ‘멍부’. ‘멍청하면서 부지런한자’. 좋은 설교 들으면, “아멘”한다, ‘진실과 믿음’의 의미로 이해한다. 그러고 나서 나는 그 가르침과는 다르게 산다. 참으로 옳고 좋은 가르침이 내 머리로 많이 들어온다. 세상 좋아졌다. 그러나, 아는 것은 행할 때 의미를 가진다. 제대로 알고나서 열심히 행해야 한다. 한..

단상/낙서 2022.05.31

낙서 13 : 어렵게 푼다, 할 일이 없나?

이른 새벽 잠 깨다. 어제 잠자리에 일찍 들었으니 당연한 결과지. 그렇네… 그러나, 비몽사몽간에 무슨 생각이 난 것 같다. 그 넘이 날 깨웠나? 흐려지기 전에 적어 두자. 그래야 증거가 남지. 그림 그리는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Bob Ross 아저씨가 생각난다. 덥수룩한 수염에 소매 걷은 셔츠를 입고 쓱싹쓱싹 그림을 무지 빨리 그리는데 완성된 그림, 주로 풍경화, 을 보면 실물을 보는 것 같이 정교하다. 그분이 그리면서 자주 했던 말은, “참 쉬워요.” 회사 관리 부서에서 오래 근무했다. 돈 많이 쓰는 부서다. 따라서 부서장의 재량도 크다.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면 문제 생기니 감사라는 시스템이 작동한다. 의심스러운 일이 없더라도 주기적으로 들여다 본다. “저녁에 술 많이 드시던데, 그 돈 어디서 났소..

단상/낙서 2022.03.31